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회사에 6년간 다니면서, 내가 회사에 불만인 부분도 있었지만
사장님이 나에게 불만이었던 부분도 꽤나 많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조울증 환자로 치료 기간이 올해로 7년 조금 넘어간다.
가장 증상이 심각했을 때도 회사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회사에서 나의 행동들은 누군가에게 많은 불편함을 줬을 것이다.
나는 늘 울상을 하고 모두 나를 싫어한다는 피해망상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눈물을 흘리며 점심시간에도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퇴근해서도 병원에 가야 했다.
그렇게 심각한 상태로 1년을 버티다가 중간에 회사를 5개월 정도 그만뒀었는데
그때 치료받으면서 많이 좋아졌고 슬슬 취업을 생각할 때쯤 다시 회사에서 연락이 와서 재입사를 하게 됐다.
재입사를 하면서 한동안은 좋았으나 또다시 일이 터졌다.
나의 직속상사의 업무처리 때문에 불만이 많던 사장님과 회장님이
나에게 업무 권한을 넘기면서 상사와의 갈등이 시작됐다.
나는 스트레스에 취약하기 때문에 상사의 괴롭힘에 다시 고통이 시작됐다.
상사는 나에게 말을 걸지도 않았고 나에게 뭔가 알려줘야 할 사항이 생기면
기존 자료는 모두 삭제하고 껍데기만 있는 파일을 전달해 준다던지,
업무인수인계를 메일로 달랑 몇 줄 써서 보내주고는 모르쇠 하는 방식으로 나를 괴롭혔다.
여름휴가를 갔다가 내 기념품만 사 오지 않는 치사함까지 보여줬다.
나는 견디고 견디다 2024년 월초에 다시 상태가 나빠지는 걸 느끼고 사장님과 면담을 했다.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했지만 사장님은 조금 기다리면 상황을 나아지게 할 거라며 기다리라고 하셨고
나를 설득하는 말에 나도 알겠다고 대답은 했지만 자신은 없었다.
사실 업무적으로 집중력도 많이 떨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실수도 잦았다.
결국 내 실수로 1억짜리 입찰을 놓치는 큰 사고를 치게 됐다.
사장님은 나를 해고하는 대신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고 넘어가자며 덮고 가는 걸 택하셨다.
회사에서 꼭 필요했던 건이라 많이 답답하셨을 텐데...
그러나 나는 더 큰 실수를 하게 될까 봐 무서웠고 업무에 집중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몇 달 후 다시 퇴사한다고 했지만 사장님은 왜인지 또 말리셨다.
일도 못하고 실수가 잦은 직원을 정리할 법도 한데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이도 저도 못하고 회사를 다니며 내가 회사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러다 다니던 정신과를 바꾸고 바꾼 병원에서의 권유로 ADHD 약을 먹으면서 상황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집중력이 생긴 것이다.
약의 힘은 대단했다.
약을 먹기 전엔 모니터를 바라보며 내가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머릿속이 엉망이었는데
약을 먹고 나서는 체크리스트를 하나 둘 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회사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다. 내 위에 상사가 그만두게 되면서 새로운 팀장이 오게 된 것이다.
새로운 팀장님은 털털한 성격으로 편하게 해 주었고 업무적으로도 배울 게 많아 보였다.
그렇게 나는 여러 번의 고비를 넘기고 아직도 회사에 남아서 근무 중이다.
여전히 부족한 점이 더 많은 직원이지만 내가 그만두고 싶어 할 때 잡아준 사장님께 감사함을 느낀다.
만약 내가 회사를 그만뒀다면 정신적으로 더 힘든 상황이 닥쳤을지도 모른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앞으로 치료를 열심히 받아서 회사에 도움이 될 수 있을만한 사람으로
더욱 성장하고 싶은 게 지금의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