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무뎌지다

by 자명

연둣빛 봄의 시작처럼 설레고

여름 햇살처럼 뜨겁고 아프고

서늘한 가을 낙엽처럼 공허하고

겨울의 앙상한 가지처럼 차갑기도 했다


오랜 고요함에 이젠 아무것도 없다

무뎌지고 무뎌져서 무뎌졌다

한 줌의 흙만 남은 것처럼 하얗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고 고요하다


사계절 같던 찬란한 마음은

작은 불씨 하나도 남기지 않은 채

하얗게 적막이 흐른다

그 시간은 행복하지 않으면서 행복하다



2022 문학고을 신인문학상 시 부문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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