드러나는 것들 중
말의 품위. 말투가 그 사람의 인격을 말한다는.
말하고자 하는 말의 내용에 있는 것이 아니다. 지식이나 지혜의 전달도 아니다. 일반적인 얘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그의 말투에 묻어나는 '의도치 않은 의도'가 느껴져 기분이 나쁘다. 누구나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말하는 게 대화 아닌가. 그런데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본인은 의미 없이 했다고 하는 말의 어투가 듣는 이로 하여금 불쾌하게 만든다. 심지어 가족들도 그의 말씨에 대한 언급이 있었지만, 고쳐지지 않는 걸 보면 모르거나 알면서도 잘 안되거나.
본인의 말이 본인의 귀에 들리지 않는가 보다. 어쩌면 내게도 이런 버릇이 있을까 조심스럽다.
난 그냥 별 의미 없이 얘기한 거야. 내 말뜻 몰라?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생각나는 대로 말했을 뿐이라고. 그리고 아까 내가 말했잖아. 그렇게 말했다니깐.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고? 처음 듣는 내용이고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해도 그는 조금 전에 말할 때 제대로 안 듣고 뭐 했냐고 되묻는 식이다. 다른 사람에게 한 말을 내게도 한 줄로 오해한 모양일까. 어쩌면 그가 말을 했을 수도 있고, 내가 주의 깊게 듣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래도 굳이 저렇게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했다니깐 하고 말을 해야 하나.
자존심이 강해서 그런지, 무시를 당할까 봐 미리 권위적인 그의 태도를 취하는 때문인지, 본인에 주목을 바라는 마음이 가득해서 그러는지 왜 그렇게 말하는지 모르겠다. 왜 다시 반복해서 말하게 하느냐는 식이다. 했다니깐.
추측을 통해 이해해 보고자 노력한다. 어쩌면 그의 결혼과 관련이 있을까? 그의 남편은 원래 그의 언니를 좋아했다. 그런데 언니는 제대로 연예를 하기도 전에 선을 그었다. 내 스타일이 아니에요. 가끔 언니와 동행해서 만났던 그는 언니의 분명한 태도에 내심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나 보다.
남편의 학벌은 좋지 않음은 당시 집안 형편이 그래서 그랬던 거고, 지금은 외국계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며 자리를 잡았던 터다. 출장이 잦아 해외를 자주 가야 하는 상황도 받아들일만했다. 여차하면 같이 동행할 기회도 있어 그 참에 외국 여행을 바랐는지도 모른다. 여하튼 언니를 두고 그는 언니에 대쉬하다 돌아서는 그를 남편으로 잡았다.
시간이 흘러 본인만의 비밀이 새어나갈까 봐, 아님 이제 번듯하게 살고 있음의 과시일까, 긴장이 풀려서 본심이 나온 걸까? 내가 들었다니깐, 그랬다니깐.
하는 일이 마음대로 안되고 틀어져 짜증이 나는 게 아니다. 화를 잘 내는 게 평소 습관이다. 그냥 그런 사람인 거다. 자기 확신의 말투가 남을 무시하는 투로 들리는 말꼬리도 그의 버릇인가 보다. 바꾸든 고치든 이건 그의 몫이고, 그는 그런 사람인 거다. 꼭 그런 의도가 없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