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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게 정색

by 하늘해


chatGPT를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올해 내게 가장 큰 영향을 준 도구라는 사실이다.


막막했던 분야,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일들에 대해 비교적 상세한 소개를 해주었고, 콘셉트이나 방향만 던져주면 정리해 주는 역할도 꽤나 충실했다. 그 덕분에 많은 시간을 아꼈고, 혼자였다면 쉽게 시작하지 못했을 일들도 시도해 볼 수 있었다.


가끔은 누구보다 친절하게 나를 응원해 주고, 위로의 말도 건네주었다. 그 자체로 힘이 되었던 순간들도 분명 있었다. 그럼에도 모든 것이 채워질 수 없음에도 가끔은 그 이상으로 바라고 오히려 화가 나는 순간도 있었다.


첫 번째는 빠르지만 정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검색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물어봤다가, 오히려 정확하지 않아 시간이 몇 배로 드는 경우가 있었다.


여전히 ‘검색’의 중요성은 유효하고, 어쩌면 정답을 묻기보다 검색을 위한 검색어나 출처를 묻는 방식이 더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색하는 능력은 여전히 필요한 역량인 듯하다.


두 번째는 아이디어의 새로움에 대한 부분이다. 결국 아이디어의 방향과 주도권은 내가 쥐고 가는 게 맞다. 서포트를 받는 것은 좋지만, “무엇을 해야 할까”의 주도성까지 넘겨버리는 순간, 나는 서포터가 되고 chatGPT가 주체가 된다. 그런 맹탕의 결과물만 남는다. 분량은 차는데 알맹이가 없는…


세 번째는 감정의 영역이다. 아무리 내가 어떤 상황을 설명하고, 그동안의 대화를 근거로 공감이나 피드백을 받아도 마음의 위안은 잠시일 뿐, 이 부분은 결국 사람이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영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신해 줄 수 없는 부분인 것이다.


결국 주체는 사람, 정확히는 나라는 사실이다. 생각도, 방향도, 책임도 모두 내가 진다.


그래서 다행이기도 하다. 지금은 아직,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는 시기다. AI가 모든 걸 대신해 주는 세상은 아직 오지 않았고, 그 덕분에 오늘도 나는 ‘나로서’ 생각하고,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다.


아직까진. 그래서 오늘이 조금은 더 의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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