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휴가는 프리다이버들의 성지라는 보홀이었다. 지방에 사는 탓에 보홀 직항이 없어서 비행기를 타고 세부로 가서 배를 타고 보홀로 들어가는 일정이었다.
완전히 물놀이를 위한 여행이었다. 보홀에 도착하자마자 리조트의 프라이빗비치에서 수영을 했다. 물이 이렇게 깨끗할 수가 있나? 숙소 앞바다는 수심도 적당했고 안 쪽으로 조금만 들어가도 물고기가 많았다. 다른 곳으로 갈 필요 없이 숙소 앞바다에서만 놀아도 되겠다 싶었다.
둘째 날엔 바다상어 투어와 정어리떼 포인트를 다녀왔다. 산호가 있는 곳을 넘어가면 바닷속이 보이지 않는다. 물 위에 떠서 검은 바닷속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긴장으로 몸이 굳어졌다. 수많은 정어리떼와 깊고 검푸른 바다. 사람이 정어리떼 속으로 헤엄쳐가면 사람을 피해 움직이는 정어리떼의 모양이 장관이다. 사진이나 영상으로는 그 느낌을 제대로 담을 수 없다.
난 사실 두려움 때문에 그 경이로움을 완전히 느낄 수 없었다. 맑은 다이빙 장에서도 수심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 무서운데 어두운 바다를 향해 머리를 거꾸로 박은채 내려가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웠다. 남편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정어리떼 사이로 다이빙을 했다. 남편 주위로 정어리떼들이 도넛모양을 만들며 흩어졌다가 다시 대형을 맞춰 모여 이동했다. 입영도 조금 익숙해지고 물속에 있는 시간이 길어져서야,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에선 생각했던 것보다 덕다이빙이 더 어려웠다. 엉덩이가 자꾸만 물에 동동 뜨려고 했다.
몇 번의 덕다이빙 후에도 심신이 안정되지 않은 나는 여기 왔다고 해서 굳이 무리할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어리 떼 사이로 몇 번이고 다이빙하는 일행 곁을 지나쳐 산호가 많고 귀여운 작은 물고기친구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이동해 타닥타닥 물소리를 들으며 스노클링을 했다. 하루하루 느리게 바다에 적응하고 있었다.
호핑투어를 했던 바다는 정어리떼 포인트와는 달랐다. 깊이는 5-7미터쯤 되어 보였는데도 바닷속 산호들이 선명하게 잘 보였다. 깨끗하게 보이니 무서움도 적어서 마음 편하게 물속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색색깔 산호들과 다양한 종류의 물고기들, 건강한 바다에서만 들을 수 있다는 마치 장작 타는 소리 같은 타닥타닥 소리. 물에 둥둥 떠서 천천히 발차기를 하며 내가 몰랐던 세상을 들여다봤다. 일단 물속이 너무 맑게 잘 보이니까 다이빙 시도를 많이 했다. 아직도 여전히 엉덩이가 떠오르려고 하지만 하면 할수록 조금씩 늘어갔다. 눈앞에 선명히 보이는 아름다운 색과 모양의 산호와 그 주변의 물고기들을 마주하면 발차기를 계속해야 한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만다. 아차, 하며 다리를 움직여보지만 이미 몸이 두둥실 떠버린다. 이대로 하루 종일 보고 있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처음 물속에 들어갔을 때 바닥에 있는 거북이를 봤으나 깊고 조류가 있어서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 그냥 거북이를 봤다는 것으로 만족하고 포인트를 이동해 가며 물고기들을 구경했었다. 호핑투어 시간이 끝나가서 가이드와 함께 다시 뭍으로 헤엄쳐가는 중이었는데, 그가 다급하게 한 곳을 가리키며 우리를 불렀다. 거북리는 생각보다 컸고 가까이 있었다. 거북이는 우리를 기다려주기라도 하는 듯이 헤엄을 치다가 중간에 바위 쪽으로 가서 풀을 뜯어먹었다. 이만하면 볼 만큼 봤지? 하고는 다시 유유히 헤엄을 쳤다. 누가 거북이 느리다고 했지. 거북이가 앞 발로 휙 물을 한번 가르면 저만치 앞서갔다. 뒤따라 갔지만 점점 멀어져 갔고 거북이는 곧 큰 바위를 넘어가며 사라졌다.
내가 너와 헤엄치기 위해 프리다이빙을 배웠구나!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아마 나는 그 기분을 또 느끼고 싶어서 여행을 떠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