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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마 Oct 09. 2024

ep.04 종교가 생겼다

남(南)의 아들


금요일이 지나고 군대에서의 첫 주말이 왔다.


우리는 잠시나마 긴장을 풀었고, 스트레스를 잊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우리는 편지지를 한 장씩 지급받아 생활반 마룻바닥에 고개를 감췄다. 그리고 각자의 감정이 담긴 편지지가 하나둘씩 채워져 갔다.

'아버지, 어머니, 아들 전영화입니다. 요즘 군대 정말 좋아진 것 같아요. 밥도 잘 나오고 훈련도 잘 받고 있습니다. 7주 차 주말엔 면회가 있다던데 그때 꼭 와주셨으면 해요. 정말 보고 싶습니다. 부모님과 보내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따뜻한 일상이었는지 군대에 와서 알게 됐어요. 바르고 올바르게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또 편지 쓸게요. 사... 사랑해요!'

작은 편지지에 앞장과 뒷장을 꽉 채워서 편지를 작성했다. 그러던 중 한 친구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친구는 같은 생활반인 재준이로, 피부가 까매서 '흑재준'으로 불렸다.

“야, 재준아 괜찮아? 근데 우리 시간 안에 편지 다 써야 돼. 얼른 작성해.” 교관님에게 들리지 않게 이야기했다.

“영화야... 진짜 왜 이러고 있어야 하냐. 너무 힘들다.”

“야, 다 똑같이 받는 훈련인데 왜 혼자 우는 거야. 임관하려면 10주나 더 해야 돼. 나중에 울어.” 상호가 말했다.

“야야, 그럴 수도 있지. 재준아 힘내라!” 나보다 5살 많은 상욱이가 재준이를 격려했다.

우리 생활반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 뺀질거리는 규찬이, 목소리 큰 재혁이, 소심한 규호, 재입대한 자범, 복무 변경한 상호, 축구하다 온 상욱, 20살에 결혼한 두리... 그리고 15명이 퇴소했다.

우리는 편지를 제출하였고, 중식 식사를 하고 돌아왔다. 주말엔 전투복을 입지 않아 좋았고, 밥을 먹고 난 후에는 교관 눈치를 보며 어느 정도 이야기할 수 있었다.

“아, 밥 먹고 난 다음엔 식후 땡인데...” 재혁이가 말했다.

“야, 재혁아 우리 지급받은 모나미 볼펜 있잖아. 그거 잉크심 빼고 몸통만 빨면 담배 피우는 느낌 나.” 상호가 말했다.

“오, 정말이네. 이거라도 빨아야겠다.” 재혁이가 말했고, 다른 목소리가 하나 더 들렸다.

“야, 너 미쳤냐?” 이건혁 교관이 말했다.

“총원 차렷! 필승! 5 생활반 총 8명 부재 무 열외 무 현재원 8명 중식식사를 하고 생활반에서 휴식 중이었습니다!” 내가 말했다.

“쉬어!”

“쉬어!”복명 복창했다.

“쓸데없는 짓거리 하지 마라. 경고다.”

주말엔 짬이 안 되는 이건혁 교관이 당직을 서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건혁 교관이 가자마자 재혁이가 말했다.

“별 것도 아닌데 왜 이런 걸로 난리야 짜...” 아차, 목소리가 너무 컸다.

“아주 돌아서자마자 말썽이구나? 다 엎드려뻗쳐.”

'하, 씹...' 속으로 생각했다.

“하나에 정신상태, 둘에 불량. 하나!”

“정신상태!”

“둘!”

“불량!”

팔굽혀펴기를 10번 했다.

“목소리 봐라. 하나에 목소리, 둘에 개불량. 하나!”

“목소리!!”

“둘!”

“개불량!!!”

강도는 약했지만 내 의지가 아닌 것은 하기가 싫었다.


“군대 놀러 온 거 아니니까 정신 똑바로 차려!”

옆 생활반 애들이 우리를 보고 키득거리며 웃었다.

이제 중식 시간이 다 지나고, 정신 교육을 받았다. 정신 교육 내용은 해병대의 역사였다. 그동안 어떤 전투를 펼쳤고, 어떤 마음가짐 이어야 하는지 우리의 적은 누구인지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그리고 내일 있을 종교 활동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었다.

“매주 일요일은 종교 활동 시간이 있다. 기독교, 천주교, 불교가 있고, 열외는 없다.” 이건혁 교관이 말했다.

“210번 부사관 후보생 전영화, 이건혁 교관님께 질문드려도 되겠습니까!”

“뭐야?”

“무교는 어떡하면 좋을지 궁금합니다!”

“종교가 없어서 참가하지 않는 인원들은 교관과 뜨거운 시간을 보내게 될 거다. 후보생은 종교가 없나?”

“저... 저는 불교입니다!!!”

“그렇구나? 불교 1명. 이어서 인원 조사를 실시한다. 불교 거수.”

그렇게 나는 불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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