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한 낡은 간판. 늦은 밤, 그 낡은 간판의 낭만을 기록해본다. 지금은 문을 닫은, 그런지 꽤 되어 보이는 작은 분식집이었다. 촌스러운 폰트, 유행 지난 색감. 먼저 간판을 올릴 때 벅차 올랐을 설렘을 떠올렸다. 새로 들인 주방 기기들과 겹겹이 쌓여 손님들을 기다렸을 떡볶이 접시. 모든 게 반짝반짝- 깨끗하고 빛났을테지. 레시피에 대한 자신감으로 떡, 어묵, 고추장, 김밥 재료들도 잔뜩 냉장고를 채웠을 거다. 가게 문이 열리고 어느 오후엔 학생들이 바글바글 했겠다. 또 어느 저녁엔 직장인들이 늦은 끼니를 해결하러 들렀겠다. 재잘재잘, 어느 순간의 고민들을 서로 털어놓으며 갓 끓여 낸 떡볶이를 먹었겠지. 휘리릭- 말아 무심한 듯 툭툭 썰린 김밥을 입이 미어터지게 넣고 씹었겠지. 따끈한 어묵 국물도 마셨겠지. 바삭한 튀김을 떡볶이 양념에 찍어 먹었겠지. 누군가 먹고 나가면 주인은 그 자리를 치우고, 또 다른 누군가가 그 자리에 머물고, 다시 누군가 먹고 간 접시를 씻어 개수대에 올려두면 물기가 채 마르기도 전에 또 다른 손님이 들이 닥쳐 정신 없는 매일이 이어지던 시기도 있었을 거다. 몸은 힘들어도 하루하루 그리 번 돈으로 사랑하는 이에게 뭔가 사줄 때면 주인은 얼마나 기쁘고 뿌듯했을까? 언젠가 과거형으로 그려질 행복한 나날들이 이어졌을 테지. 그러다 비가 오고 눈이 내리고 거센 바람이 불고 간판은 분식집 주인도 손님들도 알게 모르게 조금씩 닳아갔을 거다. 그저 상황이 바뀌었겠지.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그저 상황이 바뀌었겠지. 시끌벅적 정신이 없던 시간대에 서서히 손님이 줄고, 냉장고를 가득 채웠던 갖은 양념과 떡, 어묵, 고추장, 김밥 재료들이 쓰레기통을 향하고, 결국 몇몇 되지 않던 단골들의 발길마저 끊겼을 때 주인은 그제야 발견했을까? 한때 설렘으로 달았던, 이제는 빛이 바랜 분식집 간판을. 골목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한 낡은 간판, 문 닫은 지 꽤 되어 보이는 작은 분식집. 지금은 그 곳에 누가 머무르고 있을지 상상해본다. 어쩌면 간판처럼 늙어버린 주인은 쪼글쪼글한 표정으로 텔레비전을 보고 있을까? 철 지난 드라마를 보고 있을까?
아니면 그 곳을 버리고 새로운 곳으로 떠났을까? 새로운 곳에서 다른 모습으로 행복한 나날들을 이어가고 있을까? 현재 진행형으로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