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주도 대화법 : 1. 협상의 기술
‘경영의 달인’이라고 불리는 제너럴일렉트릭(GE)의 전 회장인 잭 웰치는 이런 말을 남겼다.
첫째, 현금이 왕입니다.
둘째, 의사소통...
셋째, 경쟁사를 사거나 파멸시킵니다.
비즈니스에서 의사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한눈에 알 수 있는 말이다. 수강생들을 대상자로 커뮤니케이션 자가 진단을 하면, 설득과 협상 능력에 대해 ‘잘 못한다’라는 답변이 90% 이상이다. 말하기에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에게 설득이나 협상의 상황은 도전하기 어려운 극한 상황으로 여겨질 수 있다. 마치 폭풍우 치는 바다를 작은 보트로 건너야 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자신이 협상의 기술에 대해 언제부터 관심을 가졌는지 생각해 보기 바란다. 나는 30대까지 협상의 기술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평범한 직장인인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다 보니 협상에 조금 더 일찍 눈을 떴더라면 일을 얼마나 재미있게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나는 왜 협상에 관심이 없었을까? 협상의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협상은 사업 계약을 하기 위한 비즈니스 테이블에서만 필요한 줄 알았다. 협상이라고 하면 거창해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우리는 매 순간 협상의 상황에 놓인다. 협상의 상황을 구분하는 것에서부터 협상이 시작되는 것이다.
나는 과거에, 협상의 상황을 구분하지 못할 때 상대방에게 끌려가면서 지는 싸움을 하거나 아무런 전략 없이 무식하게 싸우다가 참패했다. 덕분에 '쌈닭'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그로 인한 패배감, 좌절감이 매우 컸다. 사업을 하고도 수년이 지난 다음에야 협상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지금은 협상의 자리를 즐기게 되었지만 7살 딸과 협상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협상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목적에 부합되는 결정을 하기 위하여 여럿이 서로 의논함.’이라는 뜻이다. 쉽게 말해서 타인과 의논하는 모든 상황이 협상의 상황이다.
직장에서는 팀 내에서 팀 내에서는 업무를 분배하거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할 때, 프로젝트를 할지 말지 결정하고, 프로젝트의 세부 내용을 정하고 예산과 인력을 배정해야 할 때, 업무의 기한을 정하거나 일정을 조율해야 할 때 주로 협상한다. 개인에게 가장 중요한 협상의 순간은 연봉 인상이나 보너스 결정, 승진을 위한 자리 배치, 팀 이동이나 R & R 배치와 같은 인사에 관해 정할 때이다. 고객이나 거래처와는 계약 이전부터 계약 시점, 서비스나 제품을 제공하는 전 과정에서 협상한다. 창업자는 투자자들과의 협상이 매우 중요하고, 직장인은 이직하거나 휴직 후 복직할 때도 협상을 해야 한다.
나는 이런 다양한 상황 중에서 고객과 상담할 때나 거래처와 거래를 할 때는 협상 능력을 잘 발휘했다. 반면 직장 내에서나 이직할 때는 협상 능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했다. 이직할 때 면접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만 근무 조건에 대한 협상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회사에서 연봉을 책정하면 그대로 따랐고 더 많은 연봉과 승진을 목표로 묵묵히, 성실히 일했다. 그렇게 하면 언젠가 연봉도 오르고 승진도 할 거라고 믿었다. 물론 때가 되면 승진도 하고, 내가 원하는 순간에 이직을 하면서 연봉도 올랐지만 늘 만족한 수준은 아니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더 많은 연봉을 스스로 만들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만약 직장에서 협상을 잘했다면 어땠을까?
함께 했던 부하직원들 중에서 협상의 귀재들이 있었다. 연봉과 승진에 대해 협상을 시도하는 이들은 소수였고, 협상 능력을 발휘하는 이들은 '극히' 소수였다. 그들은 더 높은 연봉을 제시했고, 나는 타당하다고 생각되는 수준에서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그 소수를 제외한 나머지는 과거의 나처럼, 열심히 일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제시하지 않았다. 우리 회사는 작은 규모였고 협상을 시도하지 않는 다수 직원의 입장을 헤아리려 노력했지만, 그들이 얼마나 만족했을지는 의문이다.
협상은 비단 업무적인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일상생활 곳곳에서 발생한다. 부모와 자녀 간에는 학습 시간, 게임 시간 등에 관해, 부부간에는 가사 분담, 경제적 지출 등에 대해, 친구 사이에는 만나는 장소와 시간, 뭘 하며 뭘 먹을지 결정할 때도 협상한다. 소비자로서 물건을 구매할 때, 중고 물품을 거래할 때도 협상한다.
이 모든 상황에서 협상 능력을 발휘한다면 스트레스는 줄고 관계를 지키고 목표 달성을 한결 쉽게 할 수 있다. 협상은 단순히 자신의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양측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결과를 끌어내는 ‘공동의 문제 해결 과정’이다. 따라서, 상대방의 요구와 필요를 이해하고, 자신의 입장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자신이 어떤 협상의 상황에 자주 처하는지 생각해 보기 바란다. 업무적인 영역만 아니라 사적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협상의 상황에 대해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협상 테이블은 아는 사람 눈에만 보인다. 협상의 상황에 놓이고도 그 상황을 모른다면 언제나 상대방에게 지는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