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의 온톨로지

평생 남의 일만 할거야?

by 손동진

창업해서 잘되는 사람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수많은 일을 동시에 많이 하는 수퍼맨처럼 보인다.

회의하다가도 숫자를 보고, 숫자를 보다가 고객을 떠올리고,

고객 얘기하다가 갑자기 조직 얘기로 튄다.

심지어 전혀 상관 없는 주제에서 갑자기 '일'로 훅 들어간다.

그런데 그게 말도 안되게 그럴듯한 인사이트다.

보통은 이런 사람에게 이렇게 말한다.

"와, 멀티태스킹 잘하네."


멀티태스킹을 넘어선 창업가의 능력

이게 과연 단지 멀티태스킹에 불과할까?

아니다. 내가 본 성공한 창업가들은 멀티태스커를 넘어선다.

그들은 그냥 세상을 사업 언어로 번역하는 사람들이다.

뭘 보든 이런 식으로 처리하는게.몸에 배어 있다.

이게 매출이랑 무슨 상관이지? 이 비용은 어디서 회수되지?

이 사람은 고객인가, 파트너인가, 리스크인가?

이 선택이 6개월 뒤 조직에 어떤 습관을 남기지?

산책을 해도, 뉴스를 봐도, 술을 마셔도

머릿속에서는 계속 생각이 생각을 물면서 관계 맵(map)이 돌아간다.

한 마디로, 정보가 따로 놀지 않는다.

경험, 감정, 데이터가 한 덩어리로 엮인다.

이게 흔히 말하는 사업 감각이고, 촉이고, 센스이다.


그런데 요즘 이 능력을 설명하는 단어가 하나 생겼다.

바로 요즘 유행하는 온톨로지(Ontology)라는 말이다.

AI 쪽에서는 개념과 개념의 관계를 구조화한 지도(mab) 정도로 설명한다.

이 개념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건 미국기업 팔란티어 때문이다.

팔란티어가 세상을 놀래킨 방식은 의외로 단순하다.

그들은 데이터 따로, 사람 따로, 사건 따로 보지 않는다.

사람–행동–의도–결과–리스크를 하나의 구조로 묶어서 본다.

이게 바로 온톨로지다.


창업자가 매일 하는 일이 바로 온톨로지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건 창업자가 매일 하는 일 아닌가?

영업은 매출이지만 동시에 조직의 생존 신호이고,

채용은 사람이 아니라 미래의 비용 구조이며,

마케팅은 광고가 아니라 확률 게임이다.

창업자는 "이게 무엇인가, 보다 "이게 어디랑 연결되는가"를 먼저 본다.

그래서 혼자 일당백 슈퍼맨처럼 보인다.

실제로는 일을 많이 하는 게 아니라, 한 번 판단할 때 고려하는 차원이 다를 뿐이다.

어쩌면 닥쳐온 상황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 것일 수도 있다.

창업가가 전지전능해 보이는 이유는 구조를 보는 시야를 가지고 있어서다.


중요한 얘기를 하나 하자. 이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작은 기업에서 이 훈련을 강제로 당하는 사람들은

이미 온톨로지의 경지에 올라와 있다.

기획도 하고, 영업도 하고, 클레임도 받고,

돈 안 되는 일의 이유도 직접 겪어 본 사람들 말이다.

이 경험들이 머릿속에서 서서히 연결되기 시작한다.

그 순간부터 일을 처리하지 않고 조율하기 시작한다.

그게 바로 직원에서 창업가로 넘어가는 지점이디도 하다.


세상을 온톨로지로 연결시키는 창업가의 언어

온톨로지는 거창한 최신 용어가 아니다. 본질은 단순하다.

이 결정이 전체 판에서 어떤 의미인가, 이 질문을 매번 던질 수 있느냐의 차이다.

AI 시대가 와서 이 능력이 더 중요해진 게 아니다.

이제야 이름이 제대로 붙었을 뿐이다.

온톨로지를 자유자재로 시전하는 창업자들이

남들과 달리 비상한 능력을 가졌다 라고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온톨로지는 전지전능함이 아니라

세상을 연결된 상태로 보는 습관일 뿐이다.

그리고 그 습관은 바로, 창업가의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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