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별바라기 Apr 03. 2024

고집 센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설득의 비결

자기주도 대화법 : 2. 설득의 기술


“실장님, 대표님을 만나서 직접 설명하고 싶습니다.”


실무자에게 요청했더니 안 된다고 했다. 대표님이 바쁘다는 이유였다. 실무자를 계속 설득했다. 


“어떤 시간대라도 좋습니다. 무조건 맞추겠습니다. 딱 10분만 시간을 주세요.”


여러 차례 부탁한 끝에 결국 10분을 확보했다. 나는 10분 안에 모든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각오했지만 발표 시간은 30분 정도 허락되었다. 그리고 그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이벤트기획사업을 시작한 지 1년 정도 되었을 때였다. 드문 드문 있는 몇 백만 원 예산의 극소규모 행사로 회사를 연명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 마케팅업계에서 인싸 격이었던 한 회사에서 가족 초청 행사를 한다고 했다. 여러 이벤트대행사에서 제안서를 받는다고 하길래 열심히 준비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제안서만으로는 승산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발표의 기회를 달라고 설득했다. 그 결과, 우리 회사에서 처음으로 1천만 원이 넘는 행사를 수주했다. 그로부터 수개월 후에는 그 정도 예산의 행사는 대행하지 않을 정도로 회사가 성장했지만, 당시 그 행사를 유치한 것은 여러모로 회사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단지 그때 운이 좋았을까? 그전에도, 그 후에도 굳이 나에게 시간을 내주지 않아도 될 사람들을 설득한 경험이 있다. 강한 주장을 펼치며 고집을 꺽지 않는 사람도 설득이 되는 순간이 있다.

보통 사람들은 고집 센 사람을 만나면 설득하려하기 보다는 적당히 피해 간다. 그런데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있다. 스트레스만 받고 있을 수는 없으니 그럴 때를 대비해야 한다. 고집 센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이나 관점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잘못하면 그 고집을 더 강하게 만들 수도 있기에 먼저 그들의 특징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집 센 사람이라고 하면 다음과 같이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1. 경직된 유형

이 사람들은 자기 생각이나 견해를 바꾸는 것을 거부한다. 그들은 자기 생각이 옳다고 확신하며, 상대방의 의견을 수용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2. 방어적인 유형

이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의견을 수용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들은 자기 생각이나 견해를 바꾸면 자신의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3. 강한 결정권이 있는 유형

일을 하다 보면 가장 자주 만나는 유형이다. 앞의 두 가지 유형들은 개인의 성향이지만 세 번째 유형은 권위와 권한에 의해 만들어지는 유형이다. 쉽게 말해서, 직장에서 상사, 사업에서는 갑이 된다. 이 유형의 사람들은 고집이 센 개인적인 성향 때문이 아니라 강한 결정권이 있기 때문에 굳이 설득당할 필요가 없다.



나는 사업을 하면서 주로 세 번째 유형의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세 번째 유형의 사람 중에서 개인적인 성향이 고집 센, 경직되거나 방어적인 사람이 있다. 그런 경우에는 넘어야 할 벽이 더 높다. 보통 기업의 대표들은 경직된 유형일 가능성이 높다. 자기 생각이 옳다는 강한 확신이 있고, 강한 결정권도 있기 때문에 설득당할 이유가 없다. 내가 주로 만난 사람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높은 장벽도 강한 의지와 자신만의 설득의 방법가 있다면 넘을 수 있다. 

각 유형의 사람들을 설득하는 방법은 조금 다르지만, 공통으로 다음 3가지 전략을 고려해 볼 수 있다


1. 인정과 존중하기

상대방의 의견을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것을 명확히 표현한다. 


2. 선택의 여지 주기

상대방이 스스로 선택하도록 질문한다. 유도 질문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3. 합의점 찾기

상대방과의 공통점을 찾아 합의점을 만든다.


