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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마 Oct 14. 2024

ep.08 아버지의 눈물

남(南)의 아들 1부


아버지는  번도 눈물을 흘린 적 없었다.

 

어제 받은 인터넷 편지에는 내가 떠나는 날, 아버지가 훔친 눈물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있었다. 난 누구나 가는 군대를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가족들의 마중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부모의 입장에서, 떠나보내는 아들의 뒷모습은 부모님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면회를 할 때 사람들이 많아도 단번에 부모님을 찾을 수 있다던데, 그것이 사실일지는 곧 알게 된다.

“하나, 둘, 셋, 넷, 하나, 둘!! 오와 열!!”

“오와 열!!!” 우리는 아주 큰 목소리로 하나가 되어 복창했다.

'웅성웅성'... '웅성웅성'.... 저 멀리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행진 간에 군가 한다 군가는 부교가!” 교관님이 말했다.

“부교가!!!!”

“저 멀~리 보이는 여러분들의 부모님이 들을 수 있도록! 가장 큰 목소리로 군가 한다, 하나, 둘, 셋, 넷!”

“찬란한! 해병전통~ 이어 받. 들. 어!!! 영일만!! 앞에 잡은.........” 우리의 목소리는 하나가 되어 부모님에게 전해졌고, 목소리부터 걸음걸이까지 진정한 동기가 된 것 같은 유대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부모님 앞에 섰다.

우리는 집총체조를 보여드렸고, 준비한 동작들을 다 했을 무렵에 봐버렸다.


나의 아버지가 울고 계셨다.

“읍.....!”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참아왔던 눈물이 터진 거라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들었던 이야기처럼 단번에 가족을 찾았고, 부모님과 눈이 마주쳤다.

“부모님들 잘 보셨습니까? 아드님들께서 이것 준비한다고 고생 많이 했습니다. 이제 옷을 갈아입고 부모님들과 시간을.....” 난폭한 김철민 교관님이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교관님도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아들이라 생각 들었다.

그리고, 1시간의 면회시간이 주어졌다.

“아빠, 엄마 저 잘 내고 있어요! 보셨죠?”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그래. 많이 탔네?”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배고프지? 밥부터 먹자.” 평소에 말없던 아버지의 따뜻한 말이었다.

“오늘만을 기다렸어요.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더니, 집이 최고네요..!” 내가 멋쩍게 웃었다.

1시간의 시간은 정말 10분처럼 지나갔고, 치킨 한 마리를 먹고 유부초밥까지 먹었다. 위가 많이 줄어서 다 먹지 못했는데, 어떤 동기는 토하고 또 먹으며 강한 보상심리를 보였다.

시간이 지나자 칼같이 부모님과 인사했다.

“걱정 마요. 훈련 별거 없더라. 건강 잘 챙기시고 올라갈  운전 조심하세요.” 내가 인사했다.

“밥 잘 챙겨 먹고 아프지 마렴.” 어머니가 대답하셨고 아버지는 손을 흔드셨다.

그렇게, 우린 부모님을 보내고 연병장에 집합했다.

“후보생들 좋은 시간 보냈나?”

그렇습니다!!” 누가 들어도 사기가 충전된 목소리였다.

“복창해라. 담배 피운 인원 앞으로 나와!”

“... 담배 피운 인원 앞으로 나와!” 방금 1분 전까지 행복했는데, 불안감이 급습했다.

“......” 아무도 나가지 않았다.

“좋아.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는 거지? 어깨동무 실시.” 이민석 교관님이 말했다.

“어깨동무 실시!!” 우린 10명씩 어깨동무를 하고  쪼그려 앉았다.

“지금부터 해병술래를 실시한다. 좌로 10번!”

“좌로 10번!” 해병술래는 좌로 10번 그리고 우로 9번 다시 좌로 8번 하면서, 숫자를 줄여가는 것이다.

“어쭈 벌써 쓰러지지? 자신이 체력이 좋다고 혼자 이동하는 게 아니라, 옆에 있는 동기들과 하나가 되어서 움직여야 한다. 원위치. 좌로 20번”

“좌로 20번!!” 동기들과 천천히 호흡을 맞춰가며 다시 시작했다.

