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이 모두 빠지고 나서야 비로소 공간을 정리하고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찾아왔다.
내가 세운 첫 계획은 이랬다.
1. 양쪽 벽에 페인트를 칠하고, 바닥을 청소할 것
2. 앞 출입문과 뒷 탕비실 공간에 커튼을 설치할 것
3. 바닥에 데코 타일을 붙이고, 작업실 장비들을 옮기기
누군가에게 기대어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최대한 비용을 아끼기로 마음먹은 이상 재료나 도구는 사더라도, 그 외의 일은 온전히 내 몫이었다.
우선 페인트부터 사러 갔다. 사실 벽 상태가 아주 말끔하진 않았다. 못 자국은 메워야 했고, 들뜬 벽지는 긁어내야 했다.
페인트는 브랜드 색상과 최대한 비슷하게 맞추려 했지만, 직원이 골라주는 시스템이 아니고 수많은 컬러칩 중에서 스스로 선택해야 해서 은근 긴장되기도 하고, 약간은 막막했다.
그리고 바로 페인트칠 시작.
막상 시작해보니 벽 상태는 예상보다 무난했다. 탕비실 쪽은 커튼으로 가릴 예정이었기에 양쪽 벽면만 잘 마무리되면 반은 성공이었다. 롤러로 벽을 쓱쓱 밀어내며 1차 도장을 마쳤다. 바닥은 데코 타일을 붙일 예정이지만 그 순간까지만 해도 기존 장판을 그냥 쓸까 고민도 했기에 한땀한땀 바닥 청소까지 정성 들였다.
1~2시간 간격을 두고 2차 도장을 마치고 나니, 페인트는 일단 완성.
바로 다음 날은 커튼을 사러 이케아로 향했다. 집에서 커튼을 달아본 경험은 있었지만 이 공간엔 방음과 가림 기능까지 고려해야 했기에 온라인보다는 직접 보고 고르기로 했다.
결국 이케아에서 직접 보고 만져본 뒤 구매 완료. 하지만 많은 인파 속에서 짐 들고, 커튼 고르고, 설치까지 하려니 시작도 전에 기운이 쭉 빠졌다.
커튼을 달고 나니 페인트도 그렇고 어우러지지 못하고 어설퍼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아니면 실제일까. 어찌 되었든 지금 이 공간을 스스로 채워가야한다.
1박 2일 동안 그렇게 시간을 보냈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이 바로 그 마무리 순간이다. 공간이 크지 않으니 오히려 부담 없이 이렇게도, 저렇게도 실험해볼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문득 ‘해봄’이라는 이름을 지을 때 적었던 문장이 떠오른다.
“완벽해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시작하기 때문에 완성될 수 있는 것.”
오늘, 나도 해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