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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마 Oct 09. 2024

ep.06 2주 차부터 6주 차

남(南)의 아들 1부


첫 주의 긴장과 설렘이 가시기 전에 2주 차 아침이 밝았다. 사격 훈련이 시작되었고, 사격장은 넓고 푸른 하늘 아래 펼쳐져 있었다. 교관의 지시에 따라 한 줄로 서서 각자 소총을 들고 목표물을 바라보았다.


“총구는 항상 전방이다. 아군에게 총을 겨누면 머리통을 발로 차 주마.” 교관님의 음성이 강하게 울려 퍼졌다.

우리는 긴장된 마음으로 숨을 고르며 방아쇠를 당길 준비를 했다.

“아, 진짜 떨려... 첫 발을 쏘는 게 이렇게 무서울 줄이야...” 내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고, 다른 동기도 격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러나 첫 발을 쏘고 탄환이 목표물에 박히는 순간 짜릿한 쾌감을 느꼈다. 날이 지날수록 사격이 재밌었고 실력은 늘어갔다.


하지만 사격 훈련이 끝난 후, 3주 차 화생방 훈련이 시작되면서 다시금 긴장감이 고조되었다.

“아, 화생방 진짜... 난 차라리 극기주를 한번 더 하지 화생방은 죽어도 싫다.” 상호가 걱정된 표정으로 말했다.

“상호야, 그렇게 힘들어...?” 규호가 불안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우리가 화생방실에 들어가자마자 독특한 냄새가 코를 찔렀고, 방독면을 착용한 채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제 진짜 시작이야? 방독면 진짜 벗기려나?” 두리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아, 제발 나미아비타불.” 내가 다짐하자, 동기들이 웃었다.

“영화 좀 봐봐. 정말 겁먹었는데?” 상욱이가 웃으며 말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나 콧물 나오면 어떡해? 방독면 안에 다 흘러내리면…”

그 순간, 옆에 있는 동기가 갑자기 콧물과 침을 질질 흘리며 화생방실에서 나가려고 발버둥 쳤다.


“아, 씨X 문 열어! 숨을 못 쉬겠어! 문 열어!”

교관님한테 욕하는 놈은 처음 봤다. '저렇게 힘든가?' 생각했지만, 너무 웃겼다.

“야, 너 미친 거야? 방독면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으니까 습기도 차고 가스가 새어 들어간 거 아니야!” 교관님이 호통치며 방독면을 벗겨버렸다.

“복창해라. 방독면 해제.” 교관님이 말씀하셨다.

“방독면 해제!”

“무얼 망설이나?”

우리는 방독면을 벗고서 이게 콧물인지 땀인지, 눈물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모든 구멍에서 액체가 나왔다. 그렇게 가스의 공포를 극복한다는 취지와 다르게 공포심이 더 생겨버렸다.

4주 차에는 전투수영 훈련이 시작되었다. 물속에서의 생존 능력은 전투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살려... 살려주세... 요!” 한 동기가 물속에서 살려고 발버둥 치며 말했다.

“상호야, 쟤 저러다 기절하는 거 아니야?” 내가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

“괜찮아, 죽기 전에 다 살려줘.” 상호는 덤덤했다.

전투수영 훈련의 하이라이트는 10m 다이빙대에서 하는 이함훈련이었다.

“겁먹지 마라. 저기 멀리 빨간 시계 보이지? 저것만 보고 뛰어내려. 보고~” 교관님이 말했다.

“210번 부사관 후보생 진영화! 이함 준비 끝!”

“이~함”

“이함!!!!” 나는 크게 복명복창했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보신 따뜻한 교관님께서 발로 밀어주셨다.

“으... 읍!” 떨어지는 순간 10초는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진영화 후보생! 발끝부터 떨어지란 말이야! 다시 올라가!” 김건혁 교관이 지시했다.

“야, 영화야 그냥 죽었다 생각하고 뛰어!” 상욱이가 외쳤다.

동기들의 응원을 받으며 마음을 다잡고 다이빙대에 선 나는, 따뜻한 교관님의 발길을 느끼며 다시 떨어졌다.

5주 차에는 수류탄 및 유탄 투척 훈련이 진행되었다. 수류탄을 정확히 던지는 기술은 전투에서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만큼, 우리는 집중력을 높이며 훈련에 임했다.

“수류탄 던지는 게 이렇게 무서울 줄 몰랐어. 잘 던질 수 있을까?” 규호가 불안해하며 말했다.

“세열 수류탄은 나도 긴장되긴 하는데, 그냥 야구공 던지듯이 던지면 돼. 근데 공이가 뇌관을 치는 소리가 들리면 망설이지 말고 던져버려.” 자범이가 말했다.

교관의 지시에 따라 우리는 수류탄을 던졌고, 목표물에서 터지는 수류탄의 폭발음은 우리를 압도했다.

“와... 무슨 수류탄 하나 터졌다고 땅에 진동이 울리냐.” 살짝 겁먹었다.

“수전증 있다고 던지지 말까? 너무 무서운데.” 재혁이가 말했다.

“야, 수류탄 보다 니 목소리가 더 커. 남자가 던지는 거지 뭐.” 두리가 자신 있게 말했지만, 누구보다 긴장한 상태였다. 그래도 두리는 수류탄을 자신 있게 던졌다.

“호... 호안에 수류탄!!!!!”

“야, 이 개XX야!!!!”

다행히 인명사고는 없었지만, 훈련병들이나 후보생들을 교육하다 보니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 같았다. 컨트롤 타워의 방탄유리와 콘크리트 벽에 폭발 자국이 많았다.

6주 차에는 각개전투 훈련이 시작되었고, 실제 전장과 비슷한 느낌을 주기 위해 교관님들은 K3 기관총을 발사했다.

“아씨... 진짜 존x 힘들다.” 내가 힘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 이건 포복을 해도 끝이 없냐? 언제까지 올라가야 돼.” 규찬이가 포복을 하는 척 교관님 눈치를 보다가 굴러서 갔다.

'쟤는 진짜 한결같네.....'

훈련이 끝난 후, 동기들과 나눈 대화는 언제나 즐거웠다. 우리는 훈련의 고된 일상 속에서도 서로를 격려하며 우정을 나누었고, 힘든 과정을 함께 이겨내면서 더욱 끈끈한 유대감을 쌓아갔다.

“이제 우리는 진정한 팀이야. 앞으로 어떤 일이 닥쳐도 함께 견뎌내자! 다음 주 극기주 진짜 힘내보자고!” 재준이가 외치며 결의를 다졌다.

“빨리 극기주도 끝났으면 좋겠다. 우리 예쁜 와이프 보고 싶어.” 두리가 희망찬 표정으로 말했다.

“면회, 맞아! 나 엄마한테 치킨이랑 유부초밥 먹고 싶다고 했었는데 너무 기대된다!” 내가 웃으며 말했다.

“난 담배나 한 대 피고 싶다. 근데 극기주가 뭐냐?” 모나미 볼펜을 빨며 재혁이가 물었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고 진정한 해병이 되는 과정이랄까... '누구나 해병이 될 수 있다면, 나는 결코 해병대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문구가 극기주를 뜻하는 거야.” 상호가 설명해줬다.

이렇게 6주가 지났고, 우리는 각자의 개성과 능력을 존중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존재가 되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는 전우가 되었고, 진정한 동기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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