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국악인데? 팝인데?
작년 10월, 대한민국의 '흥 DNA'를 뜨겁게 달아오르게 만든 한 소녀가 등장했다.
그녀의 이름은 바로 '정년이'!!!
'정년이'는 '여성 국극'을 소재로 제작된 웹툰 원작의 드라마다. 정년이는 작년 10월과 11월에 방송되어 대한민국의 마음을 사로잡았는데 때로는 흥겹게, 때로는 절절하게 시청자의 마음을 흔들어 제껴버렸다. 필자 역시 마음이 흔들어 제껴진 사람 중 하나다.
'정년이'는 1950년대, 한국 전쟁 이후를 배경으로 당시 찬란했던 '여성 국극'을 소재로 다룬다. 주인공 '정년이'는 뛰어난 판소리 실력자로, 당시 최고의 국극단에 들어가기 위해 애쓴다. 결국 극단에 들어간 정년이는 최고의 무대에서 자신의 뛰어난 실력의 '소리'를 뽐내며 많은 사람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는다.
드라마를 보며 다양한 종류의 창극이 등장하는데, 정년이를 비롯한 주, 조연들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귀를 사로잡는다. 그중 나의 마음을 가장 크게 울렸던 소리는 바로 정년의 어머니, '용례'의 소리였다. 흔히들 판소리 하면 예쁘고 시원한 소리를 떠올리지만 '용례'의 소리는 이와 정반대의 소리였다. 그녀는 '목이 부러진(목이 망가진)' 소리꾼으로 그녀의 목소리는 매우 거칠고 굵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귀가 아닌 마음을 울리는 목소리다. '슬픔', '애환'의 감정을 담아 마음을 건드리는 그녀의 소리는 필자를 '국악'의 세계로 크게 이끌었다. 그렇게 필자는 '국악'의 찐 팬이 되었다.
서도밴드를 알게 된 경로는 JTBC '풍류대장'이라는 프로그램이다. '풍류대장'은 국악의 다양한 매력을 소개하는 최초의 국악 경연 프로그램으로, 서도밴드는 우승을 차지했다. 서도밴드는 풍류대장에서 '뱃노래', '사랑가', '아리랑'과 같은 전통곡과 '매일매일 기다려', '바다 끝', '바다'와 같은 대중가요와 자작곡으로 무대를 준비해 국악과 대중음악의 크로스오버, '조선 팝'을 선보였다. 그중 서도밴드의 풍류대장 첫 경연곡인 '뱃노래'를 소개하고자 한다.
서도밴드_뱃노래
서도밴드의 가장 큰 장점은 밴드 악기(일렉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의 구성에 퍼커션(타악기)을 더해 풍부한 사운드를 구성한다는 점이다. 특히 퍼커션의 리듬을 전통 장단(굿거리장단, 자진모리장단 등)으로 구성해 한국적인 밴드 사운드를 만들어 흥겹지만 마음이 저려오는 듯한 느낌을 받게 만든다.
또한 판소리와 록 보컬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는 보컬 '서도'의 목소리 역시 크로스오버의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곡의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판소리의 꺾음과 구음이 '파도가 일렁이는 그림'을 상상하게 만들고 곡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널따란 바다엔 수많은 이야기가
두리둥 두리둥실 노래 부르고
부딪히는 파도 소리 단잠을 깨우니
들려오는 노 젓 소리 처량도 하구나
가사에 집중하면서 곡을 들으면 '열심히 노를 저으며 바다를 지나는 뱃사람의 이미지'가 그려진다. 특히 출근길 지하철을 타고 가는 사람들의 표정이 떠오르면서 각자 살아가는 목적은 다르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이 생각났다. 나 역시 그들 중 한 사람으로서 삶의 목적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되었다.
나는 과연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사실 나는 큰 욕심이 없는 사람이다. '돈'에 대한 욕심도, '명예'나 '자리'에 대한 욕심도 없다. 이렇게 욕심이 없는 나를 움직이게 하는 목적이 하나 있다면 아마 '고마움'일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반장, 부반장', '칠판 지우기', '출석부 관리', '환경 지킴이' 등 귀찮은 일들을 참 많이도 맡았던 거 같다. 그 이유는 바로 친구들과 선생님의 '고마워' 소리 때문이다. 나는 나의 어떤 행동으로 인해 '고맙다', '행복하다'라는 이야기를 듣는 것을 참 좋아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나의 재능으로 누군가에게 행복을 선물하는 것' 내 삶의 목적이자 일을 하는 이유이다.
사람이 살면은 몇백 년이나 사리오
덧없어라 내 인생
불어오는 바람 위에
돛을 달고 어기 어차 싸워만 가는구나
어기야 디어차 어기야
어기야 디어차 어기야
뱃놀이 가잔다
'사랑'이 줄어들고 '위로'와 '응원'이 사치가 되어버린 이 세상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곡의 뒷부분에서는 보컬 서도와 세션들이 함께 부르는 파트가 있다. 서도의 '어기야 디어차'의 소리에 '허기야'소리로 반응하는 세션들의 모습이 마치 함께 노를 저어 바다를 건너가는 모습과도 같았다. 그리고 이 모습이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가져야 할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혼란스러운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지금, 서로를 향한 날 선 비난과 주먹으로 상처 주고 편 가르기보다는 '사과'와 '협동'이 필요하지 않을까?
필자는 주먹과 가위의 시대가 아닌 보자기와 주먹의 시대가 되기를 소망한다.
사람은 절대로 '혼자' 살아갈 수 없다. 작든 크든,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다른 사람들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 우리는 그 영향에 감사해야 한다. 그리고 반응해야 한다. 따라서 많은 이들이 서로를 향해 '어기야 디어차'를 외치기를 바란다. 필자가 생각하는 이 시대의 '어기야 디어차'는 거대한 것이 아니다. 그저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응원할게요'와 같은 길지 않은 말이다. 진심을 담은 이 한마디로 누군가는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다시 일어설 힘을 얻으며 달라지고자 하는 의지가 생긴다.
그렇기에 나는 언제 어디서든 내가 가진 능력을 통해 많은 이들을 향해 '어기야 디어차'를 외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