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과 캄보디아 여행기
하롱베이는‘하롱(下龍)’이라는 한자말과‘베이(Bay, 만(灣))’라는 영어의 합성어이다. 하롱(Halong,下龍)은 글자 그대로 “용(龍)이 바다로 내려왔다.”는 전설에서 유래한다. 베트남이 외세의 침략을 받았을 때, 하늘에서 내려온 한 무리의 용이 침략자들과 싸우기 위해 보석을 내뱉었는데 그것들이 바다에 떨어져 섬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면적이 1,553 ㎢나 되는 넓은 바다 하롱베이는, 유네스코에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베트남 최고의 국립공원이다. ‘일요일이 좋다.’, ‘런닝맨’ 등의 촬영지였다고 한다.
우리는 자그마한 유람선을 타고 하롱베이의 관광에 나섰다. 태양은 빛나고 유람선은 미끄러지듯 나아간다. 참새떼처럼 재잘거리는 여자들의 수다가 유람선 주변의 잔잔한 수면 위로 깨알처럼 쏟아진다.
- 천궁동굴
천궁동굴 선착장에 도착했다. 유람선에서 내려 저 멀리 보이는 U자 모양의 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는 동굴을 향해 올라갔다. 딱 한 사람만 걸을 수 있을 만큼 좁은 돌계단이 동굴 입구까지 이어졌다.
동굴 안으로 들어서니 깜깜해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한참 후에야 꿈틀꿈틀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인다. 가이드는 레이저 광선을 벽면에 비치며 ‘하늘 문’, ‘용형석’, ‘용좌’, ‘폭포’, ‘선녀 목욕탕’ 등의 형상을 소개했다. 그것을 어렵사리 찾아내 사진을 찍고 나면 일행은 저 멀리 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채 집사는 손가락으로 동굴 벽면을 가리키며 무슨 형상이 있다고 알려준다. 미로 같은 동굴 속에서 ‘길을 잃지는 않을까?’ 쓸데없는 염려도 되었다.
동굴 밖으로 나오니 햇빛에 눈이 부시다. 내려가는 길은 올라올 때보다 조금 길었다. 그래도 동굴의 출구에서 선착장까지 내려가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10여 분, 그 짧은 시간에도 내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된다. 유람선에 들어서니 시원한 수건을 나누어 주었다. 기분이 상쾌해진다.
- 수상(水上)시장과 그 주변의 풍경
3천여 개의 섬들이 외해의 사나운 물결을 막아준 탓인지 바다는 고요하다. 그 위로 유람선은 경쾌하게 나아간다.
1985년도였을까? 생일도를 향해 가다가 파도를 만나 고생했던 일이 생각난다. 좌우로 흔들고 앞뒤로 흔들어서 뱃속에 있는 것 모두를 토해냈던 그 고통의 바다와는 너무나도 다를다
유람선 앞쪽에 한 떼의 배가 보인다. 수상 시장이다. 거기에는 마당처럼 널찍한 갑판이 있고, 배를 댈 수 있는 접안 시설도 있다.
그런데 묘한 기분이 든다. 이순신 장군이 이끈 12척의 거북선이 명량 앞바다에서 왜선 130여 척을 만났을 때의 기분이랄까?
천천히 나아가는 유람선 주변의 섬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높고 낮은 섬들은 그 지형이 럭비공을 세워 놓은 듯 가파르다. 이런 지형이 사람의 접근을 막는 것으로 여겨진다.
바위섬
유람선이 나아가는 정면에 우뚝 선 바위섬이 하나 있다. 세로로 높게 세워진 바위가 사람의 손으로 매만져 놓은 수석처럼 매끈하다.
유람선이 다시 속도를 냈다. 가이드는‘앞에 보이는 바위가 뽀뽀바위’라고 설명한다. 그 바위 주변에는 여러 척의 유람선이 몰려 있는데, 그 사이를 이리저리 비집고 들어가는 유람선이 있는가 하면 떠나가는 유람선도 있다. 우리가 탄 유람선도 바위와 바위 사이가 잘 보이는 위치로 밀고 들어섰다. 사랑하는 남녀가 뽀뽀하는 것처럼 가깝게 다가서는 모습의 바위다.
- 티톱섬
바다는 여전히 잔잔하다. 유람선은 보석처럼 반짝거리는 바다 위를 달린다. 저 멀리 해변에서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모래사장의 크기는 시골의 초등학교 운동장 정도나 될까. 해수욕을 하는 사람도 대여섯 명에 불과하다.
우리는 티톱섬에서 내렸다. 러시아인 코스모넛(Cosmonaut)의 이름을 딴 섬이다. 여기서 단체사진을 찍고는 섬의 정상을 향해 올랐다. 표고 30m로 보통 사람이면 30분 정도 걸린다고 했다. 그렇지만 몸이 허락하지 않는 분이 있었다. ‘돈을 잃은 것은 조금 잃은 것이고 명예를 잃은 것은 많이 잃은 것이며 건강을 잃은 것은 모든 것을 잃은 것이다.’라는 말이 실감난다.
정상에서 바라본 주변의 섬들이 마치 ‘전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하며 임금님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는 신하처럼 보인다.
내려올 때는 등산로의 좌우에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는 나무 화석들을 살펴보았다. 쓰러진 나무 위로 뜨거운 용암을 얇게 부어 놓은 듯 나무껍질이 선명하다. 여기에 이야기를 곁들인다면 더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