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시내 관광

베트남과 캄보디아 여행기

by 수필가 고병균

여행 셋째 날은 하노이 시내를 관광하는 날이다.


생수 한 병값


호텔에서 나올 때, 가이드가 1달러를 요구했다. 호텔 방에서 생수를 한 병 마셨는데 그 값이 베트남 화폐로 20,000 동이다. 그런데 베트남 화폐가 아닌 미국 화폐로 요구한다. 우리나라 화폐 1천 원을 내밀었더니 아무런 말 없이 받아준다.


관광버스


우리를 태운 관광버스는 현대자동차에서 생산한 중고(中古) 버스였다. 좌석에는 모 여행사의 한글 이름이 그대로 붙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폐차한 버스를 베트남에서는 최신형 관광버스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력이 크게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이 느껴졌다.

베트남의 관광버스회사 쿠앙 안

베트남의 교통 환경


하롱베이와 하노이를 연결하는 도로는 왕복 2차 도로였다. 도로에는 가드레일이나 중앙분리대가 설치된 곳은 없었다. 분리봉이 설치된 곳도 없었고 노란색의 중앙선이 그려진 곳도 없었다. 다만 하얀 줄이 도로를 반으로 나누어 길게 이어진다.


달리던 버스는 간혹 하얀색의 중앙선을 침범했었다. 반대편에서 달려오던 오토바이가 버스 앞쪽으로 좌회전하는 경우도 있었고, 사람들이 버스에 신경 쓰지 아니하고 도로를 횡단하는 경우도 목격되었다. 교통 상황이 이런데도 과속을 단속하는 교통경찰도, 단속 카메라도 없었다.


어느 지점에선가 버스의 속도가 매우 느리다는 것을 느꼈다. 버스 앞에 트럭 두 대가 가고, 그 앞에 승용차도 보인다. 우리 버스까지 차례를 지키며 달린다. 그런데 그 속도가 답답할 정도로 느렸다. 충분히 추월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엄마 오리의 뒤를 따라가는 아기 오리처럼 질서 정연하게 달린다. 전혀 서두르는 기색이 없다.

“왜 이렇게 느려요?”

“마을 앞길이라 제한속도가 50킬로입니다.”

나의 질문에 가이드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마을 앞 도로에 ‘30’이라 쓰인 동그란 모양의 속도 제한 표지판이 설치된 우리나라와는 달리 베트남에서는 이런 종류의 교통 표지판을 보지 못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기사는 시속 50Km의 속도를 그대로 유지한다. 참 대단한 인내심이었다.

베트남에서 본 신호등 : 관광하는 동안 이것 하나만 보았다.

국민 각자가 자기의 이익을 강하게 주장하는 나라일수록 교통 규칙이 까다롭고 복잡해지며 그것을 관리하는 데 따른 비용도 많아진다. 그 간단한 진리를 베트남에서 한 번 더 깨닫는다.


우리는 하노이를 향해 달렸다. 버스가 지나가는 도로 주변에는 논이 끝없이 펼쳐졌다. 저 멀리 지평선까지 온통 논이다. 낮은 언덕도 구릉도 없다. 버스는 간혹 상가 건물이 즐비한 지역도 지나갔다. 여기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도로에서 본 상가 건물의 가로 폭이 일정하다는 점이다. 베트남은 공산주의 국가로 토지를 통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4시간을 달려 버스가 멈춘 곳은 하노이 시내의 번잡한 삼거리 도로변이었다. 버스는 우리를 인도에 내려놓고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다. 갑자기 외톨이가 된 기분이다.


채소를 나르는 베트남 여인


앗! 채소를 나르는 여인이 지나간다. 원뿔 모양의 베트남 모자를 쓰고 어깨 위에는 양팔 저울 같은 들것을 걸쳤다. 학창 시절 사회 교과서에서 보았던 바로 그 모습이다. 얼른 사진을 찍었다.


그때 가이드가 재촉한다. 신호등도 없고 횡단보도도 없는 넓은 도로의 한가운데 서서 손으로 신호를 한다. 왼쪽 손은 높이 들어 오토바이나 자동차가 다가오지 못하도록 신호를 보내고 오른쪽 손은 우리를 향하여 흔든다. 마치 유치원 원아를 인솔하는 선생님처럼 ‘빨리 건너라.’고 한다.

채소를 나르는 베트남 여인

하노이 관광 택시


하노이 시내의 관광은 5명씩 타는 ‘관광 택시’를 이용했다. 이름을 몰라 그렇게 명명한다. 출발하는 순간, 메뚜기 떼처럼 몰려오는 오토바이를 만났다.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런데도 기사는 그사이를 요리조리 잘도 빠져, 양동시장과 비슷한 저잣거리에 들어섰다. * 저잣거리 : 【명사】가게가 죽 늘어서 있는 거리.


맨 처음 만난 곳은 패션의 거리였다. 남자와 여자의 옷이 옷걸이에 대롱대롱 걸려있는 가게 앞에는 여자들이 앉아서 손님을 기다린다. 다음에는 채소 파는 거리에 들어섰다.

베트남의 전봇대


관광택시가 지나가는 도로에는 전봇대가 군데군데 서 있다. 그 위에는 전깃줄인지 전홧줄인지 거미줄처럼 뒤엉킨 여러 갈래의 줄이 전봇대로 모여들었다가 다시 갈라지며 길게 이어졌다. 1970년대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보이던 전봇대라고 하기에는 전깃줄이 너무 많다.


자전거 형태의 인력거 ‘씨클로’


‘씨클로’라고 하는 자전거 형태의 인력거도 보였다. 관광객은 자전거의 앞쪽에 타고 기사는 뒤에서 페달을 밟는다. 천천히 이동하며 관광하는 모습에서 조금은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직접 서민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베트남의 진정한 명물이라고 소개한다.


관광택시는 미로처럼 복잡한 거리를 이리저리 돌아 호안끼엠 호숫가에서 잠깐 멈추었다. 운천 저수지보다 훨씬 넓은 호수 주변에 키가 큰 나무들이 짙은 그늘을 만들고 있다. 휴식 공간으로 알맞다.


여기서 출발한 관광택시는 또 미로 같은 길을 간다. 좌로 꺾어 돌아갔다가 우로 돌아가고 또 우로 돌아갔다가 다시 좌로 꺾어 돌아가는 등 혼란스러운 코스를 택시는 거침없이 지나왔었다. 어느 순간 관광택시가 멈추어 섰다. 정신을 차려 보니 출발했던 처음 위치다.


직업의식이 투철한 기사


노점상이 즐비한 시장 길에서는 우리가 탄 관광택시 앞으로 오토바이가 불쑥불쑥 달려들었다. 도로를 가로질러 여유만만하게 걸어가는 사람, 차량의 좌우로 스치듯 지나가는 사람도 많았다. 이처럼 사고의 위험이 상존한 거리에서 기사는 능숙하게 운전했다. 군데군데 주차된 차량이 길을 막고 있어도 불평 한 마디 없이 운전에만 집중했다. 직업 정신이 투철한 그 기사와 사진을 찍었다.

직업정신이 투철한 기사

하노이 시가지는 내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혼란스럽고 복잡한 거리였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조금씩 양보하며 질서를 유지했다. 그곳 사람들의 생활양식을 설명하기에 나의 지식이 너무 짧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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