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우울감, 불안감 피할 수 없다면!
"행복해"
그러자 클라라는 포크를 내려놓으며 꾸뻬를 빤히 쳐다보았다. 순간적으로 그녀는 감정이 격해진 듯했고, 꾸뻬에게 이렇게 물었다.
"나를 떠나고 싶어요?"
(중략)
꾸뻬가 그녀에게 행복한가 물었을 때, 왜 그녀는 그가 자신을 떠나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클라라는 그것이 비난처럼 들렸다고 대답했다. 마치 "넌 절대로 행복해지지 못할 거야."하고 그녀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고. 다시 말해, 그것은 그가 그녀 곁에 더 이상 머물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과 같은 뜻이었다.
(중략)
잠이 들면서 꾸뻬는 행복에 대한 자신의 설문 조가가 잘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벌써 두 가지를 배운 것이다. 그 한 가지는 그가 이미 알고 있던 것이지만, 여자들은 정신과 의사가 보기에도 매우 복잡한 존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사람들에게 행복한가 하고 물을 때는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질문은 사람들의 마음을 심하게 흔들어 놓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꾸뻬 씨의 행복 여행> 중에서
2004년에 출간되어 2013년에 83쇄를 발행한 책으로 10년 간 나와 함께 한 책이다. 그동안 수십 번 꺼내 보았지만 오늘도 반가웠다. 한결같이 그 자리에 있어줘서 고마웠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무기력해서 필사를 시작했다>는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여자가 매우 복잡한 존재'라는 말은 내 딸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는 별로 인정하지 않았다. 딸을 키워보니 - 이제 겨우 7년 차이지만 - 같은 여자인 나도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뇌'를 가진 여자였다. 여자도 여자 나름, 남자로 남자 나름이지만, 내 딸도 나도 복잡한 뇌에 속한다.
한동안 생떼 쓰기가 없는 고요한 일상을 보냈는데 요 며칠 다시 시작되었다. 오늘 아침에는 옷, 헤어스타일은 물론이고 나의 말 한마디까지 트집을 잡으며 등원시간을 늦추는 딸에게 한바탕 버럭소동이 나고, 눈물바람으로 일단락되며 등원길에 올랐다.
"이제 기분 괜찮아?"
"응. 괜찮아." (눈가에 눈물도 덜 말랐는데 입은 생긋 웃는다)
"다행이다. 오늘 유치원에서 재미있게 놀아."
"치, 어차피 재미있게 못 놀아."
"왜? 뭐 때문에?"
"소라가 단비랑 나랑 못 놀게 해."
친구들 사이에서 뭔가 마음 상하는 일이 생긴 듯했다.
평소 밝고 씩씩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딸이지만, 복잡한 감정이 생기면 예민해지고 일상을 흔들린다. 그 후폭풍은 엄마인 나에게 오롯이 쏟아진다. 딸의 풀스토리를 듣고 좀 더 단순하게 그 상황을 받아들이도록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보았지만 딸의 복잡한 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리 엄마도 나 키우기 힘들었겠다...라는 생각, 한번 더 했다.
복잡한 감정은 스트레스, 우울감, 불안감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포함한다. 그런 감정이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살다 보면 감정이 복잡해지는 순간이 있다. 누군가는 그 감정을 탁탁 털어내고 자신을 지키지만, 누군가는 그 복잡한 감정에 휘둘리고 몸과 영혼까지 꽁꽁 묶인다.
복잡한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몇 가지를 정리해 보았다.
첫 번째, 감정을 인식해야 한다.
복잡한 감정을 느낄 때 그 감정을 인식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내가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내 감정이 복합하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면 문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고, 스트레스가 쌓이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두 번째,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글로 쓰거나 믿을만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면서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 말과 글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감정을 정리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표현할 때 주어는 자신이어야 한다. "그 사람은 나한테 이렇게 했어."라는 표현보다는 "그 사람의 어떤 행동 때문에 나는 화가 났어."와 같이 표현해야 한다.
세 번째, 감정을 진정시키는 행동을 해야 한다.
