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재-초등수학 심화 공부법
40을 눈앞에 둔 교사인 나도 '수학'이라는 말을 들으면 자신이 없어진다. 수능 수리영역에서 두 번이나 고배를 마셨던 아픈 추억 때문이다. 수학에서 좋은 등급을 받지 못한 이과생이었던 나는 결국 꿈꾸던 학과에 진학하지 못했고 그 일은 그때까지의 내가 인생에서 맛본 가장 힘든 시련이었다. 학창시절 수학을 꽤나 좋아하고 잘 하는 학생이었던 내가 왜 유독 수능에서 약했을까? 한때 나의 아킬레스건이었던 그 물음에 명확한 답을 내려주는 책을 만났다. 바로 류승재 작가의 '초등수학 심화 공부법'이다.
저자인 류승재 작가는 수학 강사이다. 교려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했으며, 대학 시절 과외를 시작으로 사교육에 발을 들여 24년째 강사로 활동 중이다. 이 책의 전작인 <수학 잘하는 아이는 이렇게 공부합니다>가 큰 인기를 얻었고 운영중인 유튜브 채널 <공부머리 수학법>도 구독자가 6만명이 넘는다. 나도 저자의 전작을 읽었고 유튜브 영상과 쓰레드도 자주 보는데 이렇게 여러 채널에서 유용한 정보를 꾸준히 올려주시는 열정과 에너지에 감탄하며 아이 수학 학습이 고민일 때 가장 먼저 이 분의 영상이나 저서를 찾아보곤 한다.
하지만 이 분이 주장하시는 올바른 수학 공부법은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책이나 영상도 한번 봐서는 부족하다. 천천히 오랜 시간을 들여 완성해나가야 하는 그 과정이 무엇인지 오늘 이 글에서 소개해보고자 한다.
아이가 처음 수학 공부를 시작할 때 스스로 읽고 공부하게 합니다. 처음부터 이렇게 습관을 들이면 아이는 수학 공부는 원래 혼자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처음 배우는 개념을 스스로 읽고 깨달아야 하기에, 이 과정에서 이해력과 추론 능력이 발달합니다. 이후 심화교재까지 학습하게 되면 어려운 문제를 오랫동안 고민하여 푸는 과정에서 문제해결력과 수학적 사고력이 발달합니다. (p.18~19)
이 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인데, 처음 읽은 순간 충격이었을 정도로 의아했다. 나는 수학에서 처음 접하는 개념은 학교든 학원이든 엄마표든 당연히 교습자의 강의 혹은 설명을 들어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꽤 까다로운 과목인 수학을 스스로 '읽음으로써' 이해하는 것이 가능하다니. 물론 저게 되는 애들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아이들에게도 적용이 될까? 더 읽어보기로 했다.
초중등까지는 시험이 쉬워서 이런 지식의 전달만으로 어느 정도 성과가 나고, 아이가 수학을 잘한다는 착각을 만들어 내기도 쉽습니다. 사교육으로 초중등까지는 어느 정도 커버가 된다는 뜻입니다. 왜냐하면 사교육이 가장 잘하는 것이 정보 전달과 빠른 선행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고등부터는 어려워진 학습 내용과 상대평가라는 장벽에 부딪칩니다.(중략) 결국 부모가 나서야 합니다. 개념을 혼자 공부하는 올바른 방법을 알려 줘야 하고, 이를 통해 수학력이 형성되도록 해 줘야 합니다. (중략) 아이가 올바른 습관을 형성하면 지금 당장은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보다 뒤처지는 것 같아 보여도, 결국에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욱 수학을 잘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은 지식을 쌓았지만, 혼자 공부한 아이들은 수학력을 길렀기 때문입니다. (p.20~21)
초등 성적은 엄마성적, 중등 성적은 학원 성적, 고등 성적이 진짜 학생의 성적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고등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가 어렵다는 의미일 것이다. 고등학교 성적, 나아가 대입까지 길게 본다면 초등시절 사교육에서 강의식으로 학습하는 것보다 혼자 공부하는 것이 수학력을 쌓는데에 더 도움이 된다는 부분이다. 집에서 하기가 힘들다면 수학력을 길러주는 학원을 찾는 것도 좋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나 그런 학원을 찾는 것이 만만치 않게 어렵고 설령 운좋게 찾았더라도 집에서 공부 습관을 잡아주는 활동들을 병행해야 한다는 부분을 보니 결국에는 수학도 습관인가보다.
공부는 동기부여가 아닌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습관으로 하는 것입니다. (중략)초등부터 재수생까지 가르쳐 본 경험에 따르면,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진로, 미래의 가능성, 금전적 이유 등 아이들이 혹할 만한 내용)를 완벽한 논리에 담아 아이들에게 얘기해 줘 봤자 그렇게 생긴 동기는 하루 이상 못 갑니다. 물론 중고등학생이 되고 꿈이 생기면 그게 공부의 원동력이나 동기로 작용할 수 있지만, 이 역시 공부 습관이 제대로 잡혀 있을 때 시너지를 발휘할 뿐 결국엔 공부 습관이 더 큰 힘으로 작용합니다.(p.82)
완벽한 동기부여가 된 아이들이 아니라, 공부 습관이 제대로 잡힌 아이들이 공부를 잘한다는 것이다. 결국 가장 어려운 '습관'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렇다면 저자는 공부 습관을 들이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을 무엇으로 꼽을까?