“제대로 안 하지? 안 하면 할 때까지, 안되면 될 때까지 한다. 복창해라 좌로 20번.”

우리는 1시간 가까이 해병술래를 했고, 몇몇 동기들은 면회 때 많이 먹어서 헛구역질을 했다.

“이제 소화 좀 되나? 동기의 잘못은 동기들의 잘못이다. 너희들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 교관이 공공의 적이 되어주겠다. 모두 일어서!”

다리가 후들거려서 제대로 서있을 수 없었다.

“앉아, 일어서, 앉아, 일어서, 앉아, 일어서” 30번쯤 넘어가니, 교관님이 호각소리로 구령을 주셨다.

“하... 언제까지 하는 거야...” 내가 중얼거렸다.

“야 영화야 힘내. 끝은 있어.” 내 옆에 빼빼 마른 원기가 격려했다.

나보다 체격도 마른 원기가 힘을 내는 모습에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 나를 조져라... 누가 이기나 보자.'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300번 까지는 속으로 샜는데, 체력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머릿속이 하얘졌다.

“입에서 단내가 좀 나나? 아직 2 시간바께 지나지 않았어. 맛있는 것도 먹었는데 힘들 내야지. 안 그래?”

“........” 아무도 말할 힘이 없었다.

“대답! 맞아, 아니야?”

“맞습니다!!!!!” 악으로 말했다.

“해병대의 주임무는 상륙작전이다. 상륙작전을 하면 10에 8~9은 죽는다. 너희는 조국을 위해, 작게는 너희가 오늘 본 가족을 위해 망설이지 말고 적진에 뛰어갈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죽은 전우들의 시체를 밟고 나아가야.......”

교관님께서 말이 길어질수록 달콤한 휴식시간이 길어졌다. 다리에 감각이 사라졌지만, 교관님께서는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자 우리를 계속해서 자극했다.

“옆에 제대로 앉지도 못하는 동기, 다리가 바들바들 떨리는 동기, 너희는 버릴 거냐. 서로에게 의지해라. 군대에서 혼자서 할 수 있는 일 따윈 없고,  안 되는 것을 시키지 않는다. 혼자서 일어나지 못하는 일을 10명이 하나가 되면  수 있다. 본인만 일어나려 하지 말고 서로의 허리춤에 손을 올려 다 같이 일어나라. 그게 전우다.”

“앉아, 일어서.”

“으아.... 아아악!” 다들 눈빛이 돌았고 살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교육 중엔 말을 할 수 없다지만 우리는 고함을 지르며 일어나기 시작했다.

“동기야 힘내자!!!!” 내가 소리 질렀다.

“안되면 될 때까지, 끝까지 가자!!” “아!!! 시x 가자” 정신 나간 사람들처럼 소리를 질렀다.

“그래. 욕해라. 될 때까지 하는 거야. 앉아, 일어서.”

그렇게, 석양이 우리를 비출 때 체력단련이 끝이 났고, 처음부터 끝까지 숫자를 센 동기가 말하길 1,001번 했다고 한다.

'동기란 무엇인가' 다시 한번 생각하길 바란다. 오늘 저녁 체력단련은 없다. 보일러 틀어둘 테니 따뜻한 온수 샤워 실시하고 샤워시간은 1시간 주겠다. 모두 생활반으로 돌아가 편히 쉬도록. 중대장후보생 인솔해라.”

“인솔, 필승!” 중대장후보생이 경례했다.

오늘 정말이지 많은 것을 느꼈다. 가족을 봤을 때,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지만 다시 보내야 하는 씁쓸함에 가슴이 허전했었다. 그러나 동기들과 보냈던 오늘 하루가 내 심장을 뛰게 했다. 몸은 만신창이가 됐지만 '동기'라는 단어가 어떤 의미이고 '전우'어느 정도의 무게감을 갖는지 알게 되었다.

“우에에엑” 몇몇 동기들이 긴장이 풀려서 구토를 했다.

“아오~ 더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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