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를 호-

by 윤성

사무실 창밖으로는

아직 붉고 노란 가을 나무들이 한창인데


퇴근길

건물을 나서자

눈치 없이 차가운 공기가 훅-

콧구멍을 파고 들었다


문득 내게 따뜻했던 사람들이 떠올랐다


어릴 적

국민학교 앞 문방구

50원 짜리 쥐포를 땅에 떨어트리고 울고 있던 나에게

울지 말라며

새 쥐포 하나를 쥐어주던 아저씨


중학교 때 수학여행으로 갔던 설악산에서

깔깔대던 우릴 한참 바라보다가

다 같이 서보라며

흙바닥에 무릎까지 꿇고 사진을 찍어주던 할아버지


늦은 밤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으로 가던 중

이상한 아저씨가 쫓아와 잔뜩 겁에 질렸던 나의 손을 잡고

집 앞까지 함께 걸어줬던 아줌마


오리엔테이션에서 받은 책들을 가방째 잃어버려

속상했던 나와 함께

오후 내내 캠퍼스를 샅샅이 뒤져 기어코 책가방을 찾아줬던

이름 모를 선배


유난히 어지럽던 출근길 지옥철에서

창백한 날 보더니 이리 오라고

얼른 여기 와서 앉으라고

내 손을 잡아 끌어다 자리로 앉혔던 할머니


발목 다친 아이를 업고

반쯤 정신이 나가 응급실 여기저기를 다니던 내게 다가와

아기엄마 치마 다 올라갔다,

말려 올라간 치마를 다리 아래로 끌어 내려주던 청소 아주머니


눈치 없이 차가운 공기가 훅-

콧구멍을 파고 드는

이 계절


나랑 찰나처럼 스쳤던 그들은

지금

무얼하고 있을까?

서랍 깊숙이 넣어뒀던 기억의 조각들이

온기를 호-

뱉어내고 있다

다친 마음을 어루만지듯 호-


사무실 창밖으로는

아직 붉고 노란 가을 나무들이 한창인데


벌써 그리운가보다


스치는 인연에 선뜻 내어준

덥썩 받았던

누군가의

온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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