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프리다이빙 수업이 있던 날, 첫 수영강습을 듣던 날처럼 또 아침부터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이제 수영은 할 줄 알지만 발이 닿지 않는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것은 나에겐 또 다른 문제였다.
약속된 시간에 다이빙센터에서 선생님을 만나자마자 ‘아, 너무 무서워요. 긴장돼요’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선생님은 괜찮다며 진정시켜주시려 했지만 나는 어색한 웃음만 짓게 되었다.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슈트로 환복 후 다이빙 장에 들어갔다. 간단히 준비운동을 하고 ‘스태틱’을 진행했다. 스태틱은 편안하게 준비호흡을 하다가 물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최종호흡을 하며 숨을 많이 채우고 수면에 가만히 엎드려 숨을 참는 것이다. ‘숨 참기’에 대해 생각하려 하지 않고 물 그림자를 멍하니 보다가 눈을 감고 ‘무’의 상태로 있었더니 첫 스태틱인데 기록이 2분이 나왔다. 오잉? 내가 2분이나 숨을 참는다고? 함께한 남편과 J도 1분 30초~ 2분을 기록하며 스스로를 신기해했다.
스태틱 후에 본격적으로 수업 진행에 앞서서 오리발을 신었다. 핀을 신고서는 뒤로 걸어야 한다는 것과 방향 전환을 할 때는 머리로 하면 된다는 주의사항을 알려주셨다. 롱핀을 처음 신어봤는데 발목이 무거웠다. 어떻게 발차기를 해야 하는지도 감이 안 왔다. 선생님의 시범을 보며 머릿속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며 피닝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무거워서 자꾸만 뚝딱거렸다.
내가 간 다이빙 센터는 1.4M, 3M, 5M, 9M 구간이 있다. 발이 닿지 않는 3M 구간에서 수업이 진행되었다. 처음엔 부표에 달린 줄을 잡고 거꾸로 내려가면서 이퀄라이징이 잘 되는지 연습을 했다. 거꾸로 내려가는 모습에 또 심장이 벌렁거렸다. 어떻게 하지? 발 안 닿는 것도 무서워죽겠는데 머리를 거꾸로 넣으라니요. 옆에서 도와준다는 선생님만 믿고 엉거주춤 흥! 코막으며 이퀄라이징을 하고 줄을 잡아본다.
3M 바닥까지 줄 잡은 채로 내려가는 걸 몇 번 연습하고서는 ‘덕다이빙’을 배웠다. 줄 없이 해야 한다. 산 넘어 산이었다.
1. 최종 호흡 후 수면에서 이퀄라이징을 한다.
2. 수직으로 내린 팔을 따라 머리를 물속으로 쑥 집어넣으며 다리를 수직으로 들어준다. 골반을 곧게 펴준다는 느낌으로 한다.
3. 수면 아래로 몸이 잠기면 팔로 물을 밀면서 발차기를 하며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다. 내려가면서 이퀄라이징도 해준다.
글로 적어도 정말 장황하네. 이 또한 처음 자유형을 배울 때처럼 몸 따로 머리 따로. 제어불능이다.
J와 나는 이퀄라이징이 됐다가 안 됐다가 했다. 이퀄라이징이 안되면 수면 아래로 내려갈 수가 없다. 한 번 귀가 찢어질 것만 같은 고통을 느끼고 나니 겁이 나서 귀
가 압박 되는 느낌을 조금만 받아도 몸을 돌려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됐다. 이퀄라이징을 터득하지 못하면 프리다이빙은 할 수가 없다.
수업 후 선생님은 이퀄라이징 연습을 많이 하라는 숙제를 내주셨다. 똑바로 앉아서 하면 잘 되는데 머리를 숙이기만 하면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었다. 안 되는 사람은 1년을 해도 안되기도 한다 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회사에선 화장실 갈 때마다 허리를 구부려 연습하고, 집에서도 소파에 앉아있다가 상체를 바닥으로 내려 연습하고, 유튜브 검색을 해서 각종 채널에서 설명하는 이퀄라이징 방법도 따라 했다. 그러나 여전히 확률은 50%였다.
강습 시작 전에는 발이 닿지 않는 깊이에 대한 공포가 많았는데, 수업을 시작하고 깊은 수심을 내려다보며 물에 떠 있는 걸 반복하다 보니 점점 마음이 안정되어 갔다. 물속으로 계속 들어가는 걸 연습해야 그에 대한 공포도 줄어들 것 같았다. 두려움을 지워나가기 위해서는 이퀄라이징을 해야만 했다. 이것도 노력하면 되는 건가? 되겠지? 일단 다음 수업 때까지 계속 연습하는 길 밖에 없다. 할 수 있다, 나 자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