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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마 Oct 09. 2024

ep.05 초코파이

남(南)의 아들 1부


드디어 기다리던 종교 활동 시간이 다가왔고, 교관님의 인솔하에 절로 이동했다.

“우와, 절 진짜 크네. 상호야, 너 원래 불교야?” 내가 물었다.

“아니, 불교가 초코파이 제일 많이 줘서 왔지.”


상호는 와봤던 곳이라, 어떤 종교가 초코파이를 많이 주는지 알고 있었다.

절에 들어서자 느껴지는 안락함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안에는 200명 정도의 훈련병들과 우리보다 한 기수 위 선배들도 있었다. 저 선배들이 우리보다 8주 더 훈련받았고 이제 곧 임관한다는 사실이 참으로 부러웠다. 그들이 겪은 훈련의 고통과 성장은 우리의 미래를 비추는 거울 같았다.

09시가 되자 뚱뚱한 스님이 들어오셨다.

“와, 사람 진짜 많네~ 아침은 다들 드셨어요?” 스님이 유쾌하게 물었다.

“그렇습니다!” 훈련병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스님의 일상적인 안부인사는 마치 집에 온 듯한 편안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저는 군종장교이고 계급은 대위입니다. 근데 계급만 있지, 그냥 스님이에요. 매주 편안한 마음으로 오셨다가 시작되는 훈련에 앞서 마음을 정리하고 가시면 됩니다.” 스님의 말투는 친근감이 넘쳤다.

그 후, 스님은 불교의 윤회사상과 인생의 시련을 극복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다.

“인생을 살다 보면 잘 되는 것도....., 이런 이야기 너무 지루하죠? 근데 저도 어느 정도는 알려드려야 해서 이 정도까지만 교육하고 편안한 이야기 좀 해보죠. 궁금한 것 있으신가요?”

“스님은 고기를 드시는지 궁금합니다!” 한 훈련병이 큰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 여러분들, 지금 제 몸을 보고 채식주의자라고 생각하시나요? 저 고기 무지하게 좋아합니다. 아침에도 갈비탕 먹었어요.” 스님이 유쾌하게 말하자, 절 안에 있는 모든 이가 크게 웃었다.

'고기주의자 스님이라니, 웃기네.' 내가 속으로 생각했다.

“자, 그리고 여러분들이 기다리시던 초코파이를 지급하겠습니다. 군종병들이 나눠주면 1인당 2개를 지급받으시면 되고 이 자리에서 다 드셔야 합니다!” 스님의 말에 훈련병들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와, 군종병이란 직책도 있어? 완전 껀지네.' 누구나 생각했을 법한 이야기였다.

“초코파이 1인당 2개입니다. 옆으로 전달해 주십시오.” 군종병이 말했다.

초코파이를 지급받자마자 입에 넣었는데, 군대에서 먹는 초코파이는 꿀을 바른 건지 정말 너무나도 달게 느껴졌다.

'하... 어이가 없네.' 군대에서 초코파이가 왜 유명한지 몸소 느꼈다. 달콤한 초코파이를 한 입 베어 물며, 그 순간 모든 훈련의 고통이 잠시 잊혔다.

주변을 보니 동기 중 몇 명이 못 받은 척하며 더 지급받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초코파이를 입에 물고 서로의 눈치를 보며 웃었다.

“야, 나도 한 개만 더 받을 수 있을까?” 재혁이가 속삭였다.

“그냥 솔직하게 더 받고 싶다 말해봐, 너 얼굴 보면 불쌍해서 줄지도?” 상호가 웃으며 말했다.

“자, 여러분! 초코파이는 다 먹고 나가셔야 합니다. 하지만 마음속 초코파이도 꼭 챙겨가세요. 군대 생활의 힘든 시간 속에서도 달콤한 순간들을 잊지 마세요. 이제 뒷문으로 나가서 교관님들 통제에 따르시면 됩니다!” 

우리가 뒤돌아서자마자 잊고 있던 이민석 교관이 쳐다보고 있었다. 초코파이를 더 먹은 모습을 보고도 눈감아주시는 건지, 나도 다음엔 더 먹어볼까 생각했다. 교관님은 아무 말씀 없이 우리를 연병장으로 인솔했다.

'뭐야, 왜 생활반으로 안 들어가지?' 마음속으로 불만을 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기독교와 천주교 인원들도 연병장에 모였다.

“후보생들, 챙겨 온 초코파이 다 꺼낸다. 실시!” 이민석 교관이 단호하게 말했다.

“.......”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교관이 분명 초코파이는 그 자리에서 섭취하고 가져오지 말라는 지시를 했지? 맞아, 아니야?”

“맞습니다!” 모든 훈련병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군대는 연대책임이다. 뒤져서 나오는 초코파이 1개당 지시 불이행으로 체력 단련 한다. 초코파이를 납작하게 만들어서 숨겨왔을 거 아니야. 자진해서 나오는 인원은 용서해 주겠다.”

교관님도 겪었던 상황인지, 한두 번 본 게 아닐 테니 귀신처럼 알고 있었다. 그리고 동기 몇 명이 앞으로 나갔다.

“분명히 지시를 했음에도 왜 이행하지 않은 거냔 말이야! 소수의 몇 명이 분위기를 흐리고 그 대가가 어떨지는 앞에서 지켜보도록. 차렷 자세로 편안하게 동기들을 봐라.”

초코파이를 가지고 온 3명의 동기 재혁, 원희, 현준은 우리를 바라보았고, 우리는 기합을 받았다.

