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수강을 2023년 9월에 시작했으니, 딱 1년이 되었다. 단 1년 만에 나의 삶은 얼마나 변화했나.
친구들과 놀러 갈 때도 ‘수영장이 있는’ 호캉스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으며, 연애시절 다른 커플과 함께 간 계곡에서는 발만 적셨었고(이 조차 내키지는 않았다), 4시간 걸려 남해까지 가서는 물과 멀찍이 떨어져 앉아 손으로 조개만 긁어모았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년의 시간을 거쳐가며 예전의 나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새로운 내가 태어나버렸다. 한낮에 내리쬐는 햇볕에 괴로워하며 차에 수영가방이 없다는 것을 한탄하는 사람이 되었다. 고작 1년 만에 비상용 수영가방을 챙겨 차에 싣고 다니다가 타지에 가서도 마음이 동하면 바로 주변 수영장을 검색해서 갈 마음을 품고 사는 인간이 된 것이다.
수영을 시작하고 몸무게가 5kg 정도 줄었고, 허리통증이 감소했다. 육지 옷에 대한 물욕이 감소하는 대신 물 옷에 대한 물욕은 증가했다. 남편과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이 생겨서 즐겁고, 우리가 늙어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함께 손잡고 수영장을 가는 상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1년 동안 신나게 이것저것 입어보고는 수영복 취향이 생겼고, 나에게 딱 맞는 수경을 찾게 되었다. 매월 마지막 주에 수켓팅에 참전하는 것도 익숙해졌고, 문득문득 찾아오는 수태기를 맞서지 않고 받아들이며 쉬어가기도 한다.
수영을 배우고 또 프리다이빙을 배우고 제주도에 가서도 해외에 가서도 여행 내내 물과 함께 한다. 그간 나의 여행에서 ‘물’이란 괄호 밖의 단어였는데. 내가 스스로 이뤄낸 것 덕분에 여행이, 아니 곧 내 삶이 다채로워졌다. 인간은 마음먹으면 못하는 게 없어, 하며 나 스스로를 칭찬해 본다. 예전보다 나를 조금 더 좋아하게 되었다.
바다에 가서 처음 몸을 물에 담그기 전엔 아직도 잠깐의 마인드컨트롤이 필요하다. 깊고 때론 앞이 뿌옇게 보이는 바닷속에서 그 고요한 순간에 갇혀 버릴 것 같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그 고요한 순간이 좋아 수심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러나 난 그 고요함이 나를 고립시키는 것만 같아 두렵다. 완전한 물 공포증의 해방은 아직 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더 날 조심하게 하고 안전에 대해 생각하게 하기 때문에 마음 한편엔 해방을 미루고 싶은 생각도 있다.
남들이 보기에는 수영, 그거 할 줄 알게 된 게 뭐 대단한가? 할지 몰라도 나에겐 큰 벽을 깬 것과 마찬가지다.
단순히 수영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떠나, 그 과정 속에서 내가 나를 믿고 도전하고 성취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내 생활에서 수영은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누구에게나 있는 어떤 것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스스로의 힘으로 넘어선다면 새로운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