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만 탐내는 사람들

by 량과장

유독 운이 좋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일이 잘 풀리는 자리에는 꼭 있고, 일이 어그러지면 자리에 꼭 없는 사람들. 나는 이들이 천운을 타고난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성과는 같이, 책임은 혼자


전 직장에서 팀장님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겪었던 일이다. 나는 기획을 담당, 그녀는 전반적인 조율을 맡았다. 분업이 명확한 편이었다.


결과도 잘 나왔다. 대표님께는 칭찬을 받았고, 분위기도 좋았다. 팀장님은 자연스럽게 말했다.


“제가 방향을 잡아드린 게 도움이 됐죠.”


나는 그 순간 그동안 내가 했던 업무들을 되새김질하기 시작했다. 기획서를 썼고, 자료를 모았고, 밤을 새웠고, 수정을 반복했다. 팀장님이 방향을 잡아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팀장님은 뿌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마치 자신이 나를 잘 이끈 훌륭한 리더인 것처럼.


몇 달 뒤, 다른 프로젝트가 어그러졌다. 클라이언트가 컴플레인을 넣었고,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대표님은 경위를 물었다.


팀장님이 말했다.


“제가 우려했던 부분인데, 처음 방향 설정에서 좀 아쉬운 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 방향 설정. 그게 내 기획서였다. 본인이 스스로 검토하고 통과시킨 기획서였다. 실패는 내 책임이 됐고, 팀장님은 처음부터 우려했던 사람이 됐다.



제 판단을 믿고 따라주셔서


회의 시간에 아이디어를 하나 낸 적이 있다.

사람들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본부장님께서 관심을 보이자 상황이 달라졌다.


팀원 중 한 명이 외쳤다.

“저도 그 방향이 맞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비슷한 걸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비슷한 걸 생각하고 있었다. 증명할 수도, 반박할 수도 없는 말이다. 생각은 기록이 안 되니까. 그들은 항상 타이밍을 잘 캐치했다. 결론이 좋아 보일 때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라고, 결론이 나빠 보일 때는 “시작부터 우려스러웠다”라고 말했다.


나중에 그가 한 말이 나는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프로젝트가 잘 마무리됐을 때 그는 클라이언트에게 말했다.


“제 판단을 믿고 따라주셔서 잘 된 것 같습니다.”


나는 그 자리에 있었다. 그 판단이 누구 것이었는지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내 기억력을 의심하게 됐다. 참으로 놀라운 언변이었다.




권한은 내가, 책임은 남이


사실, 그중에서도 최악은 따로 있었다.

결정권은 자기가 갖고, 결과가 나쁘면 실행한 사람 탓을 하는 사람들.


한 번은 윗선에서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바꾸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나는 리스크에 대해 언급했고, 그는 “일단 해보자”라고 했다. 나는 했다. 결과가 좋지 않았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좀 더 강하게 얘기했어야죠.”


잠깐. 나는 말했다. 당신이 해보자고 했다. 내가 더 강하게 말하지 않은 게 문제가 됐다고?


그의 논리 구조는 완벽했다. 잘 되면 결정한 사람의 공이고, 안 되면 반대하지 않은 사람의 책임이 됐다.


책임을 전가하는 솜씨가 탁월했다. 늘 짐은 남는데, 그 짐은 어느샌가 내 것이 되어 있었다.




결과물만 탐내는 사람들에게는 그들만의 세계관이 있었다. 공은 내 것, 과는 네 것.


그렇다고 그들이 비겁하다는 뜻은 아니다. 잘못됐다는 걸 알면서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옳았다고 진심으로 믿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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