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롱베이(下龍灣) (2)

베트남과 캄보디아 여행기

by 수필가 고병균

- 비경광장


우리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번개보트로 갈아탔다. ‘비경광장’을 관광하기 위해서다. 번개처럼 빠르게 나아가던 보트가 갑자기 방향을 바꾸었다. ‘와!’ 하는 탄성이 여기저기에서 쏟아졌다. 좌로 돌렸다가 우로 돌렸다. 아내는 내 손을 꼬옥 잡았다. 아니 내 팔을 붙들고는 고개도 들지 못했다. 눈물을 흘리는 권사도 있었다.


숨이 막힐 듯 재주를 부리던 보트가 바다 동굴 입구에 도착했다. 제임스 본드가 나오는 007 영화의 배경으로 사용한 곳이라고 소개한다. 동굴 안쪽 바다는 고요하고 깎아지른 절벽이 빙 둘러 있다. 울창한 나무 사이에서 원숭이가 장난을 친다. 영화 속에서 보았던 그 원숭이는 아니지만, 우리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런 곳에서도 장사하는 사람이 존재한다. 갖가지 간식거리를 실은 보트가 다가왔다. 중국에서도 북한에서도 인기 있다는 초코파이가 보인다.


동굴에서 빠져나온 보트가 바다 한가운데서 멈췄다. ‘안 가겠다.’는 것인가? 궁금한 눈초리로 바라보는 우리에게 보트 기사가 노래 한 곡 선사했다.

♬♩♪♬

해~당화 피고 지~는 서~~엄~ 마~으~~을~에~

철새 따라~~ 찾~아~온 초~옹 가~악 서언 새~앵~ 님~


우리도 손뼉을 치며 함께 불렀다. 노랫소리는 넓은 바다 위로 멀러 멀리 퍼져나갔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아찔한 순간을 체험하게 하고, 국민 가요 ‘섬마을 선생님’으로 즐거움을 선사한 기사를 위해 금일봉을 거출했다.

- 선상(船上) 잔치


돌아오는 유람선에서 잔치가 벌어졌다. 베트남의 활어회가 나오고 매운탕도 나왔다. 배가 부른 우리에게 흥겨운 노래를 들려준다. 무료함을 달래 주려나? 했더니 강 권사와 이 권사가 통로로 나왔다. 손 권사도 김 권사도 나왔다. 한참 동안 손을 흔들고 몸을 비틀던 가시나들이 ‘머슴아들도 나오라.’고 손을 잡아끌었다. 어찌 내숭만 떨고 있겠는가?


지금은 어림도 없지만 그 옛날, 달리는 관광버스 안에서 막춤을 추던 일이 떠오른다. 운동회가 끝난 후렴으로 학부모들과 운동장에서 달리기도 하고 막걸리 사발을 들이키며 보릿대 춤을 추던 일도 생각난다. ‘고 선생이 내 애인이다.’라고 말했다가 나의 아내에게 들킨 아모레 아줌마의 목소리가 쟁쟁하다. 그러나 금방 지친다. 나이는 못 속여!


베트남 아가씨들이 좌판을 벌였다. 온갖 액세서리가 나왔다. 여자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이것저것 살펴본다. 반지를 끼어 보고 귀걸이를 만져보고 목걸이도 걸쳐본다.


장 집사는 진주 목걸이를 사서 자기 부인에게 선사했다. 나도 아내를 위해 무엇인가 선물을 해야 할 형편이다. 시집와서 40년 가까이 되지만 변변한 선물하나 해 준 적이 없다. 비싼 진주 목걸이는 아니라도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무엇인가 사야겠다. 마침 이 권사가 자기 딸들에게 준다고 목걸이 몇 개를 들고 흥정한다. 내 것까지 포함해서 사라고 부탁했다.

값싼 것이지만 받아든 아내의 입이 헤 하고 벌어진다. 그런 아내가 더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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