공부 습관을 들이는 첫걸음은 계획표입니다. (중략) 계획표는 아이와 함께 짜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와 합의해 일단 계획표를 만들었으면, 이제는 이렇게 공부해야 한다고 얘기를 해 줍니다. 예측 가능한 일상은 아이를 편하게 만들고 관성적이고 지속적인 행동은 습관을 만들어 줍니다. (중략) 학습량이 부족하거나 집중하지 않았다고 약속된 시간을 넘겨서 더 공부하게 하면 안 됩니다. 아이와 같이 짠 시간표는 서로의 신뢰고 약속입니다. (p.83~84)
초등부터 학원이나 집에서 강제로 일정한 학습량을 마무리해야 공부가 끝나는 식으로 공부한 아이들은 중등 시절 여러 가지 부작용을 겪습니다. 빨리 공부를 끝내려고 하니 올바른 개념 공부법을 체화하지 못하고, 숙제를 날림으로 하여 오답이 많고, 집중력 없게 푸는 게 습관이 되며, 특히 어려운 문제는 도전하지 않고 건너뛰거나 질문으로 해결하기에 심화 능력이 생기지 않습니다. 따라서 처음 혼공을 시작할 때는 시간제 공부법이 바람직합니다. (p.86)
계획표를 아이와 함께 짜고, 시간제 공부법을 적용하여 실천하라는 부분을 읽고 나도 아이와 집에서 하는 공부를 시간제로 바꾸고 째깍째깍 소리가 나지 않은 작은 탁상시계를 사 주었다. 이 방법으로 한 지 일주일 정도 되었는데, 아이에게 물어보니 기존의 양을 채우는 공부법보다 더 좋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3학년 아이 기준 2시간을 잡았는데, 1학년인 우리 아이와 몇 번 시도해본 결과 처음 시작한 40분이 너무 길다 싶어 30분으로 1차 변경하고, 25분으로 2차 변경하여 지금은 정착했다.
그렇다면 초등 시절 1그룹의 자녀가 고등 시절 3등급이 아닌 1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 공부해야 할까요? 첫 번째, 심화 능력을 높이기 위해 올바른 방법으로 심화 공부를 해야 합니다. 심화 능력은 벅찬 문제들을 스스로 힘겹게 해결하면서 높아집니다. 따라서 힘겹더라도 조금씩 난도를 높여가면서 심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두 번째, 개념 이해 능력을 높이려면 언어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그러려면 독서가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초등 때부터 일주일에 단행본 1권 정도 스스로 책을 선택해 읽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세 번째, 평가하면서 마무리하는 습관을 일상 속에서 길러야 합니다. 메타인지를 높이기 위한 중요한 연습입니다. 가령 라면을 끓였는데 맛이 없었다면 왜 맛이 없는지를 평가해 보는 겁니다. 이렇게 일상속에서 평가하는 습관을 들이며, 수학 문제를 풀 때도 평가하면서 마무리하도록 지도합니다.
네 번째, 더 많은 학습과 복습을 열심히 할 수 있는 성실성을 길러야 합니다. 수학은 추상적인 언어로 되어 있는 학문이라, 공부한 내용이 장기기억에 저장되어 강력한 뇌 연결고리를 형성하려면 충분한 연습과 반복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p.47~48)
이제 비로소 제목에 대한 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학창시절의 나는 심화 문제를 푸는 연습을 안 했고, 언어능력이 뛰어나지도 않았으며 메타인지 또한 부족했다. 또 특별히 성실하지도 않았다. 그랬기에 나는 수능 수리영역 1등급을 받지 못한 것이다. 돌이켜보면 내가 수학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던 시기는 중학교부터였는데 그때 나는 학원에서 고등학교 과정 선행을 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개념으로 중학교 수학을 푸니 너무 쉬웠던 것이다. 그렇게 교내 수학경시대회에서도 대표로 뽑혔지만 시대회에서 수상을 하지는 못했다. 정작 현행인 중학교 내용은 제대로 깊이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었고 심화 문제도 풀지 않았기 때문에 마치 모래밭에 성을 쌓는것 처럼 위태로웠고 그렇게 쌓아올린 성이 고난도의 문제 해결력이 요구되는 수능 4점짜리 문제에서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아직도 20년 전 수능에 대해 아쉬워하기엔 너무 긴 시간이 흘렀고 나는 그때보다 훨씬 성숙해야만 하는 어른이 되어간다. 이 오래된 아쉬움을 이제 마음속 다락방에서 꺼내어 먼지를 탈탈 털어본다. 그리고 햇살이 잘 드는 곳에 올려놓는다. 이젠 오래된 기억을 바라보며 아쉬워하기보다 내가 만나는 미래 세대의 발판으로 써야지 생각한다. 우선 내 아이에게 적용해보려고 한다. 공부습관을 잡기 위한 꾸준한 활동을 하고, 수학적 개념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언어 능력도 길러줘야겠다. 그러려면 독서가 필수겠지. 또 문제해결력이 길러지도록 심화 문제를 오랜 시간을 들여 풀게 해야겠다. 내가 이 글에 다 옮기지 못한 개념 이해와 심화 공부는 어떻게 하는지의 구체적인 방법과 그 과정에서 필요한 문제집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가 책에 훨씬 풍성하게 담겨 있으니 류승재 작가의 수학 공부법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책을 구해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벌써 아홉번째 글을 썼다. 여기까지 마무리하고 나니 의외의 발견을 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결국 어떤 교육서를 읽든 비슷한 결론이 난다는 것이다. 습관, 성실함, 언어능력, 문제 해결력등이 본질이라는 아주 뻔한 답 말이다. 수학이든 영어든 국어든 쉬운 길은 없는 것 같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그 길이 바로 정답 아닐까? 오늘도 이미 알고 있었던 뻔하지만 확실한 정답을 다시 한번 더 되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