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가을은 너무 짧다

인생의 가을도 마찬가지이다

by 이림

몇 날 전까지, 때 늦은 더위가 찾아오더니.

갑자기 아침저녁엔 방문까지 꼭 닫고 자야 할 정도로 까칠한 추위가 밀여 온다.

“여름을 지나 가을이 오다 말고 불쑥 겨울이 오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아직은 거리의 한 낮은 햇살도 뜨겁고 제법 덥다.


지난봄이 그랬 듯이 여름이 지나면,

이 가을 역시도 짧을지를 걱정한다.

하지만 짧기에 더욱더 소중한지도 모른다.

머지않아 거리를 뒤덮을 울긋불긋 단풍들이 한껏 자태를 뽐내고 나면

어느새 낙엽이 되어 거리를 흩날릴 것이다.

그리곤 겨울은 온다.

인생도 이와 다를 바가 없다.


미국 예일대 심리학 교수, <대니얼 레빈슨(Daniel Levinson)>의 저서인

『남자가 겪는 인생의 4계절』에는 인생을 봄은 어린 시절, 여름은 청년기,

중년기를 가을, 그리고 노년기를 겨울로 비유했다.

여성 역시도 비슷한 경험을 한다고 한다.

좀 더 감성적 성향을 보인다고 하지만.

“마흔 넘는 나이를 기점으로 인생의 여름이 지나고,

빠른 속도로 인생의 가을이 온다” 고 하였다.

물론 40년이 훌쩍 지난 책 내용이라 지금이라면 한 열 살은 더해도 좋을지 모른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그 의미는 분명하다.

가을은 빠르게 다가오고 더 짧게 느낀다는 것이다.


저마다 그 파릇했던 인생의 봄은 이제 아련한 아지랑이 같은 기억이요.

활화산 같던 뜨거웠던 청춘의 여름날은 누구나 한 가닥 자랑할 만한 전설로 남는다.

무릇 우리의 진짜 인생은 우리가 살아 낸 가을에 있다.

그렇다고 저마다 가을은 같지는 않다.

땀 흘려 거둔 수확한 것이 다르듯, 누구나 다 같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그 수확을 즐길 만한 여유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머뭇거리고 아쉬워할 시간이 없다.

누구나 그러하듯, 삶은 마냥 좋은 것도 아니고,

계속 나쁜 것만 다가오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다만 나쁘고 슬픈 것이 기억을 오랫동안 남는 착시현상을 일으킨다는 사실이다.

이 가을 산을 물들인 단풍처럼 인생의 가을 역시 아름답게 물들일 때가 되었다.


오늘도 아픈 오른쪽 둘째 손가락에 파스를 붙이고 골무도 끼고

더 늦기 전, 몇 날을 만지작 거린 이 글을 완성해 본다.

누구나 이 4계절 인생을 살지 않았는가?


가을은 짧다. 인생의 가을도 마찬가지이다.

가을 산을 온통 붉게 물들이듯

우리 가을도 그렇게 붉게 물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혹 다가올 겨울이 더 짧을지도 모르기에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