“아.... 하지 말란 걸 왜 하는 거야....” 동기들끼리 수군거렸고, 원망의 눈빛으로 3명을 바라봤다. 재혁이와 원희, 현준은 미안함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야, 너희들! 고개 똑바로 들고 봐! 너희 때문에 동기들이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그리고 후보생들은 한숨 쉬지 마라. 군대는 연대책임이고, 옆에서 보고만 있던 너희도 잘못이 있어. 하나에 동기야, 둘에 잘하자! 하나!”

“동기야!”

“둘!”

“잘하자!”

팔굽혀펴기를 100번 정도 했을 때 온몸이 땀에 젖었고, 뜨거운 태양 아래 점점 지쳐만 갔다.

“헉... 헉....” 동기들의 신음소리가 들렸다.

“원위치! 오와 열!”

“원위치!!!! 와와 열!!!!!!” 드디어 끝났나 싶은 우리가 복창했다.

기합의 강도는 강하지 않았고, 훈련 초반이라 우리의 체력에 맞춰 준 것 같았다. 그러나 점점 지치는 것만은 어쩔 수 없었다.

“움직이지 마! 훈련병과 후보생은 엄연히 차이가 있다. 훈련병은 병사로서 훈련을 받고 수료할 인원들이지만, 간부는 후보생이다. 왜 후보생이냐? 마지막 임관 종합 평가를 보고 합격하기 전까지는, 훈련을 다 받는다 해도 수료를 못 할 수도 있단 말이다. 이런 작은 것조차 지키지 못하면 나중에 병사들을 어떻게 지휘하고 책임 있는 행동들을 하겠나. 맞아, 아니야?”

“맞습니다!”

“오늘은 이 정도로 넘어가지만, 다음엔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모두 생활반으로 들어가서 샤워 실시하고 오후 과업 대기하도록.”

이렇게 교관의 지시에 따라 우리는 연병장을 떠났다. 동기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며, 방금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야, 다음엔 초코파이 가져오지 말자. 진짜 힘들어.” 규호가 말했다.

“말이야 쉽지, 초코파이가 너무 맛있잖아!” 재혁이 농담을 던졌다.

“휴가 받으면 나가서 사 먹자. 제발?” 상호가 말했다.

샤워를 마친 후, 우리는 오후 과업을 기다리며 각자 마음속에 여러 생각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생활반에 있던 두리가 재혁이에게 말을 걸었다.

“재혁아, 너 진짜 잘하자. 청소 시간에도 잘 안 하던데, 다른 사람한테 피해 주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니, 아까 다 끝난 얘기 아니야? 왜 또 그러는 건데, 미안하다고.” 재혁이의 목소리에는 불만이 섞여 있었다.

“아니, 왜 갑자기 화를 내는 건데? 내가 만만하냐?” 두리의 목소리도 점점 높아졌다.

“뭐라는 거야? 이 새x가 아까 끝난 얘기를 또 끄집어내면서, 네가 먼저 시비 건 거 아니야?” 재혁이의 눈빛은 날카로워졌다.

“재혁아, 이 개xx야! 너 어디서 놀다 왔냐?” 두리가 반박했다.

이때, 재입대한 자범이가 중재에 나섰다.

“야야, 형 피곤하다. 동기들끼리 싸울 수도 있긴 한데, 내일부터 훈련 시작이야. 힘 빼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자. 우리 10주나 더 봐야 해.” 자범이는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자범이는 병사로 전역한 후 대기업에서 회사생활을 하다 군인의 꿈을 다시 꿨고, 동기들 중에서 나이도 가장 많았다. 그리고 해병대를 경험한 덕에 많은 이들이 그를 존중하고 따랐다.

“재혁이! 두리가 안 좋은 의도로 말한 건 아니니까, 너그럽게 이해해 주고 다음엔 그런 실수 저지르지 마. 두리! 넌 좋게 말하려면 감정은 빼고 말해야 해. 같은 의도여도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상대방이 다르게 느낄 수 있으니까. 알겠지?” 자범이의 말은 진지했다.

“알겠어... 두리야, 미안하다!” 재혁이가 말했다.

“그래... 나도!” 두리가 대답했다.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사과하자, 긴장이 풀린 듯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 후, 동기들은 다시 이야기를 나누며 분위기를 되살리기로 했다. “이제부터는 서로의 감정을 존중하자. 훈련도 힘들고, 서로 도와가며 지내야 .” 규호가 제안했다.

“맞아, 힘들 때일수록 서로 의지해야지 바보들아.” 상호가 동의했다.

“동기야! 잘하자! 두리 너 아까 팔 후들후들 거리던데?” 내가 아까 상황을 유쾌하게 재연했다.

“무슨 소리래, 영화야 넌 침 흘리던데? ”


두리가 장난스럽게 받아쳤고, 이 작은 사건이 우리를 가깝게 만들기도 한 것 같다.

그리고 오후에는 열렙노트를 주었는데, 손바닥보다 작은 수첩이었다. 여기에 잘 외워지지 않는 것들을 적고 항상 소지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우리는 훈련이 며칠 남았는지 날짜를 적고 X자 표시를 하기로 했다.

“하, 이제 70일 정도 남은 건가. 누가 이기나 해보자.” 나는 결의를 다지며 말했다.

“마지막 임관종합평가에서 누가 1등 하는지 내기해 볼까?” 내가 제안했다.

“일단 넌 아니야” 상호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거야 두고 보면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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