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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별바라기 Apr 25. 2024

무기력을 날려 버리는 그 리듬

 흐린 아침에는 담다디를 부르자

알람 소리에 눈을 떠보니 내 몸은 물을 잔뜩 머금은 솜처럼 무거웠고, 침대 위에서 사방팔방으로 뻗어 있는 두 아이들도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오늘 아침도 '흐림'인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주말이라면 아이들의 늦잠을 부르는 흐린 날씨가 반갑겠지만 평일 아침에는 흐림이 주는 묘한 기운을 반길 수만은 없다.


무거운 몸을 끌고 거실로 나오니 저 끝방에서는 (남편의) 필사적인 필사의 키보드 소리가 명쾌하게 들리고, 거실 통창 너머의 하늘은 불투명한 하얀색이다. 제대로 흐린 아침이다.


알람 소리를 듣고 나서 일어났으니 여유가 없는 아침이다. 아이들을 향한 외침과 동시에 과일을 준비하면서 베이글을 굽는 현란한 손놀림을 발휘해야겠지만, 거실 통창과 마주한 등받이가 높은 스툴에 내 몸뚱이를 욱여넣는다. 그리고 노트를 펴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메모를 시작한다.


미치도록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내가 할 수 있는 것

1.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2.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을 한다

3. 그리고...


나조차 알아볼 수 없는 글씨를 휘날리며 머릿속을 비우다 보니 문득 떠오르는 리듬이 있다.

이상은의 담. 다. 디.




1988년대 가요계에 해성처럼 나타난 가수 이상은과 그녀의 '담다디',

'난 정말 그댈 그리워할 수 없나요

당신께 이렇게 애원합니다'

헤어진 연인을 향한 애절한 노랫말과는 상반된 밝고 경쾌한 리듬의 노래이다. 축축 늘어지는 아침을 깨우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그 리듬이 떠오르자 머릿속의 하얀 구름이 걷히는 듯했다.

오늘 하루의 무기력을 이길 방법을 찾았다.


평소의 나라면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라고 외치는 이광석의 절절한 목소리를 들으며, 더 깊은 흐림 속으로 나를 몰아넣는 아침을 즐겼을 수도 있다. 그렇게 아침을 시작해도 파이팅 넘치는 하루를 살 수 있을 테니까.  

무기력과 싸우는 요즘은 그럴 수 없기에…


오랜만에 '이상은의 담다디'를 신나게 들었다.

입가에 미소가 절로 퍼진다.

흐린 아침을 맑게 시작해 본다.


 



[오늘의 필사]

당신은 작은 오두막에 살고 있고, 별로 좋지 않은 환경에 놓여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은 좀 더 크고 청결한 집을 갖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당신은 우선 자신이 살고 있는 오두막을 될 수 있는 대로 작은 낙원으로 만듦으로써 청결하고 큰 집에서 살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당신의 집을 한 점의 얼룩도 없이 깨끗하게 유지하라. 자신의 한정된 여건 속에서 최대한 멋있고 기분 좋은 공간으로 만들어라. 간소한 음식이라도 모든 정성을 다해서 요리하고, 당신의 소박한 식탁을 최대한 입맛이 당길 수 있는 식탁으로 꾸며라. 카펫을 살 여유가 없다면, 미소와 환영의 마음을 방바닥에 깔고 인내의 망치로 친절한 말들의 못을 단단히 박아놓아라. 이런 카펫은 햇볕에 바래지도 않고, 계속해서 사용해도 닳지 않는다.

현재의 주위 환경을 이런 식으로 품위 있게 만듦으로써 당신은 그것을 극복할 것이고, 그것의 필요성도 극복할 것이며, 때가 되면 당신이 갖기 위해 준비하고 노력해 왔던 좋은 집과 주위 환경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 제임스 알렌의 <원인과 결과의 법칙>


P.S. 언제 보아도 가슴 설레게 하는 문장이다. 신나는 리듬을 머리에 담고, 설레는 문장을 가슴에 담고, 어제 미루어 둔 - 귀찮지만 꼭 해야 하는 - 과제를 시작해 보려고 한다.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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