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작은 경비아저씨

by 자유인

우리 동의 키 작은 경비아저씨는

충청도 엑센트에

얼굴의 웃는 주름이 고운 분이다

우리 아파트의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는

수요일이면 슬며시 다가와서

이것저것 거들어 주시는 분이다

재작년에 내가 심정지로 쓰러졌다가 돌아온 이후로

수요일마다

남편과 아들이 신경을 써서 버려주었지만

아들이 입대하고 나서는

늘 바쁜 남편이 손을 대기 전에

언제나 내가 한 발 앞서서 재활용을 정리했다

내가 퇴원해서 돌아온 이후로

그분은

먼발치서 내가 보이면 예전보다

더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내가 든 바구니를 슬며시 받아 챙기신다

괜찮다고 사양해도 늘 나를 이기신다

이제는 몸이 괜찮냐고 물어보는 대신

항상 흐뭇하게 웃어주신다

오늘 아침에는

누군가 여행용 소형캐리어를 버리면서

아저씨께 폐기비용을 물으니

2천 원이라고 했는데 그분이 5천 원짜리를 드리며

나머지는 음료수 사드시라고

잔돈을 받지 않았다

소소한 액수지만 아저씨를 배려하는 마음이

참 예쁘고 고마웠다

마침 야쿠르트 언니가 지나가셔서

나는 미화원 이모님들과 함께 드시라고

마시는 요구르트 윌을 몇 개 챙겨드렸다

괜찮다고 하시면서도

아저씨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번졌다


오늘 아침은 아파트 정원의 새소리가

유난히 더 정겨웠다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두 편이 생각난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나와 세상에 대한 사랑

그리고

서로의 온기를 지켜줄 자비


<인간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굶주리지 않고도

조금 나눌 수 있을 만큼이라는 것이

보편적인 상식이 되면

지금보다는 행복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