심호흡을 하거나 명상을 하면서 긴장을 풀고 마음을 진정시켜야 한다. 더 복잡한 생각과 불필요한 감정으로 확장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산책을 하거나 기분 좋은 영화를 보는 것도 좋고, 책을 읽고 필사하는 것도 좋다. 놀이터에서 깔깔대며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는 것도 추천한다. 중요한 것은 복잡한 감정에 머무르지 말고 그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네 번째, 감정의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마음이 진정이 되면 왜 내가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에 대해 원인을 찾아야 한다. 원인은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 보통 복잡한 감정이 진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에서 원인을 찾게 되는데 그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가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은 타인이 아니라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감정도 쉽게 무너진다.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 건강한 식습관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감정 조절에도 도움이 된다. 복잡한 감정이 생겨도 건강한 일상을 유지하다 보면 감정의 농도가 옅어지고 좀 더 객관적으로 상황을 볼 수 있게 된다.
꾸뻬의 연인인 클라라는 "행복해?"라는 질문에 왜 복잡한 감정이 생겼을까? 평소 서로의 관계에 대해 불안감이 있었을 것이다. 내 딸은 친구 관계에 대해 불안감이 있다. 그래서 가장 친한 친구 사이에 다른 친구가 끼어들면 복잡한 감정이 생기고 예민해진다. 평소 내재된 부정적인 감정은 타인의 말이나 행동이 자극이 되어 복잡한 감정을 일으킨다.
9년 전 깊은 우울증에 빠진 적이 있다. 병원에서는 당장 약을 먹으면서 치료해야 하고, 치료하는데 4년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나는 약을 먹지 않았다. 김용태의 <가짜 감정> 외에 우울증이나 상처 치유에 대한 책을 보면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이 복잡한 감정을 다스리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 판단은 옳았다. 1년 만에 깊은 우울증에서 벗어났다.
그 후로도 종종 깊은 무기력이나 며칠 간의 번아웃이 오는데, 그때마다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이 더 개발되는 듯하다. 얼마 전에 온 무기력에 시작한 필사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안 오면 좋겠지만 오는 것을 피할 수 없으니 받아들이는 수밖에.
"난 화가 별로 없는 사람인데 그 사람 만나는 5년 동안 늘 화가 나 있었어."
화려한 싱글을 즐기고 있는 한 친구의 말이다. 연애하는 내내 지나치게 집착하는 남자친구 때문에 스트레스가 너무 많았다고 했다. 진작 헤어져야 할 사람인데 5년이나 끌었다고 했다.
"딸은 내가 안 챙겨주는 걸 더 좋아해. 서로 안 보는 게 편해."
사춘기가 지난 딸과 관계가 소원해진 한 친구의 말이다. 몇 해전만 해도 자기 마음을 너무나 잘 알아주는 딸이라며 입가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딸 이야기를 했던 친구였는데.
우리가 가까운 사람이 아니면 복잡한 감정에 휩쓸릴 일이 있을까? 모든 관계가 원만하고 좋은 사람은 매우 드물다. 사랑하는 사이에는 '그놈의 사랑'이 서로를 힘들게 하고, 가족 간에는 '지나친 애정'이 서로를 멀게 하고, 직장에서는 상사의 말 한마디에 자존감이 바닥을 치기도 한다. 그런 상황을 맞으면, 즉시 거울을 보며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자책하고 상대방을 원망하기 전에.
지금 너의 마음은 어때?
복잡한 감정으로 등원한 딸이 유치원에서 어떻게 보냈을지 궁금하다. 딸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보듬어주면서 관계에 대해 배워나가기를 바란다.
어린 나는 미숙했지만 잘 해내고 있듯이, 내 딸도 잘하리라 믿는다. 관계를 배우는 과정에 상처가 적으면 좋겠다. 꼭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것은 아니니까. 덜 아프고 더 성숙해질 수도 있으니까.
P.S. 필사를 하면 참 좋은데... 아쉬운 점은 책을 계속 읽고 싶다는 것, 글을 쓰고 싶다는 것, 그래서 일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오늘 아침을 필사로 시작했더니 해야 할 일이 늦어졌다. 서두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