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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소풍 03화

나의 어머니를 추모하며

by 자유인

어제는 엄마의 첫 기일이었다

작년에 내 생일의 다음 날에 돌아가셨다


오후에 숲의 호숫가를 산책하며

나는 어떤 딸이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벤치 같은 딸이었다

엄마의 다리가 아프면

언제든 옆자리에 짐도 내려놓고 앉아 쉴 수 있는 고단한 엄마의 길에 든든한 벤치 같은 딸이었다

나의 엄마는 나에게 어떤 엄마였을까

우산 같은 엄마였다

기와로 이은 튼튼한 지붕은 아니여서

가끔 세파의 바람에 흔들리기는 했지만

내가 꼭 잡기만 하면

비를 피하게 해주는 예쁘고 소중한 우산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함박눈이 펑펑 내렸다

춘삼월에

고요한 숲에서 보는

함박눈의 풍경은 장관이었다

해도 쨍하니 떠있고 눈도 펑펑 오는

기묘한 날에

호수에 반짝이는 윤슬을 보니

세상의 모든 것이

나를 축복하는 것 같았고

나도

세상의 모든 것을 축복하는 마음이 들었다

잠시

시간이 멈춘 공간에 머무는 듯한

숨을 멈추게 하는 황홀감을 느꼈다




감사했어요


엄마


곧 다시 만나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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