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괜찮아

by 윤성

너 아까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지


숨을 끝까지 들이마셔도

뇌로 산소가 시원하게 공급되지 못하는

그런 느낌을 또 받았지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고

미친 듯 반복하다가

결국 화가 나고

가슴은 터질 것처럼 답답했지


이러다 숨이 막혀 죽겠다 싶었지

이번이 처음도 아닌 거 알아


오늘 오후처럼

네 마음을 괴롭히는 일들이

마구 겹치는 순간은

이전에도 셀 수 없이 많았으니까


그때마다

너는

유독 숨을 못 쉬었잖아


어려운 수학문제도 아니고

또렷한 지침 없이 처리해야 할 업무도 아니고

지진이 난 것도 아니고

누가 널 때리는 것도 아닌데

너는


힘들 때 숨을 잘 못 쉬잖아

아가들이

엄마 뱃속에서 나오면서부터 코로 하는

호흡

너는 그게 힘들어지잖아

벼랑 끝에 몰릴 때면 말이야


그런데

너 알지?

너 되게 똑똑한 거


아까 끝까지 들이마시는 숨에

집착하다가

결국 세상이 빙빙 돌고

허리를 펼 수 없어 쪼그리고 앉아

무릎 사이로 고개를 파묻고 소리내어 울다가

울부짖다가


너 비닐봉지를 뜯어 들고

다용도실로

갔잖아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인터넷에서 찾아본 것도 아닌데


너는


아마 처음 숨을 쉬기 힘들었던 순간부터

그걸 본능적으로 알았지


너를 괴롭히는 일들로부터

사람들로부터

잠시 혼자 섬처럼 동 떨어져

비닐봉지에

코와 입을 넣고 숨을 줄여야 한다는 걸

너무 열심히 쉬던 숨을

잠시

멈춰야 한다는 걸


천천히

뱉은 숨을 다시 마시고

다시 마시고


끝까지 숨이 쉬어지지 않아도

열 번만 참자

마음 속으로 되뇌면서


다용도실에 쪼그리고 앉아 그러는

네 스스로가 불쌍해

눈물이 흘러 넘쳐도

아니야 불쌍한 게 아니야

똑똑한 거야

할 수 있어

쉴 수 있어

마음 속으로 외치면서


너 참 잘하더라

너 참 잘했어


마침내

비닐봉지를 떼고

호흡을 들이켰을 때

뇌 세포 끝 자락까지 산소가 가득 공급되는

그 기분

안도하던 네 표정

아무도 모르는

너만 아는 네 표정 말이야

어찌나 기특하던지


들이마시는 호흡을 다섯 번에 하고

내쉬는 호흡을 일곱 번에 하고

그걸 또 한참 반복했지

네 성에 찰 때까지


이윽고 천천히 몸을 일으켜

집 안으로 들어왔을 때

네 호흡은 편안했어

다시 너를 괴롭히는 일들을 마주해도

아까보다 훨씬 쉽게

너는

숨 쉴 수 있었어


너 있잖아

그거 정말 대견한 거야

특별한 거야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니잖아

숨 쉬기 어려웠던

수많은 시간들 속에서 네가

스스로 터득한 거잖아


그러니까 너

괜찮아

너는 늘 괜찮았고

지금도 괜찮고 앞으로도 괜찮을 거야


추운 밤

다용도실에 쪼그리고 앉아

비닐봉지로 호흡을 조절하는 네 모습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내가 있어


누군가는 화려한 공간에서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누군가는 따뜻한 공간에서 평온한 시간을 보내고

누군가는 재밌는 영상을 찾아

깔깔거리며 웃고

누군가는 사랑하는 연인과 달달한 시간을 보낼 때


그저 숨 쉬려고

편하게 숨 쉬고 싶어서 노력하는

너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내가 있어

나는 모든 순간 네 옆에 있어 네 어깨를 꼭

잡고 있어

계속 말하고 있어


너 괜찮아

라고


가끔 그래도 괜찮고

자주 그래도 괜찮고 다 괜찮아 라고


지금도 말하고 있어

들려?


너 괜찮아

잘하고 있어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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