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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별바라기 Apr 02. 2024

공감이 주는 최고의 효과

자기주도 대화법 : 1. 협상의 기술

2009년 한 대학에서 ‘감정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했다. 145명의 대학생에게 짧은 영상을 시청하게 했다. 영상은 아버지와 어린 아들이 함께 있는 2분 정도의 영상이고, A그룹이 보는 영상에서는 아버지가 아들이 뇌종양으로 곧 죽는다고 말한다. 아들은 그것을 모르는 상태로 놀고 있는 영상이다. B그룹은 같은 영상이지만 아들의 뇌종양에 대한 이야기는 생략되었다. 영상을 본 실험참가자들 중에서 원하는 사람은 실험에 참여하는 대가로 받는 돈을 아동 암 환자를 돕는 단체에 기부할 수 있었다. 실험 결과, A그룹의 사람들이 더 많은 돈을 기부했고, 사랑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옥시토신 수치가 47% 더 높게 나왔다. 


공감의 효과를 입증하는 연구이다. 공감에 대한 개념은 많이들 강조하지만 현실에서는 적용이 어려울 때가 많다. 나 또한 강의할 때 공감 능력의 중요성에 대해 열변을 토하면서 정작 가까운 사람들에게 공감을 못하는 나를 발견할 때가 있다. 

다행히 일 할 때는 비교적 공감 능력을 잘 발휘하는 편이다. 이벤트기획사업을 할 때 있었던 에피소드이다. 우리 회사에 정기적으로 행사를 의뢰했던 한 고객사 담당자가 슬며시 고백을 했다. 우리 회사와 거래하던 기간 중에 다른 대행사에 행사를 한번 의뢰한 적이 있었다고 했다. 진행을 해 보니 준비 과정과 최종 결과물이 극명한 차이가 있었고, 다시는 다른 대행사에 맡기는 일은 없을 거라고 했다. 약속대로 그 담당자는 이직할 때마다 우리 회사와의 인연을 이어갔다. 우리 회사가 결과물뿐 아니라 준비 과정에도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공감 능력 때문이다. 


공감 능력은 상대방의 감정과 입장을 이해하고 그것에 반응하는 능력이다. 행사를 책임지는 고객사 담당자의 입장을 헤아리면 더 세심하고 책임감 있게 준비하게 된다. 담당자의 속도보다 한 발 앞서 준비하고 불안감이 생기지 않도록 준비과정을 더블 체크했다. 시키는 대로 일하는 대행사가 아니라 주최 측처럼 알아서 척척 일했다. 덕분에 우리 회사는 작은 규모였지만 실력 있는 회사라는 평을 받았고, 고객사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공감이 주는 최고의 효과는 바로 신뢰이다. 공감 능력으로 인해 회사가 얻은 신뢰는 좋은 성과로 이어졌다. 수년을 함께 하는 장기적인 고객이 되고, 부탁하지 않아도 주변에 추천해 주는 고마운 고객이 되었다.     

공감 능력은 모든 상황에서 큰 힘을 발휘하고 협상의 상황도 예외는 아니다. 상대방이 자신의 의견을 존중받고 이해하고 있다고 느낄 때, 열린 마음으로 협력한다. 


공감에 대해 자주 하는 오해가 있다. ‘내가 공감해 주면 상대방의 의견이 옳다고 인정해 주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다. 공감은 그저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고 그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다. 옳고 그름과는 다른 문제이다. 내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고 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야 하는 협상에서 어떻게 공감을 표현해야 할까? 이 세 가지 문장만 기억하면 된다.


“이해합니다.”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충분히 공감합니다.” 


협상에서 실패할 확률을 높이는 것은 무조건 내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할 때이다. 상대방에게 불쾌함과 불신만 줄 뿐이다. 물론 강력하게 주장하다가 협상에서 이기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방은 결국 떠나게 된다. 공감이 빠진 자리에는 불신이 자리 잡기 때문이다. 

