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by 봄동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내가 그 컵을 처음 만난 것은 2019년 여름의 일이다. 카페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을 보자마자 나는 외쳤다.

"그래. 저건 사야 해!"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그 컵은 국립중앙박물관 내 기념품점에서만 살 수 있었다. 유리컵 하나를 사러 서울까지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후일을 기약 했다.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12월에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보기위해 서울 여행 일정이 잡힌 것이다. 혼자서 여행도 처음, 서울을 가는 것도 처음이었다. 안 해본 것을 하려면 두렵다. 하지만 그것을 깨고 나와야 하는 것이 그즈음 내 삶의 숙제였다. 그것은 지금도 완결되지 않고 진행중인 숙제이기도 하다.

콘서트가 열리는 블루 스퀘어는 마침 국립중앙박물관 근처였다. 점심을 먹고 국립중앙박물관에 도착했다. 내 목적은 오로지 그 컵이었다. 하지만 박물관에 가서 컵만 달랑 사서 나오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고 내 허영심도 허락하지 않았다. 1층의 통일 신라관에서 금관의 화려함에 감탄을 한번 내뱉고 원데이 수업을 하는 꼬마들 뒤에서 함께 선생님의 설명을 듣기도 했다.

지난한 시간이 흐르고 나는 드디어 그와 만났다. 유리로 된 몸체에 윤동주의 시가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전사되어 있었다. 전사된 글씨 색은 흰색과 검정색 두 가지인데 나는 사이좋게 두 종류를 다 사왔다. 첫서울 여행의 기념품인 셈이었다.

같은 모양의 컵이지만 나는 흰색 전사 컵을 더 좋아했다. 검정색도 좋았지만 맥주를 담았을때 흰색이 맥주의 노란 빛깔과 더 잘 어우러졌다. 나는 그와 수십 잔의 맥주를 함께 했다.

하지만 이 컵에는 결정적인 문제가 하나 있었다. 바로 내구성이다. 처음에 산 두 개의 컵은 6개월만에 산산이 부서졌고 그 다음 서울 여행에서 산 4개의 컵도 설거지 중에, 싱크대에서 미끄러져서 등의 이유로 내 삶에서 빠져나갔다.

마지막 컵을 보낸 이후로 나는 더이상 별컵을 사지 않는다. 그와 나의 시간이 끝났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잘 맞는다고 생각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더이상 만나지 않는 친구처럼 말이다. 나는 예전처럼 맥주를 즐겨 마시지 않고 좀 더 가볍고 그립감이 좋은 컵이 필요하다.

삶도, 사람과의 관계도, 물건과의 관계도 변하고 흘러간다. 두려울 때도 있고 아쉬울 때도 있지만 한걸음 한걸음 내딛을 따름이다. 곧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올 것이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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