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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FJack Oct 15. 2023

에듀테크를 맞이하는 자세

에듀테크 진흥방안

에듀테크 진흥방안


2023년 9월 18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에듀테크, 교육혁신을 이끌다(Innovate Education with EdTech)'를 주제로 한 에듀테크 진흥방안이 발표되었다.


이 보도자료에서 정의한 에듀테크(Edtech)의 개념이다.

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교육의 효과성을 높이는 제품과 서비스


이어서 밝히고 있는 "에듀테크 활용 교육"의 정의

에듀테크를 활용하여 이루어지는 교수-학습-평가, 교육 행정 및 정책 수립 등의 활동


이 자료에서는 교사들의 에듀테크 활용 현황과 에듀테크의 분류를 제시하고 있다. 2022년 교사들의 에듀테크 활용 현황을 보면 여러 분야에서 얼마나 다양한 에듀테크가 사용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체계적인 준비 없이 우리 교육에 너무 깊이 들어와 버린 에듀테크를 이제라도 제대로 정의하고 분류하며, 어떻게 활용할지 명확히 정리하는 진흥방안이 발표된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교사들의 에듀테크 활용 현황 (출처: 에듀테크 진흥방안. 교육부)


CPNDS에 따른 에듀테크 분류 (출처: 에듀테크 진흥방안. 교육부)



에듀테크의 발전보다 중요한 것


지난 9월과 10월, 에듀테크에 관한 두 번의 연수를 진행했다. 내 연수의 목적은 최근 자주 만날 수 있는 에듀테크 활용 사례나 서비스 소개가 아니었다. 에듀테크 자체에 대한 이해와 법적 근거, 다양한 제도와 지침이 마련되고 있는 만큼 에듀테크의 발전보다 중요한 것을 알리고 싶었다.


에듀테크 진흥방안에서 제시하는 '교육의 변화 모습'을 바탕으로 두 연수에서 핵심적으로 전했던 몇 가지 경계할 점을 질문의 방식으로 적는다.


에듀테크를 통한 교육의 변화 모습 (출처: 에듀테크 진흥방안. 교육부)


1. 교사 간 디지털 역량 격차를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가?


위에서 밝힌 대로 에듀테크는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교육의 효과성을 높이는 제품과 서비스'로 정의된다. 교육의 효과성 확보는 최적의 기술을 선택하고 그것을 제대로 사용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따라서 학교 현장에서 교사의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이 필수적이다.


여기에서 의문점이 생긴다.

에듀테크를 실제 수업에 적용하는 교사의 디지털 역량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 그리고 교사 간 디지털 리터러시의 격차는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가?


1년 전 애스크에드테크(www.askedtech.com)에 등록된 에듀테크 제품이 약 500개 정도였던 반면, 이제는 두 배인 1000개가 넘었다. 에듀테크의 숫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단순히 제품과 서비스의 사용법을 안내하거나 실제 수업 사례를 제시하는 연수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다음을 제안한다.


▲ 실제 교육적 효과성을 검증받은 에듀테크선별하여 교육자에게 추천하는 큐레이션이 제공되어야 한다.

신입 교사를 비롯한 모든 교육자가 힘들게 주변의 도움을 구하거나 눈치로 알아가지 않고 에듀테크를 체계적으로 배우고 사용할 수 있도록 도울 온보딩 정착되어야 한다.

▲ 교사의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의 수준과 단계에 따른 이해 및 적용을 위한 업스킬링과 리스킬링의 과정이 교육 분야에도 자리 잡아야 한다.


자료만 제공한 후에 배움은 학습자가 알아서 하게 두는 것은 교육이 아니다.

관찰하고 동기를 부여하며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마음과 관심을 기울여 지속적으로 돕는 것이 교육이다. 인간은 투입하면 알아서 산출하는 기계가 아니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겠다.


2. 교육 예산이 에듀테크에만 편중되지는 않을까?


이번 에듀테크 진흥방안에 따르면 앞으로 상당한 교육 예산이 에듀테크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선도 교원 양성, 교사 맞춤 연수, 에듀테크 정보 플랫폼 구축, 에듀테크 바우처 지원, 에듀테크 동향지 발간 등 다양한 에듀테크 진흥 정책이 시행 중이거나 2024년부터 시작된다.


