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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소풍 04화

수고 많으셨습니다

by 자유인

재작년 봄에 작은 언니가 소천하셨다


작년 봄에 엄마가 소천하셨다


올봄의 한가운데에서

얼마 전에 큰언니가 소천하셨다


먼저 소천하신 가족 모두

영락 공원의 추모관에 나란히 모셨다

20년 전에 아빠가 먼저 가 계셔서

가족들이 차례로 그곳에서

함께 영면에 들게 되었다


언젠가

나도 그곳에 안치되기를 원하며

가족들에게 언질을 주었으므로

그렇게 될 것이다




내가 생환하고 난 이후에 약속이나 한 것처럼

한 해에 한 사람씩 가족이 세상을 떠났고

조카들이 결혼을 하고 나면 숙제를 마쳤다는 듯이

언니들이 세상을 떠났다

60세를 일기로 큰 언니는 심장마비로 인한

심정지 상태로 이송되어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긴 세월 동안 병마와 사고로 인한 후유증세로

큰 고통을 당했던 그녀가

이제는 육신의 고통이 없는 곳에서

먼저 가 계신

부모님도 만나고 작은 언니도 만나고

우리가 다시 만날 때까지

편히 쉬시기를 기도한다


안타깝게도

나는 큰언니의 마지막 전화를 받지 못했다

언제나처럼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이었을 것이다


다행히

작은 언니의 마지막 전화는 받았었다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이었다


내가

동생들과 조카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도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이다


내가

남편과 아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도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이다


내가

이웃과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은 유일한 말도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이다


내가

세상에 남기고 싶은 한마디도

너무 감사했다는 말이다




그래서


내가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기도도


모든 것을 감사하는 것이다


삶이


이렇게 흘러가는 이유를


다 알 수는 없지만


언제나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범사에 감사하며


신이 허락한 하루를 또 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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