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조절의 문제
- 당신은 완벽한 여자야
분노조절에 문제가 있는 거 빼고는...
참 아쉬워
어제 저녁에 오삼불고기와 생선구이에
동동주를 마시면서 남편이 나에게 한 말이다
- 치아라 마 (경상도 아내의 분노)
분노조절까지 잘했으면
기가 막혀서 벌써 죽었겠지
인생이 기막힌 사연의 종합선물세트인데
그렇게 완벽하게 좋은 사람일 것까지
나한테 강요하면서 스스로를 힘들게 할 필요 없지
그리고
끝없이 뻔한 원인을 제공하면서 할 소리는 아니다
나는 예수나 부처가 아니고
그냥 생을 잘 버티고 있는 기특한 중생일 뿐이다
책까지 쓴 사람이 분노조절 따위가 안되냐고?
내 인생을 잘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흔적을 기억하기 위해 글로 남겼을 뿐이지
책을 쓴 사람들이 다 완벽하게 실천하고 사나?
그러면
완벽하게 실천할 자신이 없는 사람들은
글도 쓰면 안 되겠네?
어디 겁나서 글을 쓰겠나?
책을 읽고 쓰면서 인생의 전반전을 수행했으니
이 정도지
아니면 벌써 죽거나 또라이가 되었겠지
덕분에 고도로 득도하는 중이니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 이외에
다른 말은 나한테 하지 마라
나는 지금까지 잘 버티고 있는
내가 기특할 뿐이다
이렇게 아파해가면서도
아직까지 살아내고 버티는 내가 장하고 고맙다
당신이
대단하고 좋은 사람으로 칭송받고 살아갈 수있도록
평생을 험한 뒷처리하면서
사고처리반으로 살아온 나를 비난하고 싶으면
다음 생은 딸 하나 낳아서 나처럼 사는 것을 보아도
상관없는지 잘 생각해 봐라
아직 사랑하냐고?
그러니까 이렇게 아프겠지
아니면 이용만 하겠지
나도 내가 왜 이렇게 바보인지 이해가 안 간다
빌어먹을 눈물은 왜 이렇게 마르지도 않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