교육 현장에서는 스마트 기기와 에듀테크 프로그램과 서비스 구입 외에도 생각보다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정된 예산에서 에듀테크 발전을 위해 너무 큰 비중이 배정되면서 오히려 진행 중인 여러 교육 사업이 축소되거나 부족한 예산으로 운영이 어려워지지는 않을지를 걱정하는 이유이다.


최고의 성능과 기능을 갖춘 기기라도 사용자가 쓸 줄 모른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기술만이 빠르게 발전하고 인간은 항상 그 뒤를 힘들게 따르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3. 에듀테크로 인해 수업의 모습이 획일화하지는 않을까?


유용한 에듀테크는 교육에 아주 큰 도움이 된다. 특히 개별 학생 맞춤 교육과 다양한 수업 활동 지원의 측면에 있어서 에듀테크의 활용 여부에 따른 결과는 매우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 한정된 수업 시간에 20~30명의 학생들을 동시에 개별적으로 관찰하고 수행 정도와 성장 결과를 기록할 수 있는 것은 에듀테크가 가져다준 혁신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열리는 거의 모든 교육 관련 행사에서 빠지지 않는 에듀테크 활용 수업 사례를 보며 한 가지 우려가 생긴다. 어떤 에듀테크를 사용하는가에 따라 수업의 모습이 비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에듀테크의 잘못은 아니다. 그 에듀테크는 특정한 용도와 방식에 최적화한 것이니 그대로 잘 사용하는 결과로 그런 수업이 나타나는 것이다.


기억할 것은 모든 교육자가 에듀테크를 언제나 사용하는 것이 교육의 효과성을 높이는 길은 아니라는 점이다. 에듀테크가 꼭 필요한 교육자가 자신의 교육 목적에 맞는 최적의 에듀테크를 선택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필요할 때만 교육에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무감과 분위기에 휩쓸려 에듀테크를 억지로 끼워 넣는 환경이 되지 않도록 교육자의 비판적 사고와 주도적 태도가 그 어느 때보다 귀중한 때이다.


4. 어떻게 사회정서 역량을 키울 것인가?


에듀테크 진흥방안에서 추진 방향 중 '에듀테크를 통한 교육의 변화 모습'을 보면 학교 현장의 교사는 학습 디자이너이자 '사회정서적 지도자'로 변화할 것으로 제시된다. 이는 최근 더욱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사회정서학습(Social and Emotional Learning: SEL)의 가치가 반영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학업, 사회 및 정서적 학습을 위한 협의체인 CASEL(Collaborative for Academic, Social, and Emotional Learning)은 사회정서학습을 이렇게 정의한다.


모든 청소년과 성인이 건강한 정체성을 개발하고, 감정을 관리하고, 개인 및 집단 목표를 달성하고, 타인에 대한 공감을 느끼고 표현하고, 지원 관계를 수립 및 유지하고, 책임감 있고 배려하는 결정을 내리기 위해 지식, 기술 및 태도를 습득하고 적용하는 과정


정의에서 볼 수 있듯 모든 인간이 개인이자 사회 구성원으로서 반드시 갖춰야 할 역량을 기르는 한 방법사회정서학습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교육 분야에서 사회정서학습은 그 개념조차 낯설거나 사례를 찾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교육을 통해 사회정서적으로 안정되고 나은 삶의 모습을 그려내기 위해서 그저 효과적인 에듀테크 개발과 적용을 넘어서는 인식 변화와 투자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 교육이 학업 능력만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인지적, 사회적, 정서적 기술'을 길러서 개인과 사회 모두에 이익이 되는 '공동 주도성(co-agency)'을 갖춘 사회를 이루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참고자료

에듀테크 진흥방안 (교육부 보도자료)


온보딩, 업스킬링, 리스킬링이 궁금하다면?


공동 주도성이 궁금하다면?


Fundamentals of SEL


사회정서학습(Social and Emotional Lear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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