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로 들어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바다의 안개라 불리는 해무가 껴서 입도가 지연되었고, 4시간 30분 동안의 승선감은 속을 부글부글 끓게 했다.
배 안에는 휴가를 복귀하는 병사들, 사복을 입은 간부들, 그리고 관광객들이 있었다. 그리고 정복이나 전투복을 입고 입도하는 병사들은, 나를 보고 경례하지 않았다. 간부들은 사복을 입고 휴가 나가는데, 전투복을 입고 있단 것은 '아쎄이'라는 뜻이었다. 아쎄이는 '새 거'라는 뜻으로 새로운 이들을 일컫는다.
나는 어색함을 안고 좌석에서 정면만 바라보았다. 그때, 누군가 말을 걸었다.
“야, 너 몇 기냐?”
“필승! 부사관 349기입니다!” 내가 큰 목소리로 경례했다.
“야, 목소리 낮춰. 여기 혼자 있냐?”
“죄... 송합니다!” 작게 대답했다.
“너 부대 어디로 가냐?”
“저 선봉대대로 갑니다!”
“그러냐? 나도 거기 소속이야. 지금 우리 중대에 자리가 비어서 얼굴 볼 수 있겠네. 난 337기 박성준이다. 수고해라.”
“예! 필승!”
“요놈 봐라. 나랑 같이 근무하기 싫은 얼굴인데?”
“아... 아닙니다!” 얼굴에 장난기가 많아 보여, 저 중대로 떨어지면 고생 좀 할 것 같았다.
“아... 괜히 또 긴장되네...” 내가 중얼거렸다.
그때 드디어 도착했다는 안내 방송이 울렸다.
“승객 여러분, 백령도에 도착했습니다. 모두 질서 정연하게 하차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배에서 내려 백령도 땅을 밟았을 때, 선글라스를 낀 헌병들과 전투복을 입은 이들이 많았다. 항구에 내리면 인솔자가 있다고 했는데, 보이지 않아 훈육관님께 받은 연락처로 전화 걸었다.
“필승, 하사 진영화입니다! 선배님, 혹시 어디 계시...”
“야!” 뒤에서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반갑다, 영화야. 내가 인솔자야.” 박성준 선배가 말했다.
그는 휴가를 복귀하며 나를 인솔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배에서 나인 것을 눈치채고 장난친 것이었다.
'역시 관상은 과학이야...' 속으로 생각했다.
“야, 너 무슨 생각하냐?” 박성준 선배가 물었다.
“아... 아닙니다! 백령도는 어떤 곳일까 궁금해서 생각했습니다!”
“그래, 근데 선배라 부르지 말고 반장님이라고 불러.”
“예! 박성준 반장님!”
선봉대대는 항구 앞에 위치하고 있어서 걸어서 20분이면 도착했다. 그리고 저 멀리 위병소가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