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 엄마
내향적인 아이에게 친구를 만들어줘야 하나요?
ENFP(재기 발랄한 활동가)라는 MBTI 결과가 무색하게도 나는 지독한 아웃사이더이자 집순이다.
집에서 혼자 노는 걸 즐기며, 특별히 누군가와 약속을 정하지 않는 한 혼자서 이런저런 활동을 하는 걸 더 선호하는 편이다. 외출해서도 혼자 밥 먹고, 혼자 전시회 보고, 혼자 서점을 돌아다니며 혼자서 참 잘 다닌다.
식량이 갖춰져 있고 밖에 나갈 일이 없는 한, 몇 달간 집에 있을 자신이 있다. 밖에 나갈 일이 있으면 나간 김에 볼 일을 다 보고 들어오고, 외출을 이틀 연속으로 연달아하지 않는다. 주말에 하루 외출했다면 하루는 꼭 집에서 푹 쉬면서 충전해줘야 다음 주를 버틸 수 있다.
지인과 약속을 잡아도 약속한 날이 다가오면 상대방이 먼저 취소해주기를 바란 적도 있다. 하지만 막상 만나면 또 세상 재밌게 논다. 의무적으로 만나게 되는 약속들에 부담을 느낄 때쯤 코로나가 터졌고 내심 '거리두기'를 핑계로 나만의 자유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서 고마웠던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나의 성향이 달갑진 않았지만 크게 불편하지도 않았기에 고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 아이가 내향적인 내 성격을 빼다 박은 걸 안 순간, 커다란 문제로 다가왔다.
아이는 4살 때부터 어린이집을 다녔는데, 또래 친구들에게 관심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란 생각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아이는 5살, 6살이 되어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첫째 어린이집에서 음악회를 주최한다고 해서 갔는데, 다들 무리가 형성된 지 오래였다. 다들 끼리끼리 잘 어울리고 엄마들도 수다 떠느라 바쁜데 나와 내 아이만 겉돌았다.
난 항상 혼자만의 생활을 즐겨왔으니 상관없었지만 아이가 친구들과의 무리에 끼지 못하고 겉도는 모습을 내 눈으로 직접 보는 건 가슴 아픈 일이었다.
아이가 5살 때 담임 선생님이 상담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아이가 또래 친구들에게 관심이 없고 혼자 노는 걸 즐긴다.', '다른 아이들과 같이 놀이하기보단 혼자 노는 편이다.'
선생님이 하도 사뭇 진지한 태도로 말씀하셔서, 아이의 이런 내향적인 성향이 큰 문제로 다가왔다. 부모가 고쳐줘야 할 커다란 문제로! (부모가 고칠 수만 있다면 말이다.)
그러면서 나에게 여자 친구 한 명을 찍어서 그 아이 엄마와 왕래하며 친구를 만들어주기를 권했다. 아이에게 친구를 만들어주고 서로의 집을 왕래하며 친하게 지내는 게, 누군가에겐 쉬운 일이겠지만 나에겐 어려운 일이었다.
그 흔한 커피 한잔 같이 할 동네 친구 엄마도 없고, 놀이터에서 같이 놀고, 서로의 집에 놀러 가는 아이 친구 엄마는 더더욱 없다. 나는 그 시간에 책을 읽고, 그림 그리고, 글을 쓰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시도하지 않았다. 주변에서 모두 아이에게 친구를 만들어주라고 권하고 있었다. 친정엄마조차 '아이를 위해 엄마가 그 정도도 못 해주냐!'며 친구를 만들어주지 않는 날 탓했다. 내향적인 나에게 처음 보는 엄마들 무리에 들어가 번호를 따고 엄마들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라고 재촉했다.
하지만 '엄마가 아이의 취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아이의 친구를 짝지어 주는 게 맞는 일일까?'란 의구심이 맴돌았다. 아이는 자기 마음에 맞는 친구를 스스로 찾을 권리가 있다! 엄마가 친구조차 정해주는 건 엄마의 권력 남용 아닐까! 누군가는 정신승리라며 핀잔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런 소릴 들을지언정 그러고 싶지 않다. 혼자 놀고 싶다면 혼자 놀면 된다. 나조차 유치원 때부터 단체생활이 지독하게 싫었고, 정해진 커리큘럼에 따르는 게 힘들었다. 학창 시절 내내 무작위로 모아놓은 단체생활을 혐오했고, 그에 따른 규칙들에 반발심이 일었다. 그랬던 나에게 누군가가 '넌 혼자 놀면 안 돼!', '혼자 노는 건 문제 있는 아이들이나 하는 행동이야!', '지금부터 엄마가 정해준 이 친구랑 친하게 지내!'라고 한다면 너무나도 숨이 막힐 것 같다.
7살이 된 첫째는 내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교우관계를 자기 나름대로 잘 만들어가고 있다. 친구들과 고루고루 사이좋게 지내기보다 마음에 맞는 친구 한 두 명과 단짝처럼 어울려 지낸다. '친구들과 다 사이좋게 지내야지'라는 조언을 하기엔 나조차 어렸을 때부터 단짝 친구와 어울려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아니, 애초에 모두와 친구가 될 수 있는 게 가능한 일인가! 어른조차 마음에 맞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나뉘는데, 아이라고 다를까. 마음에 맞지 않는 친구와 친하게 지내라는 조언은 아이에게 폭력적으로 다가가지 않을까?
친구가 전부인 시절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봤을 때 '친구'란 존재가 그리 크지 않았기에, 아이의 내향적인 성격이 가슴 아프지만, 스스로의 인간관계를 잘 해쳐 나갈 수 있기를 바라며. 아이의 친구 만들어주기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실패했음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