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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Luna Sep 13. 2022

앞으로도 계속될 나의 방황을 지지하며

방황 일기를 마치며

“나는 너무 후져”

나의 비애는 아무것도 안 하고 나를 아주 괜찮은 사람으로 남들이 알아봐주길 원했다는 것이다.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떠보는 일을 그만뒀다”  

누가 나를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는지 관찰하는 일도 그만뒀다. 누군가 나를 좋게 생각한다고… 기뻐하는 일도, 나쁘게 생각한다고 앙심 품는 일도 그만뒀다. 남의 마음에 들지 않을까 걱정하는 일도 그만뒀다.


“삶이 간결해져서 좋았다.”

그 대신 앞으론 뭘 할까만 생각했다. 세상 어디선가 나를 필요로 한다면 거기 가서 그 일을 잘해내고 싶었다.


『아무튼, 메모』



햇볕은 뜨거운데 바람은 가을을 머금고 있어서 더우면서도 선선한, 아침저녁은 가을이지만 낮은 여름인,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요즘이다. 한여름에 쓰기 시작한 나의 방황 일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딱 맞는 날씨 같다.


나를 알아가는 과정을 마무리 짓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는, 변화의 기로에 선 나와 같달까.


방황 일기 초입은 찌질하고 우울한 감정으로 가득했다면 마무리 즈음은 밝고 행복한 감정으로 가득 찬 느낌이다. 이렇게 마무리 지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직장인으로서 나를 돌아보며


사기업과 공공기관에서 10년간의 직장생활을 돌아보며, 처음에는 꽤 의기소침해져 있었다. 나는 끈기가 부족한 사람일까? 전략이 부족한 사람일까? 무엇이 잘못된 걸까? 자책하기도 하였다.


나를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며 나를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찾아낼 수 있었다.


나는 끈기가 없는 게 아니라, 업무가 익숙해지고 컴포트존(comfort zone, 안정적이고 신뢰할만한 성과를 보이는 현재의 최대 수준)에 들어서면 단순반복 업무로 인식되고 힘들어한다. 즉, 끊임없는 성장과 발전을 추구하는 형이다.


‘민원 응대의 교과서’라고 불리기도 했던 나의 친절함과 상냥함, 사교성 ‘내가 이용당했나? 바보 같다’며 약점으로 평가했지만, 버려야 할 게 아닌 보완·발전시켜야 할 강점이었다.


문제해결력(사실 확인, 이슈화, 정리된 보고서)으로 어느 곳에서든 빠른 신뢰를 획득하는 강점도 갖고 있다.


아울러 콘텐츠 있는 사람과의 대화, 자극을 주는 사람을 통해서 성장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환경으로 인간관계 조직 분위기를 중시한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다음 나의 직장은 1순위 성장, 2순위 인간관계로 두고 움직인다는 확실한 기준을 세우게 되었다. 창의적이고 주도적인 일이었으면 한다는 점도 당연히 고려해야 할 테다.



빛나는 자리에서 일해보지는 않았지만


나의 근무부서는 모두 빛이 나지 않는 자리였다.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직원들이 떠나는 자리, 직원들의 불화가 심하여 분위기가 안 좋은 부서, 까다로운 민원을 대응해야 하는 부서 등. 나의 정치력이 부족하여, 전임자 복이 없어서 힘든 부서에 업무인계도 제대로 못 받고 늘 고생만 하는구나 싶었다.


결과적으로 동기 중에서 가장 빠르게 승진을 하였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왔지만 돌이켜보니 그럼에도 맡은 일을 묵묵히 하다 보니, 결정적인 순간에 윗분들이 항상 큰 힘을 써주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모든 근무부서에서 상을 받았다. 내가 쓴 팀 활동 보고서로 선배가 대표로 상을 받기도 했고, 대학에서 연달아 최우수부서상받았다.


어느새 직원들끼리 싸우는 부서에서 분위기 좋은 부서로 변화하고, 기본 업무 외에서 성과를 창출해내는 부서로. 여기에는 팀원을 잘 돕고 손해 보듯 일했던 내 몫도 조금은 있지 않았을까.


결국 나의 태도 틀리지만은 않았다는 결론도 내려본다.



내 삶의 목적은


행복한 삶.
어제보다 조금씩 나아지는 성장·발전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남편과 함께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여유를 갖는 것.
남편과 매일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크게 웃는 것.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는 것.
직장에서 작은 성취들을 조금씩 쌓아가는 것.

 ⦙

방황 일기를 마치며 회사를 퇴하고 어떤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결론 지었으면 멋졌을까 싶지만. 일평생을 방황해온 나와는 왠지 맞지 않을 것 같다.


특별하지 않은 지극히 보통의 인간이라고 생각해 온 나는, 앞으로도 계속 찌질할거고, 약할거고, 방황할테다. 


변화가 있다면, 이제는 사회의 잣대에 흔들리고 상처받는 것이 아닌, 나의 잣대로 세상을 바라보고, 나의 행복을 우선으로 삼으면서 흔들리면서도 앞으로 나아갈 거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런 나를 계속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지속될 방황을 지지할 거라는 것이다. 


“인생은 직선이 아닌 곡선이고,
지그재그로 뻗어 나가요.
 
저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과정을 거쳐,
지금의 일을 찾게 되었죠.
 
이런저런 관심사를 넓히다 보면,
늦게 갈 수밖에 없는 것도 맞아요.
 
중요한 건 과정에서
스스로 동기 부여를 꾸준히 하는 겁니다.
돌아봤을 때, 지나온 과정들이
 모두 경쟁력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거죠.”

"데이비드 엡스타인 :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 미서치me-search에 있다". 롱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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