꺽지 않는 강한 주장과 정면으로 맞닥뜨리게 되면 매우 당황스럽고 불편하다. 이럴 때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차분하게 상황을 다루어야 한다. 예시를 살펴보자.



예시 1) 직장 상사가 자기 아이디어를 당장 진행하자고 고집을 세우고 있는 상황


부하: “부장님, 제안하신 AI 기술을 활용한 마케팅 전략은 정말 흥미롭습니다. 그 아이디어를 들으면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겨서요.”

부장: “뭔가요?”

부하: “AI 기술을 활용한 마케팅 전략을 시행하기에 앞서 기존의 데이터로 고객의 행동 패턴을 분석해 보면 어떨까 해서요. 혼자 고민을 많이 해봤는데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네요. 그런 방법에 대해서 부장님은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실 것 같아요."

부장: “아, 내 생각에는 말이죠….”



이 예시에서는 인정의 표현과 유도질문으로 선택의 여지를 주었다. 좀 더 쉬운 예시로 살펴보자.



예시 2) 직장 상사가 또 삼겹살집에서 회식하자고 고집을 세우고 있는 상황 


부하: "부장님, 이번 회식에서 OO에서 삼겹살을 먹자고 하셨죠?"

부장: “그랬죠.”

부하: “부장님이 추천해 주시는 삼겹살집은 언제나 성공적이어서 이번에도 기대가 됩니다. 그리고 부장님 삼겹살집 말고 또 맛집 많이 아시던데, 다른데 또 추천해 주실 만한 곳 있으세요? 예전에 와인바도 자주 다녔다고 하셨잖아요.”

부장: “와인바? 예전에 많이 갔었지. 또 다른 맛집이라… 글쎄, 어디가 좋을까?”

부하: “부장님이랑 조용한 바에서 와인 마셔 보고 싶어요. 부장님은 어떠세요?”


이 예시에서는 인정하고, 유도질문으로 선택의 여지를 주고, 합의점을 찾았다.



경직형이든 방어형이든 결정권자이든 그 안에 숨은 욕구는 ‘인정’이다. 그들을 유연하게 만드는 설득의 비결은 ‘인정과 존중의 말’이다. 누구나 그렇지만 그들 역시 자신을 존중해 준다고 느낄 때 경계심을 풀고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앞에 소개한 사례에서 내가 한 인정과 존중의 말은 이것이었다.


“대표님이 많이 바쁘시죠? 시간 내시기가 어렵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제가 어떤 시간대라도 맞추겠습니다.” 


상대방이 바쁘다는 것을 인정하고 굳이 만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존중한 것이다. 나는 대표님이 새벽형 인간이라면 새벽 5시라도 시간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그 말에 실무자가 설득되었고, 실무자는 나름의 방법대로 자신의 상사를 설득한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회사의 대표는 서울에서 우연히 만나기 어려운 ‘고향 사람’이었다. 행사를 준비하면서 고향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다. 사실 당시에 행사의 결과는 고객사도, 우리 회사도 100% 만족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사를 치른 후, 행사 사진을 모두 그 기업의 SNS에 게시해 주었고 그 사진을 본 페이스북에서 연락이 왔다. 행사를 의뢰하고 싶다고. 우리 회사가 페이스북 한국지사의 오프닝 세러모니를 ‘가장 한국스럽게’ 할 수 있는 기회까지 이어졌다. 오랫동안 잊지 못할 고마운 회사이다.



고집 센 사람을 떠올려보자. 그 사람을 설득하는 것을 시도해 보자. 한두 번 말했는데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좌절하게 된다. 그 단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 설득에 성공하면 결국 승자는 자신이다. 설득하기 어려운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는 것은 대단한 능력이 아닐 수 없다. 소소한 상황에서부터 설득의 기술을 훈련해서 ‘설득의 능력자’가 되기를 바란다.



이전 08화 소수가 다수를 설득하는 교묘한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