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시선이 되어

by 윤성

백 명의 사람들이 모였잖아

그들은 모두 하나의 점을 응시하고 있어


어느 날

너도 슬그머니 그들 틈으로 들어섰지


자연스럽게

그들이 응시하는 하나의 점으로

너의 시선도 향했어

백한번째 시선이 되어


꽤 한참을

그렇게 살았다는 걸 알아

백 명의 사람들이 응시하는 점을

너도 자연스럽게 응시하며 어느 날은

걷고

어느 날은 뛰고 어느 날은 울었지 어느 날은

쓰러져 잠들었잖아

어느 날은 악몽에 시달렸고


그러다 문득

너는 다른 게 보고 싶었어

너도 몰라 왜 그랬는지

너무

힘이 들었던 건지


용기가 필요했을 거야

시선을 돌릴 용기를 내기까지 너는 또 한참이

걸렸어

눈동자는 백 명이 응시하는 점에 꽂힌 채

다른 마음을 품고

또 자연스럽게 오랜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너는 시선을 돌렸어


하나의 점을 응시하는 군중 속에서

너는

살짝 틀어진 시선을 가진 유일한 한 명이 되었지

오로지 너만

흑백의 풍경 안에서

빨간 원피스를 입은 소녀처럼


그리고 처음으로 웃었잖아

처음으로


요즈음 너는

아직 모르겠다고 말을 해


모두가 응시하던 점에서 시선을 놓친 게

후회된다고 종종 말을 하고

어느 날은

너무 늦게 용기를 냈다고도 말을 해

사실 나도 모르겠어

백 명의 사람들이 응시하던 점에서 살짝

틀어진 너의 시선이

용기인지

객기인지


다만 확실한 건

네가 시선을 돌리던 순간 나와 눈이

마주쳤다는 사실

시선을 돌리던 순간 네가

빨간 원피스를 입고

흑백의 풍경 안에서 걸어 나왔다는 사실

덕분에

내가 널 볼 수 있었다는 사실


네가 그 때

처음으로 웃었다는 사실


그러니 후회하지 말자

문득 다른 게 보고 싶었던 그 날의 마음을


무채색이 아닌 다채로운 사람이 되고자 했던

그 날의 결심을


백한번째 사람이 아닌

첫번째 사람이 되기로 했던 그 날의


용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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