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획순에 맞게 한글 쓰기
벌써 10월 하순에 접어들었습니다. 역시 2학기는 빨리 갑니다. 곧 있으면 날이 더 쌀쌀해지고 아이들 성적처리를 준비하는 날이 오겠지요. 아이들과 헤어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아 후련하면서도 아쉬운 마음이 미리 진하게 남습니다. 뭘 덜 한것 같은 이 찝찝함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앉아서 곰곰이 생각하다 결심했습니다. 브런치에 글을 쓰자! 독자로 설정한 대상은 2학년이 아직 되지 않은, 예비 초1, 초2 학부모님들입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존댓말로 글을 써 봅니다. 글을 쓰며 정보전달과 함께 제 머릿속에 있는 생각과 마음속에 있는 뭔가를 안 한것 같은 찝찝함도 함께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주제는 예비초 2(혹은 예비초 1)이 내년 2월까지 해야할 것-다시 말해 2학년이 되기 전에 갖춰야 할 것으로 정했습니다. 2학년 담임을 몇 번 하다보니 이런 것이 좀 정리가 되는걸 보니 역시 경험이 가장 큰 자산이라는 것을 느낍니다.
시리즈의 1탄으로 선정한 것은 '획순에 맞게 한글 쓰기'입니다. 제가 이 얘기를 제 아이 친구 엄마들 몇 분에게 한 적이 있는데 다들 얼굴을 붉히시더라고요.
'나도 획순에 맞게 안 쓰는데...'라고요. 괜찮습니다. 제가 확신컨대 어머님들이 틀리신다는 획순은 ㅇ의 방향을 틀린다거나 ㄹ을 한 획순에 쓰는 것 정도일 것입니다. 그런건 글씨를 빨리 쓰기 위해 성장하며 익힌 스킬 같은 것에 불과하며 큰 오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마 어머님들 대부분은 2학년이 되기 전 바른 획순으로 한글을 쓰셨을 겁니다. 반면 제가 강조하는 한글쓰기 획순-요즘 2학년들이 많이 틀리는 것-은 이것입니다.
'위에서 아래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 대 원칙을 지키지 않는 아이들이 교실에 많습니다. 저는 3월 첫날 이것을 보았지만 부끄럽게도 지금까지 고쳐주지 못했습니다. 고치려는 시도는 물론 했지만 습관은 그렇게 간단히 몸에 붙는 것이 아니며, 2학년 담임은 1년간 숨가쁘게 2학년 교육과정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획순 맞춰 쓰기를 위해 따로 낼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불행히도 2학년 교육과정엔 획순에 맞게 한글쓰기와 같은 기초 쓰기는 들어 있지 않으며 대신 감사편지 쓰기, 설명하는 글 쓰기 등 훨씬 많은 양의 한글을 내용과 형식에 맞게 쓰는 것을 배웁니다. 교과서 기준 10줄정도의 글을 쓰기 위해서 획순에 맞는 한글쓰기가 필수임을 짐작하실 수 있겠지요. 이때까지 획순에 맞지 않게 글씨를 쓰는 친구들은 빨리 쓰기도, 예쁘게 쓰기도 어렵습니다. 글자라는 도구가 갖춰져 있질 않는데 당연히 내 생각을 담은 완성도 있는 글이 탄생하기 힘들겠지요.
(과거 나이 기준)현 7세, 8세아이라면 일단 한글을 꽤 써본 친구들도 흔할 것입니다. 가정에서 아이가 글씨 쓰는 것을 관찰하시고 틀리는 지점이 있다면 바로 잡아주세요. 반복해야 손에 익습니다. 제 아이도 ㅗ를 쓸때 아래에 있는 ㅡ를 먼저 쓰곤 했는데 자꾸 잡아주니 순서에 맞게 쓰더군요. 획순에 맞지 않게 쓰는 것이 조금 있다고 해서 이미 낱말, 문장을 쓰는 아이에게 한글 기초 문제집을 들이밀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나, 틀리게 쓰는 것이 많다면 기초 문제집으로 한글쓰기를 몇번 연습하고 가는 것도 추천합니다. 더불어 연필을 바르게 잡고 있는지도 확인해 주세요. 너무 연필심 가까이 바짝 잡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제가 어렸을때엔 몽당연필의 미덕(절약)에 대해 배웠던것이 기억나나, 바른 글씨쓰기에서는 몽당연필은 좋지 않은 존재입니다. 아이의 필통에 10센티미터 이하의 연필이 있다면 과감히 버려주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저장하고 여러 날에 걸쳐서 쓰고 있는데, 어제 받아쓰기를 볼 때에도 한 분단 아이들이 모두 'ㅁ'을 한 획에 쓰는 것을 보고 속상했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2학년 때 획순을 바로잡기엔-불가능한건 아니지만- 늦습니다. 낱자보다 훨씬 긴 글을 쓸 일이 많기 때문에 잘못된 습관 또한 강화되기가 쉽지 소거되기는 어렵습니다.
저도 아이 필통에 있는 몽당연필을 버리러 가야겠습니다. '위에서 아래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 대 원칙을 먼저 지킨 다음 자모의 바른 획순을 기억한다면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