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에 방수기능사 자격증이 필요할까?
우리 회사는 방수자재 제조, 판매 업체이다.
제조업과 건설업 면허증까지 가지고 있는데 나는 제조업 법인에 속해있다.
그 당시 회사에도 도움 되고 내 경력에도 도움 될 자격증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방수기능사' 자격증에 대해 알게 됐다.
회계, 컴퓨터 자격증은 지겨웠기 때문에 새로운 걸 찾는 나에게 딱이라 생각됐다.
넓은 네모난 판에 방수시트를 재단하여 붙이면 되는 생각보다 간단한(?) 시험이었다.
필기시험도 없고 실기시험만 보면 되는 자격증.
유튜브를 보니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시험 전에 실기 4번만 하면 무조건 합격이라는 말에
덜컥 60만 원을 결제했다.
회사에는 반차를 써야 해서 양해를 구했고 그렇게 나의 자격증 공부는 시작되었다.
실기수업 전날 다시 유튜브를 정독하며 어떻게 재단하고 붙이는지 간단히 보고 갔다.
하필이면 6월, 더운 여름에 시작한 실기수업.
첫날, 시트지를 붙이기 전 판에 펠트지 작업을 해야 하는데 나는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시트 작업을 하기 위한 준비단계인 펠트지 작업을 하는데도 땀이 비 오듯 흘렀다.
타카를 처음 써봐서 타카를 쏘는데 자꾸 헛돌아서 붕 떠버렸다.
방수특성상 붙이면서 들뜸이 있으면 안 되는데 나는 펠트지부터 딱 붙지 않고 들떠버렸다.
첫 수업이니 모르는 거다 생각하고 알려주시는 대로 땀 흘리며 재단하고 붙이고
쉬었다가 다시 하고 그렇게 4시간이 지나니 드디어 완성한 시트작업.
원래 마무리로 테두리에 실리콘을 다 둘러야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그건 하지도 않았다.
계속 기어 다니고 쭈그려 앉아서 작업을 해야 하니 발목이 안 좋은 나에겐 너무 힘든 작업이었다.
이렇게 첫 작업을 마치고 나니 온몸이 몸살 난 듯이 아팠다.
도움을 받아 첫날은 4시간에 걸쳐 작업했지만 최종적으론 나 혼자 2시간 10분 안에 작업을 완성해야 한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지만 이미 시작했으니 할 수밖에.
이튿날 두 번째 실습을 했는데 두 번째 실습까지도 재단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이 안 잡혔다.
그저 시키는 대로 자르고 붙이기를 반복. 시간은 첫날보단 줄어있었다.
세 번째부터는 혼자 실습을 했는데 재단을 다 외우고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많이 해봤더니
작업시간이 2시간 30분으로 줄어들었다.
조금 감이 잡힌다 싶었고 드디어 시험 이틀 전인 마지막 4번째 수업.
1. 선긋기, 모든 재단 = 40분
2. 보강재, 큰 바닥붙임 = 40분
3. 작은 바닥 외 나머지 붙임 =40분
4. 용융, 철사, 실리콘 = 10분
작업순서대로 시간이 이렇게 걸렸고 2시간 10분에 딱 맞춰서 끝낼 수 있게 됐다.
원장님은 오늘 시간 안에 끝냈으니 시험에서는 실수만 안 하면 무조건 붙는다고 하셨다. 여기저기 합격 수기를 찾아보니 시험 당일 실격 안당하고 시간안에 작업만 끝나면 거의 합격이라고 하여 제발 실격만은 당하지 않길 바라며 시험 전날 빌고 또 빌었다.
드디어 시험 당일. 나는 새벽 여섯시부터 일어나 한시간이 넘게 걸리는 시험장으로 갈 준비를 했다.
작업도구들을 챙겨 지하철을 타고 인천으로 향했다.
시험장에 도착하니 남자들만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여자 수험생들도 많이 보였다.
시험 시작 전 펠트지 작업을 했는데 다행히 시험감독관분들이 도와주셔서 빨리 끝낼 수 있었다.
나는 펠트지 작업만으로도 땀을 흠뻑 흘려서 벌써부터 그러면 어떡하냐는 감독관님의 걱정어린 말을 들었다.
시험이 시작되고 시트지를 받았는데 연습했던 시트지보다 두꺼웠다.
그런데 여름이라서 그런지 오히려 얇은 것보다 두꺼운 게 잘 녹지도 않고 좋았다.
선풍기는 틀어져있었지만 시험 보는 내내 나는 땀을 비 오듯이 흘렸고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손에 익었다고 작업이 착착 진행되던 중 각진 부분 시트지를 붙이다가 잘못 붙여져버렸다.
내 생각에 큰 들뜸이라 '이거 실격당하겠구나' 하는 좌절이 밀려왔다.
정말 중간에 포기할까 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가보자고 마음을 다잡고 우선 시간안에 완성하여 심사결과를 기다렸다.
들뜬 부분이 걱정됐지만 제발 실격만은 아니길 바라면서 심사가 끝난 후 시험장에 다시 들어갔다.
다른 수험생들의 방수판을 보니 실격처리가 종종 보여서 불안했는데 다행히 내 방수판은 실격이 아니었다.
그렇게 고된 시험이 끝나고 나는 약 2주 뒤, 나는 합격증을 받을 수 있었다.
점수는 60점 이상이면 합격인데 무난히 72점을 받았다.
기쁜 소식을 사장님께 전했는데 사장님은 그게 기특했는지 다른 직원들에게도 자격증을 따라고 말씀하셔서
직원들에게 괜한 눈총아닌 눈총을 받기도 했다.
내가 건설업 법인에 소속되어 있었다면 조금이라도 쓸모가 있었을텐데 여전히 제조업 소속이다 보니
막상 자격증을 따고선 활용을 못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이 자격증을 활용할 날이 올거라 생각한다.
늘 회계 자격증만 도전했던 나에게는 비용도 많이 들었지만 값진 국가자격증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