공감의 말을 한다고 해서 내 의견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 옳고 그름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한다는 의미를 전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예시를 살펴보자.   



“당신이 우려하는 점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우리가 그 문제를 어떻게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 이야기해 봅시다."

“당신의 걱정을 이해하고,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겠습니다. 우리 둘 다 만족할 수 있는 방향을 찾도록 더 생각해 봐요."

“그 부분에 대해 당신이 어떻게 느끼는지 진심으로 공감합니다. 우리의 공통된 목표를 향해 어떤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생각해 보죠."



공감의 말 뒤에 절대 써서는 안 되는 단어가 있다.


“충분히 공감합니다. 그런데…”


 같은 내용을 말해도 ‘그런데’라는 단어를 쓰면 반대, 비난과 같은 부정적인 신호가 전달된다. 같은 내용의 말이라도 표정, 말투, 목소리와 같은 비언어 신호에 따라 다르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신 ‘그리고’라는 표현을 해도 충분히 자기 뜻을 표현할 수 있다. 다음의 문장을 소리 내어 말로 해보면 충분히 이해가 될 것이다.



“당신이 우려하는 점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른 관점에서 생각을 하는 게 좋겠습니다.”

“당신이 우려하는 점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른 관점에서 생각을 하는 게 좋겠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선택적 공감’을 한다. 자신이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공감하고, 그 외의 사람들은 공감하지 않는 것이다. 직장에서 자신과 비슷한 배경이나 성향을 가진 동료들의 의견에만 주의를 기울이고, 자녀 중 특정 자녀의 성향이나 행동에 더 공감하는 것이다. 선택적 공감은 개인, 직장, 가족 등 일상의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날 수 있고 그로 인해 누군가는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고, 소통이 단절되고 관계가 깨어지기도 한다. 

생각과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다는 헤아림이 반드시 필요하다. 제한되지 않는 공감 능력은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꾸준히 노력하고 연습해야 한다. 나는 가족들에게 공감을 못해서 집안 곳곳에 ‘공감’이라는 두 글자를 써 붙여 놓았던 시기가 있었다. 꽤 효과적이었다. 



공감 능력을 개발하는 6가지 방법을 소개하자면,


1. 타인과 깊은 대화를 자주 한다

2. 감정에 이름을 붙인다

3.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관찰하고 모방한다

4. 공감 일기를 쓴다

5. 비언어 신호를 연구한다

6. 책, 영화, 드라마를 보면서 타인의 감정을 이해한다



이 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해서 집중적으로 활용하기를 바란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은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꽤 흥미롭다. 감정에 재미있는 이름을 붙이면서 웃을 수도 있고, 나에게 상처를 입힌 상대방에게 소심한 복수를 할 수도 있다.  



불같이 화를 내는 상사의 감정 : 모닥불 속 불타는 고구마

내가 한없이 작아질 때의 감정 : 날개 젖은 호랑나비

짜증 내는 동료의 감정 : 찌그러진 사과즙

나를 위로해 주는 여자 친구의 감정 : 달콤 달콤 초콜릿

맛있는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느끼는 감정 : 행복한 허기

새로운 경험 전에 느끼는 긴장감과 흥분감 : 눈부신 불안  



평소 자신과 생각이 달라서 공감하기 어려웠던 사람을 떠올려 보라. 그 사람과 대화하면서 상대방을 관찰해 보자. 자신의 생각을 없애고 상대방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읽고 공감의 말을 해 보자. 그때 상대방의 반응을 잘 관찰해 보기 바란다. 상대방이 평소와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안 해 본 것이라 낯설도 어려울 수도 있다. 떠오른 사람이 아주 가까운 사람이거나 업무상 중요한 사람이라면 꼭 도전해 보기를 바란다. 공감은 신뢰로 연결되고 신뢰는 관계를 더 탄탄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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