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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즐겁게 시들어가겠나이다

by 자유인

-자기 얼마나 이뻤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어?


-언니 내가 아픈 거 몰랐구나

한 번도 이뻤던 적이 없는 것보다는 감사하지머

안 그래요? 밥이나 한번 먹어요




-아름다워요 너무 아름다워요


-도대체 어디가요?


-머리에서 발 끝까지 전부 다요


-아무튼 감사합니다




같은 목욕탕에서 각각 다른 사람에게 들은 말이다


첫 번째 대화는

아들의 어린 시절에

같은 반의 학부모로 인연이 되었다가

오랜만에 목욕탕에서 만난 사람과 나눈 대화이다


두 번째 대화는

최근에 목욕탕에서 자주 마주치는 분과 나눈

유쾌한 스몰토크이다^^


그래서

옛사랑과는 마주치지 말고

잊지 못할 이쁜 사람으로 남는 것이 좋은 거구나

나의 가장 아름다웠던 모습만 간직하도록 말이다


문득

피천득 선생님의 <인연>이 떠올랐다

마사코와 그분은 일생동안 세 번을 만났다

마지막에는 아니 만났으면 좋았을 것이라 했던

그분의 글이

이제야 진심으로 이해가 되었다


지금이 나의 전성기라고 말해주는

남편의 거짓말이 새삼 너무 귀엽게 느껴졌다

아픈 아내를 위한 연기였는데

너무 진지해서 바보같이 거의 믿을 뻔했다^^


그 양반 진짜루 복받을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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