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randy Jun 29. 2023

미니멀리즘은 어디로부터 왔을까?

카지미르 말레비치는 ‘검은 사각형’을 통해 기존 회화의 관행과 형식을 깨고 조형 요소만으로 새로운 대상을 창조하고자 했으며 불필요한 요소들을 최대한 제거했을 때 발견할 수 있는 본질에 다가가고자 했다.

미니멀리즘이라는 용어가 최초로 등장한 시기는1960년대다. 허나, 미니멀리즘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기 이전에도 최소주의를 반영한 작품들은 존재해왔다. 러시아  추상미술의 선구자이자 절대주의의 창시자 카지미르 말레비치는 1915년 검은 사각형이라는 작품을 출품했다.


미니멀리즘은 군더더기를 제거하고 대상의 본질만을 남겨 절제미를 추구하는 사회, 문화 또는 예술 사조다. 미니멀리즘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최소주의를 구현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우선순위를 정해 불필요한 정보를 덜어내고 핵심만을 담아 전달력을 높이는 것이다.


카지미르 말레비치 <검은 사각형> (1915)

카지미르 말레비치는 ‘검은 사각형’을 통해 기존 회화의 관행과 형식을 깨고 조형 요소만으로 새로운 대상을 창조하고자 했으며 불필요한 요소들을 최대한 제거했을 때 발견할 수 있는 본질에 다가가고자 했으며, 그의 작품은 추상미술의 패러다임을 바꾸었을 뿐만 아니라 미니멀리즘의 탄생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인지 ‘검은 사각형’은 미니멀 아트의 효시로 여겨지고는 한다.


1960년대, 미니멀리즘은 예술계 전반에 확산되기 시작했다. 로버트 모리스, 도날드 저드, 칼 안드레, 아그네스 마틴 등 미니멀리스트를 표방하는 예술가들이 등장했고 직관적이고 단순한 작품 세계에 대한 수요도 늘었다. 그림, 건축, 디자인, 글쓰기 등 크리에이티브 산업에서도 ‘미니멀리즘’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일 역시 많아졌다.


그러나 이 시기 미니멀리즘의 영향력은 예술계에 국한되어 있었다. 최소주의가 본격적으로 상업에 접목되기 시작한 시점은 1970년 후반 독일의 산업 디자이너 디터 람스가 좋은 디자인 십계명을 발표하면서부터다.


©Alaksiej Čarankievič, Unsplash


디터 람스의 좋은 디자인 십계명


1. 좋은 디자인은 혁신적이다.

2. 좋은 디자인은 제품을 유용하게 한다.

3. 좋은 디자인은 아름답다.

4. 좋은 디자인은 제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5. 좋은 디자인은 눈에 띄지 않는다.

6. 좋은 디자인은 정직하다.

7. 좋은 디자인은 오랜 시간 지속된다.

8. 좋은 디자인은 디테일의 결과다.

9. 좋은 디자인은 환경친화적이다.

10. 좋은 디자인은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이다.


그의 십계명은 미니멀리즘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며 그의 디자인 철학은 제스퍼 모리슨, 후카사와 나오토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애플의 수석 디자이너 조나단 아이브는 디터 람스를 롤모델로 꼽기도 했다. 실제 애플의 제품들은 디터 람스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고 알려져 있다.


©Brett Jordan, Unsplash

미니멀리즘이 상업과 결합하며 인간의 삶에도 큰 변화가 일었다. 양보다는 질, 껍데기보다는 본질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점차 확대되면서 ‘덜어냄의 미학’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삶의 양식부터, 건축, 패션, 음악, 개발 심지어는 광고의 영역까지, 이제는 미니멀리즘의 영향을 받지 않는 섹터를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


우리는 왜 이토록 미니멀리즘을 갈망해 온 것일까?

©Pierre Châtel-Innocenti,,Unsplash

인지심리학적 측면에서 인지 과부하는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 인지 과부하 상태를 피하고자 과도한 정보에 대한 거부감을 표하는 행위는 정상적인 반응이며, 이러한 관점에서 미니멀리즘의 역사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본능의 산물이라 볼 수 있다. 어쩌면 인간의 뇌는 애초부터 최소주의를 갈망할 수밖에 없도록 설계되었고, 미니멀리즘이 다양한 분야에 접목되어 온 것도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른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