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많은 엄마의 딜레마

뭐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워킹맘

by 손나다

욕심 많은 엄마는 이것도 잘하고 싶고 저것도 잘 해내고 싶은데

정작 아무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



하고픈 게 있으면 직접 이루고 싶었다. 자식을 통해 대리 만족하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은 믿어주기만 하면 저절로 잘 크겠거니 생각했다. 조기교육으로 고통받았던 유년시절을 겪었던지라 아이들까지 사교육을 많이 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태도가 요즘 세상엔 속 편한 방임으로 비쳤나 보다.



발달검사를 했는데 첫째가 1,2,3,4단계 중 4단계가 나왔다. 새로운 환경에 대해 거부가 심했고 관심도도 떨어졌다. 호기심도 없었고 자신감도 바닥이었다. 새로운 것에 관심이 없다는 건 창의성이 떨어진다는 걸 뜻했다. 검사 결과를 듣는 내내 죄인처럼 고개만 끄덕였다.



문득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하느라 아이들을 방치한 게 아닌가란 죄책감이 밀려왔다.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나 같은 사람은 아이를 낳지 말았어야 했다'란 자책의 말들이 맴돌았다.



아이에게 문제가 있으면 이론상으로는 엄마 책임이 아니라지만, 막상 그러한 현실에 부딪치면 엄마가 아이를 망친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아이의 욕구를 제때 충족해 주지 못해서', '아이의 마음을 다독여주지 않아서', '중요한 시기에 최대한 가능성을 끌어내 주지 못해서'



'형편없는 엄마', '빵점짜리 엄마', '자격이 없는 엄마' 등등 온갖 부정적인 말들이 맴돈다.



아이를 잘 케어하지 못해서 죄책감이 들지만, 그렇다고 내 모든 걸 놓아버리고 자식들에게 올인할 용기도 없다. 정말 환장할 노릇이다.



발을 빼지도 온전히 담그지도 못한 채 발목까지만 애매하게 담그다가 여차하면 빼버리자란 마음으로 육아를 하는 것 같아 괴롭다. 이런 정신상태로 아이들을 육아하는 게 맞는 걸까.



하지만 엄마의 인생은? 아이에게 온전히 올인하게 되면 보상심리가 작동하게 마련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따위의 멘트를 치며 죄책감을 유발하고 싶지 않다. 그러려면 내가 먼저 좋아하는 일들을 하며 행복해져야 했다. '내가 낳은 자식들이지만 너희들은 내 소유가 아니니 각자 알아서 살 길 찾아봐라' 이런 식의 마인드였다.



발달검사를 해주시는 분은 나에게 아이에게 중요한 시기이니 일을 그만두고 아이를 돌보는 데 전념하는 게 어떠냐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의 경력을 없던 걸로 만들고 싶지 않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2년간 노력해왔다. 아이들이 다 큰 뒤 더 이상 엄마의 손길이 필요치 않을 때 일을 찾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을 것 같았다. 그때 되면 너무 늦을까 봐 하루라도 빨리 내 일을 시작하고 경력을 쌓고 싶었다. 어쩌면 연년생 아이 둘을 육아하며 6~7년이 훌쩍 지나갔기에 지나가버린 시간이 안타까워 더 매달렸는지도 모른다.



아이를 위해 무엇이 정답인지 모르겠다. 내 일을 하느라 아이를 방치하고 망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 자꾸 자책하게 된다. 그럼에도 내 일을 놓지 못하고, 아이에게 과감하게 올인할 수 없어서 더 죄책감이 든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생각해봤다. 공부방 가기 싫다고 우는 첫째를 매번 달래며 억지로 보내기 일쑤였는데, 과감하게 공부방을 그만두었다. 이대로 가다간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도 하기 전에 학습에 대한 흥미도가 완전히 사라지고 거부감만 남을 것 같았다. 공부방을 그만두고 놀이터에서 한 시간 동안 실컷 놀게 했다. 주변에서는 끊임없이 한글, 영어, 중국어, 수학 등등을 아이에게 가르치라고 종용하는데, 나는 왜 자꾸 이렇게 속 편한 짓이나 하고 있을까.



사교육을 싫어하지만 아이에게 접할 기회는 주고 싶다.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고 싶어서 패드와 교육 프로그램을 구매했다. 그냥 자유롭게 볼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사람이 많은 걸 싫어하고 스트레스받아하는 기질이기에 그냥 혼자서 놀이처럼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려고 한다.



아이의 상태가 심각해진다면 결국 일을 그만둬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은 좀 더 버텨 보려고 한다. 아이가 나아지기를 바라며 작은 독백을 남긴다.



'나는 백 점짜리 엄마는 아니지만, 아직 부족한 게 많은 엄마지만, 너희에게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욕심은 버리지 못하겠어. 좋은 엄마가 되려면 결국 엄마가 좋아하는 일들을 하며 행복해지는 게 우선이야. 엄마도 엄마만의 인생이 있기에 너희에게 올인할 수 없어서 미안해. 하지만 너희의 가능성을 좀 더 펼칠 수 있도록 훌륭한 조력자가 되기 위해 노력할게. 부족한 엄마의 딸들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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