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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pplepie Oct 24. 2022

목요일 세 여교사의 조퇴


 목요일은 사실 조퇴를 쓰기 아주 좋은 날은 아니다. 그 전날인 수요일은 전 학년 6교시가 없는 날인데다 매달 마지막은 문화가 있는 날이라 그것을 즐기러 가기에도 좋고 'hump day'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 주를 힘겹게 나고 있는 중간이라 조퇴를 쓰면 그 힘듦을 상당히 경감시킬 수 있어 좋은 날이다. 금요일은 또 말해 뭐하겠는가. 금요일의 조퇴는 주말의 연장이자 평일의 끝을 조금 일찍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많은 교사들에게 조퇴의 정석으로 선호되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교사가 수,금에 조퇴를 한다는건 아니다. 꼭 조퇴를 한다면 수,금이 가장 좋다는 것. 요즘 분쟁을 담당하느라 아주 작은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필자의 콩알같은 마음을 헤아려주시길.)


 이렇게 조퇴를 쓰기 애매한 목요일 오후, 6학년 1,2,3반 교사가 모두 조퇴를 냈다. 야 너두? 야 나두! 하며 일찍 퇴근할수 밖에 없는 각자의 사연을 들어보았다.

그 중 가장 막내인 1반 담임교사는 요즘 얼굴이 말이 아니다. 올해 학교를 옮기면서 새학교에서 모두가 기피하는 학교폭력 업무를 강제로 떠안은데다 요즘 연달아서 학폭 2건이 터졌기 때문이다. 한 건이 마무리 되기도 전에 또 다른건이 겹쳐서 터지다니. 1반 담임은 자신의 운을 1학기에 다 써버렸다고 확신했다. 담임인데다 학폭을 처리하려니 숨이 턱턱 막히는 업무량에 상사에게 항의를 하는 날도 많다. 과한 스트레스로 위와 식도가 쓰리는 증상이 나아지지 않아 조퇴를 냈다. 정확히는 '병조퇴'이다.


 2반 담임교사는 운동부 아들을 두고 있다. 본인도, 남편도 공부를 꽤 잘했고 중학생인 첫째 딸도 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리고 있어 공부 외의 진로를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운동을 사랑하고 심지어 운동부에 들어가겠다는 막내아들의 뜻을 꺾지 못했다. 아이들이 태어났을때부터 늘 이렇게 아이들의 뜻을 존중해줬다. 부부 사이가 남다르게 좋을 뿐더러 부모 자식사이도 다른 집에 비해 각별하여 아이들이 사춘기가 왔어도 여전히 주말에 캠핑을 가는 등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다. 아이들이 본격적인 수험생이 되기 전까지 전국을, 세계를 함께 누비고 싶었는데 아들이 운동부에 들어가면서부터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거의 주말마다 있는 경기, 심지어 미리 공지되지도 않는다. 가족 여행을 가려고 숙소를 예약했다가 취소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오늘도 그렇다. 어딘가에서 경기가 있어 그곳에 가야한다. 조퇴를 내고.


 가장 맏언니인 3반 담임교사는 아들이 하나 있는 집의 며느리이다. 오늘은 시댁에 제사가 있는 날이다. 오늘 수업 끝나고 시댁에 가야한다는 생각에 출근하기가 싫었다. 차라도 고장나길 바랐으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음식은 시어머니 당신께서 하신다고 했지만 그 많은 손님들을 대접한다는것 자체가 스트레스다. 조퇴하는 발걸음이 무겁다.


 이 세명의 이야기는 아주 조금만 각색한 실화이다. 실제 3일전 나를 포함한 우리 학년 교사들의 이야기이다. 이 날 나는 워킹맘들의 삶이 얼마나 고단한지 생각했고 글을 쓰게 되었다. 아주 평범했던 목요일, 이 글의 셋 중 하나는 '워킹'을 해내기가, 하나는 '맘'을 해내기가, 다른 하나는 '와이프'를 해내기가 특별히 어려웠다. 같은 날 조퇴를 쓰지 않은(사실은 않아도 되는) 교사 둘은 미혼이거나 자녀가 없는 경우였다. 하지만 내가 가장 사랑하는 교직의 특성-워킹맘 선배들이 많다는 것-이 있기에 나는 연대감을 느끼며, 많은 조언에 도움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덜 힘겹게 살아간다. 동료들이 이 글을 볼 일도 없을테고 사실은 그들이 보지 않길 바라지만 그들을 향한 사랑을 가득 담아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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