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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입사부터 6년 반, 그 시작

by 산산이

잠시 탈출했다 돌아왔지만 현재 회사에 다닌 지 벌써 6년 반.

처음 입사할 때가 생생하다.


2019년 3월, 자취를 시작하고 하던 일을 갑자기 그만두면서 여기저기 면접을 보러 다니던 때였다.

고양이 두 마리와 강아지 한 마리를 데리고 자취를 하면서 백수라니,

당장 들이닥친 생활고에 괴로워하며 정말 아무 곳이나 이력서를 제출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 김포의 한 물류센터 사무직 자리에 면접을 보고 돌아오던 길,

영 아니라 생각하고 다시 구직사이트에 접속해 공고들을 살펴보는데 딱 맞는 자리가 눈에 띄었다.


관리부 사무보조 구함. 근무지 여의도


급여는 협의였지만 어쨌든 지원을 마쳤는데 곧바로 연락이 온다.

"내일 면접 가능하세요?"라는 말에 나는 당연히 가능하다 대답했고 그렇게 면접을 보게 됐다.


그렇게 다음날, 나는 여의도가 처음이었고 시간 계산을 잘못한 나머지 10분 지각을 해버렸다.

'망했구나'

면접 때 지각이라니 최악이라 생각하며 면접 자리에 들어가니 면접관이 3명이 들어온다.

나는 그동안 일대일 면접만 봐왔던 터라 더욱 긴장됐는데 질문이 시작됐다.


"하던 업무는 뭐였나요?"

"건강은 어때요?"


다행히 어려운 질문 없이 건강은 어떤지, 하던 업무는 뭐였는지에 대한 간단한 질문이었다.

그러다 끝에 앉은 분의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진다.


"결산은 해본 적 있어요?"


사실 세무사사무실에서 결산을 해봤지만 제대로 배우지 못해 거의 못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이걸 해봤다고 해야 하나 못한다고 해야 하나 아주 잠깐 고민하고

"사실 결산을 하지는 못합니다"라고 대답했다.


어차피 사무보조를 뽑는 자리이고 지금 못하는 걸 한다고 할 수는 없으니 그렇게 대답했고

내 대답에 고개만 끄덕이시고 면접은 끝났다.

그리고 나에게 기다려달라고 하더니 잠깐의 회의 끝에 내일부터 당장 출근해 달라고 얘기하셨다.


첫 출근날 회사에 들어올 때 압박감이 생각난다.

입구의 벽 한 칸은 특허증으로 빼곡히 덮어져 있었고,

칸칸이 세워진 파티션 안에선 다들 바빠 보이는 모습에 혼자 기가 죽어있었다.


그렇게 6년 반이 지나고 나는 아직 이 회사에 남아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동안 스쳐 지나간 동료들은 몇 명이며 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나!

이 애증 어린 회사생활을 이곳에 정리하며

앞으로 나의 삼십 대를 채워줄 이 회사에서의 여정을 기록해보고자 한다.


(다음 주 목요일부터 1편 연재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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