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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진 Mar 18. 2024

좋은 소식

내가 좋은 소식이길

살면서 좋은 소식을 몇 번이나 들었을까

참 많았다

그러나

늘 부족한 듯 더 갈급하였다


심정지로 사망판정을 받은 끝에

다시 심장이 뛰고

다시 걷고

다시 말할 수 있는 기적이 주어졌는데도

시간이 흐르자

서서히 감동이 희미해지면서

모든 기적을 당연히 여기는

어리석음과 오만을 반복했다

중환자실은 인공조명 속에서

수도 없이 생과 사를 오고 가며

한 순간만 사는 곳이었다




매일

가족이 곁에 있는 소박한 내 집에서

창을 통해 밤과 낮을 감상하고

이쁜 길들을 산책하며 계절의 변화를 통해

우주의 운행과 질서를 관찰하는 일상으로

돌아온 것은 신의 은총과 축복으로 허락된

기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욕심껏 다른 좋은 소식들 집착하는

 자신이

어느 날

너무도 선명하게 바보처럼 보였다


더 이상은

욕심과 집착의 마법이 만들어내는

좋은 소식을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신의 은총을 입고

두 번째 인생을 허락받은 기적의 사람답게


이르는 곳마다

내가 좋은 소식이 되겠다고

마음을 먹으니

한없이 자유롭고 충만한 마음이 들었다




매일

나의 기쁨이

세상의 부분을 기쁘게 하고

나의 평안이

세상의 부분을 평안하게 하고

나의 행복이

세상의 부분을 행복하게 할 수 있기를


그리고

신께서 나의 기적이 되어주셨음에

감사하며

시절인연을 따라 이르는 모든 이에게

내가 기적이 되어줄 수 있기를

따뜻하게 소망한다




공전으로

겨울을 끝내고

봄을 나에게 데려온 우리 별 지구가


잠시 전에는

자전으로 

밤을 끝내고

푸른 아침을 나에게 몰고 왔다


나도

무지와 욕심으로 얼룩진

내 생의 겨울과 밤을

시리도록 더디고 아프게

떠나보내었음을 느낀다

그리고

섭리대로 다시 돌아올

나머지 생의 겨울과 밤은

덜 아파하기를

겸허한 마음으로 소망한다


이르는 곳마다


내가 좋은 소식이 되는 삶을


소망하며


나에게 허락하신


오늘 하루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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