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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마 Oct 13. 2024

ep.07 빵빠레

남(南)의 아들 1부


22시 취침 이후, 불시에 극기주가 선포되었다. 우리는 떨리는 마음에 잠을 이룰 수 없었고, 현재 시각은 00시. 스피커 너머로 교관님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훈련 상황, 훈련 상황! 현 시각부로 극기주를 선포한다. 부사관 349기 총원은 전투복과 전투화를 착용하고 지금 즉시 연병장으로 집결하라!”

“야, 상호야, 이렇게 시작하는 거 맞아?” 내가 물었다.

“원래 이래. 빨리 갈아입고 나가자.” 상호가 대답했다.

“빨리 안 나가냐 이 새X들아. 쳐 나가!” 이민석 교관님의 호통이 이어졌다.

연병장에 모인 우리는 전투복을 착용했지만, 팬티만 입고 자다 끌려 나온 동기도, 슬리퍼를 신고 나온 동기도 있었다.

“후보생들, 복창하라! 극. 기. 주!”

“극기주!!!”

“극기주 동안 교관들은 악마가 된다. 나약한 녀석은 쓰러지고, 약한 놈은 짓밟힌다. 그러나 끝까지 버티면 여러분의 우측가슴엔 빠~알간 명찰이 붙게 될 것이다. 무운을 빈다.”

그렇게 우리는 상의를 탈의한 채로 목봉 체조를 시작했고, 힘든 동작을 1시간째 이어갔다.

“하 시X......” 재혁의 욕설이 들렸다.

“시X? 후보생들 기운이 넘치는구나. 첫날이니까 힘차게 가보자고.” 김철민 교관이 말했다.

김철민 교관은 소화전에서 호스를 꺼내와 우리에게 물을 뿌려댔다.

“시원~하고 좋지? 맞아, 아니야?”

“맞습니다!!!” 마지못해 모두가 대답했다.

김철민 교관은 후보생들에게 물을 뿌리며 목봉이 흠뻑 젖게 만들었다.

“아, 규찬아, 좀 더 높이 들어...!” 소심한 규호가 규찬에게 소리쳤다.

“너나 잘해... 이 씨..” 규찬이 대답했다.

우리는 그렇게 3시간의 목봉 체조를 마친 후 3 제대로 나누어 무박 행군을 시작했다. 1시간이 지나자 3kg 남짓하는 소총이 무겁게 느껴졌다.


그렇게 행군하여 수색교육대에 도착했 고무보트를 머리에 이고 뛰어다니녹초가 됐다.


그리고 극기주의 첫 식사 시간.

“극기주 첫 식사다. 극기주에는 식사도 훈련이다. 배식은 평소 배식의 6분의 1이다. 배고픔을 견디도록.” 김현주 교관이 말했다.

배식을 받아보니 삼각김밥보다 안 되는 양이었다. 고기는 없었고 나물 몇 가닥에 밥이 전부였다. 그러나 모두 말할 힘도 없었기에 조용히 식사만 했다. 그리고 교관님은 우리 눈앞에서 밥과 고기, 남은 잔반을 버리기 시작했다.

“미치신 건가..?” 내가 중얼거렸다.

“210번, 먹고 싶나?” 김건혁 교관님이 물었다.

“아닙니다!”

교관님들은 우리에게 육체적 고통뿐 아니라 정신적인 고통까지 주고 있었다. 저녁까지도 온몸이 지치는 체력 단련을 실시하고, 극기주 동안 보장된 수면 시간은 4시간이었다.

이렇게 2일 차가 되었더니, 온몸을 누가 망치로 친 듯한 근육통이었다. 오전에는 선착순과 체력 단련을 실시하고 유격장으로 떠났다. 하루에 8시간은 행군하고, 8시간은 체력 단련, 4시간은 식사와 간단한 교육 시간으로 보내졌다.


그리고 2일 차에서 5일 차까지 지나고 드디어 극기주 마지막 날이 다가왔다.

“내일만 되면 극기주는 끝이다. 하지만 해병대 훈련의 꽃이라 불리는 천자봉 고지 정복을 해야 비로소 끝이 난다. 우리는 22시에 출발하여 03시에 천자봉 고지를 정복하고 익일 11시에 부사관 교육대대 연병장에 집합한다.”

“알겠습니다...!”

극기주 첫날 물 1L를 지급받았고, 이를 다 마시면 더 이상 수분을 섭취할 수 없었다. 3일 차까지는 철모에서 흐르는 땀이라도 마셨지만, 이젠 땀조차 나지 않았다.


마지막 행군이 시작되었고, 달빛이 없는 컴컴한 하늘엔 별빛이 가득했다. 그때 내가 넘어졌다. 한숨을 푹 내쉬었지만, 주변 동기들이 다시 일으켜줬다.

“영화야, 힘내. 할 수 있어.” 자범이가 말했다.

“그래. 끝까지 가보자.”

다시 밤하늘을 보며 걷고 있는데, 북쪽에서 별똥별이 빛났고 남쪽으로 포탄이 날아가듯이 지나갔다.

“뭐지... 헛것을 본 건가...” 내가 중얼거렸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였기에 환각 증상을 느끼는 동기들도 있었다.

“야, 영화, 상호, 상욱, 규찬, 규호, 두리, 재준. 올라가면 내려가야 한다는 거 잊지 마. 우리 11시까지는 걸어야 돼. 정상에 올랐을 때 끝이라고 생각하면 퍼진다. 정신 무장해!” 자범이가 우리 멘탈을 잡아줬다.

김철민 교관님은 끝까지 우리의 멘탈을 흔들었다. 새벽 2시부터 1시간마다 “다 왔으니 힘내라!”라고 하신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오전 11시에 부사관 교육대대 연병장으로 복귀했다. 발에 물집이 잡히다 못해 터진 인원도 많았고, 발 뒤꿈치나 사타구니가 쓸리는 건 기본이었다.


그리고 연병장에 도착했을 때, 진짜 끝이다 생각했지만, 물자 확인을 해야 했다.

“이상 없나?” 김현주 교관님이 물었다.

“이상 없습니다!!!!” 우리는 얼른 생활반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지금 판초 우의 위에 있는 물자들은 그대로 두고 오후에 세척하겠다. 극기주 고생 많았다. 길게 말하지 않는다. 오늘은 온수 샤워다.”

온수 샤워는 7주 동안 처음이었고, 슬리퍼를 신고 목욕탕으로 이동하는 것에 교관님들의 배려가 느껴졌다.

“야, 자범아, 네가 천자봉 올라갈 때 너 말 아니었으면 진짜 힘들었을 듯. 고마워.” 내가 샤워를 하며 말했다.

“형이야.” 자범이가 웃으며 대답했다.

“야, 재준아, 너 살 왜 이렇게 빠졌냐?” 상호가 물었다.

“야, 지금 애들 봐봐. 다 똑같아. 너도 해골바가지야.”

극기주는 내 한계를 뛰어넘는 계기가 되었고, 체중이 8kg이나 빠졌다. 그리고 극기주를 2번 한 상호랑 자범이가 대단해 보였다.

1주일이 지나며 우리는 건강하게 회복했고, 드디어 면회하는 날이 다가왔다.
 
“지금 해병의 집에는 후보생들의 부모님이 와계신다. 그동안 준비했던 것들 최선을 다해서 보여드리고, 좋은 시간 갖길 바란다. 목표! 해병의 집. 앞으로~ 갓!” 교관님의 구령소리가 설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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