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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진 Mar 16. 2024

큰 스님의 축복

건강하십시오!

어느 시간에 산사를 걸어도

마치 서로 약속이나 한 것처럼

늘 마주치는 노스님 한 분이 계신다

신도분들이 인사를 드리면

가볍게 목례를 하시거나

조용히 합장을 하시며

지나가는 것을 몇 번 보았다


어제는

스님과 정면으로 마주쳐서 목례를 했더니

크게 합장을 하시며 쩌렁쩌렁한 큰 목소리로

-건강하십시오

하고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셨다


조금 놀라서 주변을 돌아보니

나밖에 아무도 없었다

얼떨결에 한 번 더 목례를 했더니

스님께서 한 번 더 큰 동작으로 합장을 하시며

더 깊이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해주셨다


나는 말없이 머리를 숙인 채로

스님을 스쳐 지나가면서

'한 번도 대화를 나눈 적이 없는데도

스님은 내가 아픈 사람인 것을 아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너무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겨울이 끝나고


찬란한 새 봄이 돌아온 산사에서


노스님의 축복을 받고


잠시 전기가 통한 것처럼 어지러운


기묘하고도 아름다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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