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이어폰을 꽂고 서있는 2호선 지하철 안, 크리스마스 캐럴이 들려왔다. 2025년도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스쳤다. 문득 한 번은 올해를 정리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 이렇게 시작해 본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3월 말, 지금의 집으로 이사 온 일이다. 아주 멀리 움직인 건 아니지만, 그래도 동네가 바뀌었다는 건 분명 큰 변화였다. 이전 집에서는 5~6년을 머물렀으니까. 이사 후 아이들은 전학을 갔고, 나는 새로운 회사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돌아보면 올해 가장 큰 사건이었던 것 같다. 기나긴 출근길, 브런치도 시작하고…
그리고 그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 이사 후 두 달쯤 지나 작업실을 옮기면서 ‘해봄’이라는 이름을 짓고 나만의 공간을 마련했다. 장비를 모두 옮기고 조립하고, 벽을 칠하고, 공간을 다듬는 일까지 그 모든 걸 혼자 했다는 사실이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다. 막상 닥치면 어떻게든 하게 된다. 그렇다고 매번 나를 그 끝까지 밀어붙일 수는 없겠지만.
올해 유일했던 여행이 기억에 남는다. 이사 후 제주도를 짧게 다녀오긴 했지만 여유로운 일정으로 떠난 여행이라고 할 만한 건 홍콩, 낯선 풍경 속 기억들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온라인 클래스와 유튜브 라이브를 시작한 일. 우연히 온라인 클래스 제의를 받았고, 그전에 혼자라도 연습해 보자며 가볍게 시작했는데 어느덧 일상 속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화면 너머에서 알게 되는 사람들과의 인연도 신기하고, 오프라인보다 더 많은 말을 하게 되는 나 자신도 신기하다.
마지막은 특별한 사건이라기보다, 3~4월 이후 하루하루가 너무 촘촘했음에도 그저 무던히 흘러갔다는 사실이다. 내게 관심도 미움도 없던 날들이 이어졌다. 모든 것이 조용히, 무탈하게 흘러갔다. 그게 오히려 올해의 결론처럼 느껴진다.
2026년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났으면 좋을까 생각해 본다. 사실 잘 그려지지 않는다. 굵직한 행운은 바라지도 않으니 차곡차곡 쌓아가는 성장의 의미가 있는 한 해이면 좋겠다. 그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