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컬렉션 70년만의 귀향 이중섭특별전
겨울여행인데다가 머무는 동안 날씨가 늘 꾸물꾸물하여 이번 제주여행서는 박물관과 미술관을 많이 갔다. 마침 이중섭 미술관에서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을 하고 있었다. 서울 국립미술관 이건희특별전은 예약이 너무 치열해 엄두도 못내고 있던 차에 반가운 마음으로 예약을 했다. 이중섭미술관은 미리 예약을 하고, 관람시간은 1시간으로 제한되어 있다.(얼마 전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의 박수근 전도 그랬는데, 요즘 1시간 관람이 트렌드인가..) 나는 토요일 12시 반 타임에 예약을 했다. 타임당 50명씩 입장이 가능하다. 예약할 때만 해도 자리가 텅텅 남아있었고, 점심시간이랑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당일 날 가보니 예약도 꽉 차고 예약을 못해 현장에서 대기하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이중섭 특별전 <70년 만의 서귀포 귀향>은 22.03.06일까지 진행된 전시로 얼마전 막을 내렸다. 1층에는 이번에 고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12점의 작품을 포함한 원화들을 전시중이었고, 2층에는 이중섭작가의 생애사와 미디어아트 영상을 상영중이었다. 입장 전 관람시간 제한이 있어서 굉장히 아쉬워하며 입장했는데, 다 보고나니 관람시간이 왜 1시간인지 알 것 같았다. 특별전임에도 작품이 정말..별로 없다..ㅎㅎ 그 이전에는 어찌 운영이 되었던건지 많은 의문이 들었다. 이번 제주도 전시 작품들은 유난히 따뜻하고 밝은 느낌의 그림들이 많았는데, 작가의 불행한 삶과 대비되어 밝았음에도 어딘가 쓸쓸하게 느껴졌다.
아래 그림은 이번 전시의 주인공이다. 이중섭의 <섶 섬이 보이는 풍경> 이중섭의 불우한 생애사는 한국의 고흐라고 불릴만큼 유명한데, 마주할 때마다 늘 가슴이 먹먹해진다. 사실 한국전쟁이 터지기 전, 이중섭이 평안도에 살 당시 이중섭네 집은 부농이었다. 그랬으니 그림공부하고, 도쿄로 유학도 가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전쟁으로 모든 재산을 몰수당하고, 이중섭은 가족을 데리고 알거지로 남으로 피난을 온다. 당시 신세 질만큼 형편이 좋았던 친척들도 없었고, 부잣집 도련님으로 큰 이중섭이 생활력이 강한 것도 아니여서 도쿄 유학 시절 만나 결혼한 이남덕 여사(마사코)가 바느질 등으로 근근히 생계를 이어 갔다고 한다. 이중섭네 일가가 얼마나 힘들었지 상상이 되는 지점이다. 이곳 저곳 거처를 옮겨다니다 1951년 제주로 와 1년여 정도 체류한다. 제주에서도 이중섭네는 경제적으로는 어려웠지만, 가족들과 함께 지내던 제주도에서의 시간은 이중섭의 생애 중 가장 따뜻하고 아름다웠던 시간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제주도에서 그림들은 색감도 화려하고, 따뜻하고 아름다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래 그림은 이중섭이 지낸던 집에서 보이는 풍경이다. 많이 바뀌었지만 지금도 이중섭 미술관 옥상에 가면 섶 섬이 보이는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행복했던 제주 생활을 뒤로하고 1952년 장인의 부고와 이중섭 차남의 건강악화로 부인과 아이들은 일본으로 간다. 이중섭의 처가도 부유했기 때문에 당시 유산으로 궁핍한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한 결정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중섭도 함께 가려했으나 해방 직후 한일간 국교 단절로 이중섭은 가지 못하였고, 그 뒤로 잠시 일본에서 재회한 일주일을 제외하면 이중섭 가족은 다시 뭉치지 못했다고 한다. 가족이 일본에 가 있는 동안 이중섭은 작품활동을 통해 성공하여 가족들과 재회하려 했으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열었던 전시회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해 이중섭은 많은 좌절을 겪었다. 이렇게 여러가지로 힘든 와중에도 이중섭이 그림을 포기하지 않은 일화는 유명하다. 유명한 은지화들은 부두 막노동을 할 당시 캔버스와 물감을 살 돈이 없어 담뱃값의 은박지에 그린 그림들이다. 결국 가족들과 재회하지 못한 채 병원에서 여러 병에 시달리다 그는 홀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병원 내 무연고자로 방치 되어 있던 그를 동료들이 장례를 치뤄졌는데, 발견 다이 이중섭의 옆에 있었던 건 병원비 독촉장이 전부였다고 한다. 가족에 대한 사랑이 참 컸던 사람인데 생애 마지막을 그리움에 사무쳐 혼자 쓸쓸이 죽어야 했던 이중섭의 생애는 볼 때마다 마음을 시리게 만든다. 이 날 비와 제주바람이 더 해져 더 쓸쓸히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미술관 투어를 마친 후, 근처 유동커피에 갔다. 사장님 이력이 아주 화려하시다. 아메리카노 한잔과 카페모카를 시켰다. 평소 단 커피를 싫어하는데 유동커피의 시그니처 라떼아트를 보려면 모카를 마셔야 한대서..ㅎㅎ 커피 사진이 참 예쁘게 나왔다. 카페모카는 달았고 아메리카노는 쏘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